복음의 소리쌤이 되셔요
작성자
최*하
작성일
15.12.11
조회수
1628

복음의 소리쌤이 되셔요
 
초등학교 교사예요
지난 여름 총신대학교에서 한 선교단체 주관의 청소년 수련회가 있었다. 강의를 마친 후, 컵에 담긴 성경 말씀 갈피를, 참여한 분들에게 드리려 강단을 내려오는데, 교회의 학생들을 인솔해 온 한 젊은 여선생님이 내 앞을 가로 막았다.
“저~, 선생님. 이거 뽑아도 될까요? 우리 교회 아이들에게 나눠 주고 싶어서요.”
나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럼요. 선생님. 얼마든지 뽑아 가셔요.”
그 선생님은 몇 장의 말씀 갈피를 뽑았다. 그리고 나를 보며 말했다.
“선생님, 저는 초등학교 교사예요. 금년에 부임했어요.”
짧은 몇 마디의 말이었지만, 매우 신선하고 강렬하게 내 뇌리를 자극했다. 명쾌하고 발랄한 목소리였기 때문일까. 저절로 기분이 좋아진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이렇게 말을 이었다.
“아~ 현직 선생님이시면 기독교사 수련회 같은데 참여하시면 좋을 것 같은데, 선생님. 혹시 참여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아뇨, 선생님. 하지만 기회가 되면 꼭 참여해보고 싶어요.”

대전기독교육자대회에 참여하고
이 선생님을 만난 이후로 살펴 본 교사 집회 일정으로 가장 빠른 것은 대전에서 진행되는 기독교육자대회였다. 8월 14일과 15일 1박 2일로 진행되고, 배재대학교 아펜젤러관에서 예정되어 있었다. 또한 첫날 저녁 말씀을 내가 전하기로 되어 있었다. 나는 그 선생님에게 집회의 안내지와 순서지를 보내드리고 상세히 설명해주었다.
그 선생님의 이름은 ‘소리’, 모습과 이름이 딱 들어맞는다고 생각했다. 소리 선생님은 빠르게 회신을 보내왔다.
“선생님, 여기 가보겠습니다.”
소리 선생님은 대전에서 하는 기독교육자대회에 참석을 하였다. 대전 지역의 교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집회인데, 서울 선생님으로는 유일하게 소리 선생님, 한 분이 참여한 것이다.
더욱이 첫날 오전 10시 개회예배에 맞추기 위하여, 새벽 5시에 일어나 준비를 하였고 고속버스를 타고 배재대학교까지 왔다는 것은 모인 선생님들에게 큰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첫날 저녁 집회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기로 하여, 나와 소리선생님은 한 출판사의 차량에 동승하여 그렇게 서울로 돌아왔다.

믿음의 힘으로
소리 선생님은 작고 아담한 모습이지만, 열정과 결단력, 그리고 무엇보다 하나님의 마음으로 아이들을 양육하는 기독교사로서의 삶을 살기를 원하고 있었다. 자기를 만나는 제자들이 예수그리스도를 만나 구원을 받고 복음의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기도하고 있었다. 눈물어린 표정 과 대화 속에서 충분히 그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아무 것도 없는 듯 보이는 초임 교사. 소망은 있지만 아무 것도 보이지 않을 때, 하나님께서는 소리 선생님에게 나의 강의를 듣게 하셨던 것이다.
 
소리 선생님을 보면, 불현듯 내가 처음 기독교사로 결심했을 때의 모습이 떠오르게 된다. 기독교학교가 아닌 영훈고에서 수업 전에 기도하며 수업을 하라고 하신 하나님, 아이들을 보며 벌어지는 현상을 보고 한탄, 좌절, 실망이 아니라, 기도하며 대안의 지혜를 모색하는 기독교사로서의 삶을 제시해주신 하나님. 그 때 참 많은 눈물의 기도를 드렸고, 또한 지금도 그 삶을 살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할 따름이다. 믿음은 여건이나 상황, 아무 것도 준비되어 있지 않고, 갖추어져 있지 않을 때 하나님께만 집중하게 한다. 그것이 믿음의 힘이다.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의 마음을 품은 사람의 기도를 들으시고 은혜를 부어주시며, 모든 삶이 간증이 되게 역사하신다. 중요한 것은 상황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 가운데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은혜 받은 사람다운 행동으로
나는 소리 선생님을 마음껏 기도하며 축복했다. 그리고 엽서에 짤막한 글을 써주었다.
 
“소리 선생님.
복음의 소리가 선생님을 통해 펼쳐지기를 기도합니다.
울보선생 최관하.”
 
그 후 소리 선생님은 이 엽서를 학교 자기 자리에 붙여두고 매일 본다고 하였다.
나는 그 때부터 이 선생님을 “소리쌤!”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복음의 소리가 소리 선생님을 통해 학교 현장에 펼쳐나가기를 소망하며 계속 축복하라는 마음을 하나님께서 부어주신 것이다.
며칠 후에 소리 선생님으로부터 이런 쪽지가 들어왔다.
“선생님, 저에게 좋은 소식이 생겼어요. 6학년 여학생 두 명이랑 다음 주 화요일부터 학교를 위해서 기도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주에 학생한테 말씀 카드 주면서 학교를 위해 같이 기도하는 게 어떨지 물어봤는데 오늘 한다고 대답하더라구요. 담주 화요일 첫 시작인데, 첫 기도모임은 어떻게 진행하고 뭘 준비하면 좋을까요?”
나는 이 글을 읽으며 얼마나 가슴이 뛰었는지 모른다. 은혜 받은 자, 은혜 받은 자의 모습을 소리 선생님에게서 발견했기 때문이다. 은혜를 받은 사람이라면 받은 것으로 그치지 않고, 그 다음 행동이 뒤따라야만 한다. 예배나 집회 때 보면 “은혜 받았고 말씀이 참 좋았어요.”라고 고백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 다음 행동으로 나타나는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에 소리 선생님의 발걸음이 더욱 귀하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은혜 받은 사람은 은혜 받은 사람다운 행함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을 하나님께서는 소리 선생님을 통해 다시금 깨닫게 하셨다. 나는 소리 선생님에게 아이들과 만나는데 필요한 몇 가지 조언을 해주었다. 그리고 기도로 축복해주었다.

