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터질 것 같아요
작성자
최*하
작성일
15.07.25
조회수
1576

가슴이 터질 것 같아요
 
노래방 가고 싶어요
“선생님, 속이 터질 것 같아요.”
조용한 교무실에서 열심히 업무를 하고 있는데, 문득 등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흠칫 놀라 고개를 돌려 보았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우리 반 정태였다.
나는 이내 미소를 띠며 부드럽게 말했다.
“응, 정태야. 무슨 일 있니?”
정태는 있는 대로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선생님, 저요. 지금 외출 좀 내 보내주시면 안 될까요? 속이 막 터질 것 같아요. 미치겠어요. 나가서 밥 좀 먹고, 노래방 가서 한 시간 정도 소리 지르다 오면 좋겠어요.”
나는 여전히 부드러운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
“그렇구나, 정태야. 너 많이 힘들구나.”
“네, 선생님.”
 
다혈질 아이
정태는 다혈질이다. 정태의 이 다혈질적 기질은 그동안 여러 다양한 현상으로 나타났다.
수업 시간이나 쉬는 시간 할 것 없이, 교실과 복도, 교정에서 갑자기 소리를 지르거나 뛰어 다니고, 체육복을 갈아입는다고 하면서 여학생이 있든 없든 교실 유리창 난간에 서서 커텐을 걸치고 옷을 갈아 입고, 학급 산행을 할 때 소리를 질러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일 등 정태와 관련된 일들은 매우 많았다.
정태가 놀고 싶어서 나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정태는 내가 학급 담임을 한 이후 여러 돌발적인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나는 이 날도 정태의 말을 그대로 순순히 믿었다. 정태에게 무엇인가 가슴이 꽉 막히고 답답증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면서도 내 마음은 크게 동요하지 않았고, 한편으로 정태의 속마음을 더욱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에 감사했다.
나에게는 담임으로서, 그리고 교사로서, 그리고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을 품고 정태의 요청에 대한 판단이 필요했다.
나는 정태의 눈을 보며 말했다.
“그래, 밥 먹고 노래 부르다가 오면 속이 시원해잘 것 같니?”
정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선생님.”
 
또 그럴 것 같아요
“그래? 그럼 그렇게 하렴.”
흔쾌히 말하는 나를 보는 정태의 눈이 휘둥그레 졌다.
“정말요?”
나는 정태에게 외출증을 끊어 주었다. 점심 시간을 포함해서 약 두 시간 정도의 시간을 허락했다. 차라리 조퇴를 하면 어떻겠냐는 나에게, 정태는 조퇴는 싫다고 하며 외출을 원했고 나는 그것을 허락한 것이다. 나는 정태를 내보내기 전에 정태의 손을 잡고 잠시 기도했다. 정태의 속마음이 안정을 찾고 평안해지기를 하나님께 간구했다.
정태는 약속대로 두 시간 만에 학교로 돌아왔다. 교무실로 찾아온 정태와 마주 앉았다.
“정태야, 밥은 먹었니?”
“네, 선생님.”
“노래방도 갔었고?”
“네~.”
나는 여전히 미소를 띠며 말을 이었다.
“그래, 어떠니? 마음이 좀 편안해졌어?”
정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까보단요. 근데 또 그럴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나는 나를 바라보는 정태와 눈을 마주하며 말했다.
“맞아, 정태야. 정태에게는 욱하는 성격이 있는 것 같은데 그게 쉽게 고쳐지지는 않을 것 같아. 어쩌지? 이 성격을 계속 가지고 살아가면 가까운 사람들이 힘들어질 수도 있고, 너야 당연히 힘들거고~.”

가정에서 외톨이예요
정태는 평소에 쾌활한 이상으로 불안해보였다.
그것은 일시적인 이유가 아닌, 지속적으로 이 아이의 내면 속에 있는 무엇인가가 작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태는 시원하게 말을 잘 풀어가는 아이였고, 솔직한 아이였다. 정태는 자기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선생님, 사실은 저희 아버지가 싫어요. 저희 아버지도 욱하는 성격이 있는데, 그것을 닮은 저도 싫구요. 하여튼 아버지만 떠올리면 짜증이 나요. 그리고 누나도 싫어요. 누나는 대학생인데, 공부도 잘하거든요. 그런데 저는 아무 것도 할 줄 아는 게 없고~, 그냥 사는게 재미가 없어요. 답답하고요. 매일매일 똑같이 노는 것, 반복하는 것도 이젠 지겨워요.”
정태는 일사천리로 자기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었다.
가정에서의 외톨이 같은 느낌, 가족이 있지만 자기 편이 없는 듯한 공허감 그리고 무기력함 등이 정태를 짓누르고 있었다.
영훈고에서 특별한 학급인 우리 반 아이들은 대체로 정태와 비슷한 점이 있다. 대학에 갈 수 없는 성적, 그리고 밖으로 나돌며 세상의 때를 묻히고 살아가는 모습, 욕을 빼면 말하기 어려워하는 아이들, 그리고 거친 몸짓, 무엇보다 꿈과 비전을 찾지 못한 이 아이들을 하나님께서는 금년에 나에게 감당하라고 맡겨 주셨다.
 
예수님을 소개하며
나는 주님의 평강을 구하며 정태에게 말했다.
“정태야, 네가 많이 힘들었구나. 그동안. 아버지와 관계가 어려운 것이나 욱하는 성격이 예전의 나랑 많이 닮았어. 그래서 반가워. 하하하, 나도 그랬었거든. 나는 욱하면 주먹으로 유리창을 깬 적도 있고, 군대에서도 큰일 날 뻔 했지. 그런데 정태야. 이런 욱하는 성격으로 계속 살아가다보면 위험한 일이 많이 생길거야. 그렇지?”
정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나는 계속 부드럽게 미소를 띠며 이어 말했다.
“선생님이 변화된 것은 세상의 방법이 아니라, 예수님을 믿고 기도하는 사람이 된 것 때문이야. 정태도 예수님을 잘 믿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예수님의 평강이 네 속에 가득하게 되거든. 그러면 네 성격뿐만 아니라, 인생이 변화될 수 있는거야. 정태네 가정은 종교가 없다고 내가 알고 있는데 맞니?”
“네~.”
“정태는, 어떠니?”
“저희 집하고 저는 상관 없어요. 저 교회 다녀도 돼요.” “그렇구나. 그럼 선생님 다니는 교회 가보면 어떨까? 승윤이도 지금 우리 교회에 다니고 있거든.”
정태는 눈을 똥그랗게 뜨며 말했다.
“승윤이도요?”
“응.”
승윤이는 우리반 회장이다. 고3이긴 하지만, 현재 내가 섬기고 있는 우이제일교회 청년부로 출석하고 있다. 정태는 이내 말했다.
“알겠어요. 선생님. 저도 갈게요. 이번 주부터요.”
 
어떤 상황 가운데서도 한 영혼을 구원하기 원하시는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정태가 육신의 부모로부터 물려 받은 잘못된 영향력이 끊어지고, 예수그리스도의 평강과 구원의 은혜가 가득한 천국 백성 되기를 소망하며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영훈고에서 ‘울보선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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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방송했던 내용이 유튜브에 떴네요. 시간 될 때 한 번 보시길 바랍니다. 샬롬!
https://www.youtube.com/watch?v=JjzOQwnT8I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