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교회 가자
금요 심야 기도회
내가 섬기는 교회의 금요 심야 기도회가 있는 날.
기도회 시작 3시간 전에 이 날의 설교자가 나라는 사실을 교회로부터 갑자기 전해 듣고, 방으로 들어가 짧은 시간 안에 어떤 말씀을 준비하고 설교해야 하는지 알려달라고 하나님께 부르짖었다.
특히 전도사역팀 주관의 기도회인 것을 참고해야 했고, 교회 차원에서 500여명의 전도 대상자를 놓고 기도하던 중, 다가오는 주일에는 새생명 대축제 예배이기 때문에 이 날의 금요심야기도회는 기도로 무장하는 것이 요구되는 시점이었다.
나는 설교를 마무리하고, 교회를 행했다. 운전을 하면서, 계속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구하는 기도를 드렸다. 성령님의 인도하심에 따라 영혼을 사랑하는 마음을 부어달라고 운전하며 기도하였다. 하나님께서는 기도하는 가운데 제자 한 명을 떠올려주셨다.
하나님께서 떠오르게 하시며
그 아이의 이름은 재철이다.
재철이는 현재 내가 담임을 맡고 있는 고3 아이인데, 일명 ‘학생 같지 않은 학생’이라고 해야 할까? 지각과 결석은 말할 것도 없고, 폭력과 절도 등등, 그리고 밖에서도 재판에 연결중인 사건이 두 개나 있는 아이다.
나는 이 아이가 고등학교를 무사히 졸업하기를 기도하고 있었고, 나를 떠나기 전에 꼭 예수님께서 만나달라는 기도를 계속 드리고 있었다. 이런 재철이를 하나님께서 내 머릿속에 떠올려주신 것이다.
하나님께서 생각나게 하시면 나는 바로 그 사람에게 전화를 하는 습관이 있다. 그날도 재철이에게 바로 전화를 했다. 그러면서도 재철이가 이 이른 저녁에 집에 있을까 하는 의아심이 들었다. 워낙 낮과 밤 없이 놀러다니고, 무리지어 다니는 아이인지라, 그런 생각이 든 것이다.
교회 가자
“네, 선생님.”
특유의 재철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재철아, 어디니?”
“집인데요.”
‘집이라니, 이 시간에?’
나는 불현 듯 놀랐다. 무엇인가 하나님께서 인도하신다는 확신이 더욱 강하게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전혀 내색을 하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
“그래~, 안 나가니?”
“나갔다 들어왔어요. 이제는 안 나갈거구요.”
“그래? 재철아, 선생님하고 교회 가자”
나는 기도하는 심정으로 재철이에게 말했다. 놀랍게도 재철이는 바로 대답을 해왔다.
“알겠습니다.”
움직이는 제자
나는 재철이와 같은 청소년들과 26년을 생활해 온 교사다. 그래서 어느 정도 아이들의 생각과 습관과 생각, 문화를 알고 있다. 선생님이 이렇게 교회를 가자고 할 때 대체로 아이들은 이렇게 바로 “알겠습니다”라고 대답을 하지 않는다.
“언제 가는데요?’
‘몇 시에 끝나는데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이런 식으로 질문을 하거나 불확실하게 대답을 한다. 그래서 이렇게 재철이처럼 명확하게, 그것도 바로 응답을 하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재철이에게 이어서 말했다.
“재철아, 그럼 덕성여대 앞에 편의점 알지? 거기서 만나자. 내가 그쪽으로 지나가니까 가면서 태워갈게. 바로 나와.”
“알겠습니다.”
친구랑 같이 가요
하나님께서 재철이를 교회로 인도하라는 날이 오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사하며 기도하고 계속 운전을 하던 중이었다. 핸드폰으로 문자가 들어왔다. 언뜻 보니 재철이가 보낸 문자 같았다.
‘못 간다는 문자를 보낸 건가?’
나는 문자 내용을 살펴 보았다.
“선생님, 조중현과 같이 가겠습니다.”
