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응시료가 없어요
자꾸 떨어져요
“선생님, 죄송해요. 저, 또 떨어졌어요.”
직업 위탁생으로 일주일에 월요일만 영훈고로 오고, 5일은 직업학교에서 생활하고 있는 지현이가 월요일에 등교하자마자 나를 보고 처음 한 말이다. 나는 안타깝지만 위로하는 듯한 눈길로 지현이에게 말했다.
“에구, 지현아. 마음이 안 좋겠구나. 그치?”
지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선생님. 벌써 두 번째예요.”
‘난 역시 안 돼.’ 하는 듯 자신을 책망하는 듯한 얼굴로 나를 보는, 지현이를 대하는 내 마음도 편치 않았다.
지현이는 제과제빵사의 꿈을 가지고 직업 위탁생이 되었다. 그런데 자격증을 취득하는 과정에서의 필기 시험이 있는데, 계속 그 시험에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래도 지현아. 힘 내. 결국은 잘 될거야. 너 열심히 하고 잖아. 그런데 그렇게 외울 것이 많다면서~. 네가 포기하지 않고 자꾸 공부하다 보면 결국 다 기억나게 될거야. 시험도 합격할거고.”
나는 지현이의 눈을 마주치며 이렇게 격려했다. 지현이는 생긋 웃는 듯 하더니 한숨을 축 내쉬었다.
시험 응시료가 없어요
나는 지현이에게 말했다.
“지현아, 왜 또 무슨 걱정 있니?”
지현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살며시 미소를 띠며 물었다.
“왜? 무슨 일인데. 선생님이 알면 안 될까? 너 혼자 걱정하지 말고.”
잠시 후 지현이는 마음에 결심을 한 듯이 입을 열었다.
“선생님, 사실은 다시 시험 볼 기회는 있는데, 그 응시료가 없어서요. 지난 번 것도 친구한테 빌려서 시험 봤던 거거든요. 시험 볼 때마다 돈을 내야 해야 해서 이번에 꼭 합격했어야 되는데~ 바보같이. 5점 차이로 떨어졌어요.”
지현이의 가정은 편모 가정이다. 초등학교 때 부모님은 이혼을 했고, 어머니와 동생 셋이서 살고 있다. 등록금은 국가에서 주는 지원금으로 해결하고 있다. 가정 형편이 매우 어려운 것은 알았지만, 시험 응시료까지 걱정할 정도라고까지는 나는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지현이는 계속 말을 이었다.
“선생님, 아직 동사무소에서 원클릭 돈이 입금이 안 되어서요. 등록금하고 급식비 이런 게 다 빠져나가나 봐요. 그래서 통장에도 돈이 없구요. 저는 엄마 미안해서 점심 굶으면서 다니고 았었어요~. 급식비 아끼고, 그리고 교통비 아끼려고 학교까지 걸어다니고 있어요.”
함께 기도하자
말문이 열린 지현이의 입술을 나는 주시하며, 생각하지도 못한 말에 잠시 당황하고 있었다. 지현이의 집에서 직업학교까지 결어가려면 40분 이상은 걸어야 할 텐데, 점심을 굶으며 생활하고, 교통비까지도 염려하며 살아야 하는 지현이. 무엇보다 이 아이의 마음속에 있을 물질적 곤핍함으로 인한 주눅듦이 자리 잡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내 가슴 깊은 곳에서 솟아났다. 나는 이네 마음속으로 기도하고 있었다.
‘하나님, 지현이를 축복하여 주시고 위로하여 주옵소서.’
“그래, 지현아. 그랬구나. 참 어려운 환경이지만 늬가 열심히 생활하고 있어서 나는 무척 기쁜데~. 그리고 돈 때문에 너의 꿈이 사그러드는 것은 진짜 올바른 것은 아닐거야. 선생님하고 같이 기도하자. 그럼 하나님께서 너의 길을 다 열어주실 거라 믿어. 합격도 주실 것이고 말야. 아마 선생님 생각에 하나님께서 너의 기도 소리를 듣고 싶으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하하하.”
