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훈고 3-14 스승의 날
작성자
최*하
작성일
15.07.25
조회수
1642

영훈고 3-14 스승의 날
 
아이들 두 명예요
“선생님, 아이들이 두 명 와 있어요.”
스승의 날, 아침 8시 30분. 회장 승윤이로부터 들어온 문자다. 아니나 다를까 항상 늦게 오는 아이들인지라, 특별한 수업이 없는 오늘은 9시 정도에 교실로 들어설 작정이었다.
그런데 잠시 후 소미가 교무실로 왔다.
“선생님, 저 지난 번 말씀드린 거 있죠? 그것 어떻게 되었나요?”
소미가 말한 내용은 스승의 날 분위기에 맞지 않는 얘기였다. 하지만 교사 업무가 스승의 날이라고 해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기에 나는 이내 답변을 주었다.
“응, 소미야,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아직 아무런 연락이 없어서.”
“네, 선생님. 그런데 교실로 안 가세요?”
나는 소미의 말에 이끌리다시피 하며 말했다.
“가자. 소미야. 아이들이 많이 안 왔다고 해서, 좀 있다 올라가려고 했어.”
 
선생님을 속인 아이들
나는 소미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5층 계단을 올라갔다. 계단을 거의 다 올라가서야 나는 무엇인가 이상한 낌새를 감지할 수 있었다. 계단 끝에 우리 반이 있는데 아이들의 인기척이 느껴진 것이다. 교실 문 앞에 섰을 때 나는 아이들이 두 명이 와 있는 게 아니라, 두세 명이 빠지고 다 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책상은 모두 뒤로 밀려 있었고, 교실의 불은 다 꺼져 있었다. 그리고 칠판에 “스승의 은혜 감사합니다. 관하와 아이들”이라고 적혀 있었다.
또한 교탁에는 케잌과 작은 박스, 꽃 등이 있었다. 어느 새 케잌 위에 불이 붙어 있었다.
혜수, 서영이, 소미, 준영이, 재희, 태영이, 동형이, 윤철이, 승윤이, 기현이, 지훈이, 현영이, 재훈이 그리고 직업학교를 가지 않고 결석을 하며 학교로 온 광원이가 있었다.
아이들은 내 생각과는 완전히 다른,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이내 상기된 얼굴과 목소리로 말했다.
“얘들아, 너희들, 뭐야?”
내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주님의 마음을 품고
그것은 우리 학급이 영훈고 생활교양반이라는 이름으로 학교의 여러 반과는 좀 다른 면이 있기 때문이다. 대학과는 거리가 좀 있는 것 같은, 말도 행동도 거칠고, 가정적으로 어려움도 많은 아이들. 그러나 나는 이 아이들을 맡겠다고 주님의 마음으로 자원을 했고, 직업위탁생 포함 49명의 담임이 되었다.
아침마다 매일 청소를 한다 해도 이상하리만치 화가 나지 않는다. 그 점이 무척 감사하다. 청소하고 있는 내 앞에서 발을 번쩍 들며, ‘여기도요’ 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화가 나지 않는다. 내 앞에서 욕을 섞어 자기들의 일상 대화를 해도 화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감사하다.
그냥 내 아들 딸 같다. 망가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아는 마음을 주신 주님께 감사하다. 내가 아이들과 똑같이 따라 하지는 않지만, 아이들과 소통이 되고 있는 것이 참 기쁘고 감사하다.
이 아이들은 결국 변화될 것이 틀림 없기 때문이다. 활자로 된 지식보다 더 큰 지식을 알게 될 것이고, 또한 주님의 지혜로 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의 말도 안 되는 것 같은 상황을 감사함으로 받게 하시는 것 같다. 주님의 마음으로 주님의 섬김으로 이 아이들을 끝까지 사랑해야 한다는 마음을 주신 주님께 참으로 감사하다.
 
감동의 케잌, 그리고 사랑해요
아이들은 나를 보며 활짝 웃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스승의 날 축하드려요~. 케잌 불 끄셔야죠.”
나는 촛불을 껐다. 그와 동시에 아이들은 ‘스승의 은혜’ 노래를 불렀다. 이어서 보컬을 전공으로 하는 광원이가 축하 노래를 즉석에서 불러 환호를 받았다. 서영이와 ‘도깨비 빤스’라는 율동도 같이 했다. 아이들과 나는 참 기쁜 즐거움에 휩싸였다.
아이들은 넥타이와 양말, 립크린을 선물로 준비했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감동적인 것은 케잌이었다. 이 케잌은 그냥 사 온 것이 아니라, 직접 만들고 디자인하고 제작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너무 예쁘고 정성이 담겨져 있는 것이 느껴졌다. 케잌에는 학급을 상징하는 ‘14’가 세워져 있고, 십자가 사이에 내 얼굴과 예수님 얼굴, 그리고 이렇게 적혀 있었다.
‘관하와 아이들~ 사랑해요~’

감동의 아이들
이내 내 눈에서는 눈물이 핑 돌기 시작했다.
‘저걸~ 언제 만들었지?’
이 아이들은 더 이상 말썽꾸러기가 아니었다. 선생님을 감동시킬 줄 아는 아이들이었다.
그리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한 가지 이유가 나를 더욱 감동시켰다. 이 아이들 중 여러 명은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늦게까지 아르바이트를 하면 아침에 못 일어나 학교를 지각하는 아이들인데, 오늘 아침 스승의 날 선생님을 축하하기 위해, 아예 잠을 안 자고 밤을 샌 후, 아침 6시에 학교로 등교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나는 아이들 한 명 한 명씩을 꼭 안아주었다. 진한 사랑과 정겨움이 느껴졌다.
내 마음속에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랑하는 제자들, 어떤 아픔과 상처가 있어도 이제 다 회복되고 힘을 얻고 앞으로 전진해 나갈거야. 소중한 체험도 하고, 추억도 쌓고, 또 귀한 분들도 만나고, 무엇보다 사랑을 베풀며 사는 아이들이 될거야. 힘내렴. 주님의 이름으로 더욱 축복한다. 사랑하는 제자들아.’
 
감동의 눈물을 흘리고
얼마 전 선도위원회에 갔던 재희를 안았을 때는 눈물이 주루룩 흘렀다. 한참을 그렇게 안고 있었을 때 재희도 눈물이 글썽거리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금년 스승의 날, 그 어느 해보다도 감동이 있고, 감사가 있고, 기쁨이 가득한 스승의 날이었다. 하나님께 무척 감사한 스승의 날이었다. 나는 아이들을 둘러서게 하고 손을 잡게 했다. 그리고 기도했다.
“하나님, 부족한 저를 위해 우리 아이들이 밤을 새우다시피하며 케잌을 만들고 또 여러 모양으로 부족한 저를 축복하였습니다. 사랑하는 우리 제자들을 기억하여 주시고, 은혜로 가득 채워주시옵소서. 여러 가지 힘들고 어려운 상황들에 주눅 들지 않고 전진해 나아가는 우리 아이들 되게 하여주시옵소서...”
아이들은 몸을 비틀고 장난치는 듯 했지만, 기도는 계속되었고, 또한 무사히 끝났다.
하나님께서는 우리 아이들을 더욱 성장시켜 주실 것이다. 이 세상에 아름다운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으로 축복하실 것이다. 그 하나님을 나는 믿는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금년에 함께하게 하신 우리 아이들을 사랑하고 축복한다. 하나님께서는 반드시 이 아이들을, 스승인 나보다도 더욱 아름답게 사용하실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