중현이는 우리 반 옆반 아이다. 재철이와 단짝 친구인데, 결손 가정의 자녀로, 역시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다니는 학생 중 한 명이다.
나는 불현듯 십대들의 또래 집단이 떠올랐다. 십대는 혼자인 것을 잘 참지 못한다. 그래서 비슷한 부류의 아이들과 어울리기를 원한다.
이것을 부모들은 오해하여 자기의 아이가 자기보다 더 친구를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자녀가 부모보다 친구를 더 좋아하는 것을 표현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십대들의 특징이고, 이제 부모로부터, 친구라는 세상으로, 그리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일 뿐이다.
가장 좋은 전도지는 사람
나는 재철이를 위해 기도하고 있었는데, 재철이는 마음속에 중현이를 떠올렸던 것이다.
통계상으로 보면, 한 사람의 뒤에는 70명에서 200명의 사람들이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예수님을 잘 믿는 한 사람을 잡아당기면 줄줄이 묶여온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외칠 수 있다.
“나는 전도지다.”
가장 좋은 전도지는 사람이다. 어떤 선물이나 상품보다 전도의 도구로 사용되는 것은 사람이다. 사람이 마음에 들면 교회가 크고 작고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예수님은 움직이는 교회였다. 그것처럼 우리도 움직이는 교회로 살아가야 한다. 그래서 우리 한 사람 자체가 바로 전도지의 의미가 있다.
재철이와 중현이를 차에 태우고 교회로 가는 내 마음엔 형언할 수 없는 기쁨이 있었다. 특히 한 학기 동안 여러 사건들에 연루되어 있던 재철이는 그나마 지금까지 학교를 다닐 수 있었던 것에 대해, 나에게 간간히 감사의 마음을 표현해 왔었기 때문에, 하나님의 감동이 이 아이를 변화시켜주시리라 하는 믿음이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생각지도 못했던 중현이까지 붙여주신 하나님께 무척 감사했다.
하나님이 사랑하시나 봐
나는 운전 중에 중현이에게 말을 건넸다.
“중현아, 너는 교회 다녀본 적 있니?”
“네, 선생님. 초등학교 때 교회에서 먹을 것 준다고 해서 한 번 간 적이 있었어요.”
나는 웃으며 말했다.
“그랬구나~. 그럼 그 후에 간 적은 없니?”
“네, 없어요.”
초등학교 때 이후,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오면서 교회를 다니지 못했던 중현이가 교회에 나온 것, 게다가 금요 심야 기도회에 참석하는 것은 중현이의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일이 될 것이다.
재철은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교회에 나갔었다고 했다.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지 못해 행동에 문제가 있지만, 그래도 하나님께서 이 아이를 꽉 붙잡아 주시리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렇구나. 하나님께서 재철이와 중현이를 무척 사랑하시는 것 같아. 그러니까 오늘 너희를 생각나게 하시고, 또 이렇게 교회에 가게 하시니까 말야.”
은혜를 부어주신 하나님
두 시간 동안 계속된 금요심야 기도회에 하나님께서는 크신 은혜를 부어주셨다. 나는 설교 중에 이 두 아이를 데리고 오게 되는 과정을 성도님들과 나누었고, 성도님들은 기도하게 하시고 때가 되어 생각나게 하시고, 인도하게 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맛볼 수 있었다.
재철이와 중현이는 성도들과 함께 찬양하고, 설교 듣고, 기도하며 두 시간을 내 옆에서 함께 하고 있었다. 나는 기도 중에 아이들의 손을 맞잡고 기도했다. 하나님께서 이 아이들을 꼭 만나주시고, 교회에 출석하며, 온전한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여 달라고 기도했다. 어느덧 내 눈에서는 하나님께서 주시는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
재철이와 중현이가 주님을 깊이 만나고, 하나님의 일꾼으로 성장하기를 위하여 기도 부탁드립니다. 인도하시는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할렐루야, 아멘!
영훈고에서
울보선생 최관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