밝게 이야기 하는 나의 말을 들으며, 지현이는 숙였던 고개를 들고 얼굴에 환한 미소를 띠었다. 나는 지현이와 함께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구하며 기도했다.
붙을 때까지 지원하라
그 날 종례하기 전 나는 지현이를 불렀다. 지현이는 예의 그 밝은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지현아, 하나님께 기도했니?”
지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선생님.”
“그래, 그렇구나. 네 응시료 문제가 해결된 것 같아. 자, 여기~”
나는 밝게 웃으며 지현이에게 격려의 글을 쓴 엽서와 응시료가 들어 있는 봉투, 그리고 자필 사인을 한 나의 저서 ‘울보선생의 울보아이들’ 한 권을 앞에 내밀었다.
“선생님, 이게 뭐예요.”
“응~ 사실은 아까 오전에 너와 대화를 하는 중에 하나님께서 선생님에게 너를 위해서 기도하고, 또 시험 붙을 때까지 응시료를 도와주라고 마음을 주셔서 말야. 하하하. 그래서~. 선생님은 하나님 말씀에 잘 순종하는 사람인 것 너 알지?”
순간 지현이의 눈망울이 흔들렸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았다. 그 때를 놓치지 않고 나는 더욱 활짝 웃으며 말했다.
“지현아, 근데 네가 자꾸 떨어지면 내가 자꾸 지원해야 하는 것 알지? 하하하. 그러니까 앞으로 네 번 정도는 더 볼 수 있는 금액이니까~ 그 안에 붙자. 우리~. 응? 꼭! 너를 위해서 그리고 나를 위해서~ 응?”
지현이는 눈물이 가득 담긴 얼굴로 웃음을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지현이를 격려하며 다시 한 번 기도했다.
“사랑의 하나님. 우리 사랑하는 제자 지현이를 축복하여주옵소서. 어려운 가정 환경 속에서도 이렇게 꿈을 키워나가고 있는 지현이를 꼭 만나주시고, 지현이 마음속에 거하여 주옵소서. 그리고 물질의 어려움 때문에 주눅 들지 않도록 하여주시고,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따라 열심히 순종하고 노력하여 모든 자격증도 잘 따고 또 소망하는 비전도 이루어주옵소서. 이번에 지현이를 돕고 기도할 수 있도록 하여주신 것에 감사를 드립니다. 앞으로의 삶에도 풍성한 은혜를 주시고, 또 기쁨과 축복이 가득한 삶의 주인공이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기도가 계속되는 동안 지현이의 어깨가 흔들리는 것을 감지했다. 지현이는 참았던 울음을 떠뜨리고 있었다.
‘그동안 지현이가 얼마나 많은 말을 삼키고 있었을까? 얼마나 많은 말을 하고 싶었을까?’
그것을 느끼게 하시며 계속 기도하게 하시는 하나님께 감사했다.
그건 보너스야
그리고 2주일 후 지현이의 합격 소식이 들려왔다.
“선생님. 저 합격했어요. 정말 감사해요. 선생님.”
나는 무척 기뻐하며 외쳤다. 과거에 내가 시험에 합격했던 순간보다 더 기뻤다.
“우와, 지현아, 정말 축하해. 하나님께서 너의 기도를 들어주셨구나. 하하하.”
“네, 선생님. 정말 그런 것 같아요. 그런데 선생님. 돈이 남았어요. 어떻게 돌려드리면 되나요?”
나는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돌려주다니. 그건 어차피 네 건데~ 음. 합격했으니까~ 그래 그건 보너스 하자. 하나님께서 너에게 주신 보너스야~. 축하해.”
이 글을 읽는 여러분! 지현이가 꼭 기도하는 제과제빵사가 되기를 위하여 기도해주세요. 감사합니다.
영훈고에서 울보선생 최관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