오지 않은 여학생과 온 남학생
그 다음에 온 소리 선생님의 소식은, 기다렸던 두 여학생이 오지 않았다는 연락이었다. 안타까워하지 않을까 순간 생각했지만, 소리 선생님의 이어지는 내용은 이러했다.
“그런데요. 선생님. 하나님께서 다른 남학생 한 명을 보내주셨어요. 기다리던 여학생은 오지 않았지만, 하나님께서는 더욱 급하고 필요한 남학생을 보내주신 거예요. 6학년인데요.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가정에 어려움이 많고 상처도 많은 아이더라구요. 그래서 기도하고 말씀 갈피 선물로 주고, 또 만나기로 했어요.”
소리 선생님의 기뻐하는 모습과 하나님께 감사, 감격하는 모습이 보이는 듯 했다. 그 남학생은 소리 선생님과의 만남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또한 소리 선생님 입장에서도 그럴 것이다. 앞으로 그 아이에게, 또 이 기도 모임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하나님께서는 순간순간 우리에게 선택과 결단을 하게 하시고, 기도하게 하시고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가신다는 것을 신뢰할 때 놀라운 복음의 역사는 계속 진행될 것이다.
소리 선생님은 두 명의 여학생이 오지 않은 것에 실망하지 않았다. 그리고 보내주신 한 남학생을 귀하게 보는 영적인 눈이 열려 있었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복음의 소리 기독교사들이여
그 이후 소리쌤은 영훈센타에서 진행하고 있는 유쓰월요집회에 참여해 눈물로 기도했다. 그리고 기독교사모임 기도회 등에 매번 참석하기 시작했다.
하나님에 대한 사랑과 복음에 대한 열정, 그리고 하나님께서 주신 지혜와 지식의 은사를 가지고 나아가는 선생님, 무엇보다 하나님의 마음으로 제자들을 품고자 하는 소리 선생님의 모습을 보며, 이 시대 기독교사들을 다시금 떠올리며 더욱 간절하게 기도하게 되었다.
예수그리스도를 보내주시며 십자가에 못 박기까지 우리를 사랑하신 하나님. 그 포기하지 않는 사랑이 이 시대 기독 교사들의 마음 가운데 가득하기를 기도한다. 소리쌤과 같은 복음의 소리를 외치며 헌신하는 귀한 기독교사 한 사람 한 사람이 우리나라 전국의 모든 학교에서 불일 듯 일어나기를 소망하며, 오늘도 두 손을 모아 간절히 기도한다.
 
 
이 땅의 교육 현장의 기독교사들을 위한 기도를 계속 부탁드립니다.
한 선생님의 기도는 한 학교를 살립니다. 제자들과 우리 아이들 동료교사를 구원합니다. 하나님께서 참으로 기뻐하시는 사역입니다.
인내 가운데 소망을 잃지 않고, 계속해서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구하며 눈물로 기도하기를 소원하며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영훈고에서 울보선생 드림
 
 
눈물을 흘리리라
-기독교사의 시
 
무너지는 학교
무너지는 가정
무너지는 아이들
무너지는 제자들
 
손에 손 잡고
가슴 따뜻한 인정을
나누는 교실이 아니라
 
네가 무너지고
내가 무너지고
교사가 무너지고
제자들이 무너지는
 
이 패악한 세상
이 험악한 교실에서
깨어 있는 교사로 살리라
다짐에 맹서하건만
물밀 듯 찾아드는
허탈감과 고독
 
사랑을 베풀리라
사랑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내 뜨거운 가슴 열어놓고
아이들에게 다가가리라
 
금석金石 같은 마음으로
얼마나 다짐했나
얼마나 결심했나
 
그러나 그러나
소명의식의 다짐도
동료교사의 격려도
학부모의 질타와
아이들의 냉소에
뒷전으로 밀려난
이 시대의 교사
 
이제는 무엇으로
이들을 만나야 하는가
이제는 어떤 용기로
이 땅의 교육을 책임져야 하는가
 
주님 주신 사랑
십자가에 못박히도록
우리를 사랑하신 그 마음
그 마음이 필요한 때
그 사랑이 요구되는 때

오직 눈물로 기도하리라
오직 주님만을 바라보며
그 느꺼운 사랑을
공급받으리라
 
두 손 마주 잡고
교단에 무릎 꿇고
아이들의 순전한 영혼을 생각하며
회복의 기도를 드리리라
 
사도의 길은
주님이 허락하신 골고다 언덕길
이 험난한 고갯길을
나의 십자가를 메고
교사의 멍에를 메고
묵묵히 전진하리라
주님께서 도우시리니
주님께서 함께 그 십자가를
지워주시리니.
 
최관하 시
 
 
(계시록 7:17) 이는 보좌 가운데 계신 어린 양이 저희의 목자가 되사 생명수 샘으로 인도하시고 하나님께서 저희 눈에서 모든 눈물을 씻어 주실 것임이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