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님, 저 한예종에 합격했어요
작성자
최*하
작성일
15.07.25
조회수
1788

스승님, 저 한예종에 합격했어요
 
 
“스승님, 잘 지내고 계신가요? 저 한설이예요. 기쁜 소식도 전해드릴 겸 한 번 뵙고 싶습니다. 조만간 학교 가서 찾아뵙겠습니다.”
 
수업 중에 나의 핸드폰으로 들어온 문자의 내용이다.
6년 전, 한설이가 고1 때, 나는 한설이의 담임교사였고 당시 한설이는 우리 반 회장이었다. 성격이 매우 좋고 활발하여 아이들의 인기를 한껏 누리는 아이였다. 그런데 학급에서뿐만 아니라, 학교 전체에서도 아이들이 한설이를 꽤 좋아했다. 어떤 날은 학교의 아이들이 우리 반으로 몰려와 한설이 얼굴을 보려고 아우성치기도 하였다.
나는 이 아이가 연예인인가 하는 생각과, 도대체 이 아이의 매력이 무엇이길래 아이들이 이렇게 교실까지 찾아오나 하는 생각으로 궁금해 했다.
 
그 이유는 곧 밝혀졌다. 1학년 수학여행 때 한설이는 동기 친구들과 함께 댄스팀을 결성했다. 그리고 그 무대를 장악했다. 나는 깜짝 놀랐다. 한설이의 춤은 이미 아마추어를 넘어선 수준이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뚜렷한 외모와 눈망울, 서글서글하고 유머 있는 분위기와 말투, 한설이는 이미 중학교 때부터 영웅으로 칭송되고 있었다. 그로 인해서 한설이는 더욱 자기가 드러나 교만해질까봐 조심했다고 한다.
학부모 참관 수업 때 한설이 어머니가 오셨다. 다른 아이들의 어머니 네 분도 자리를 함께 하셨다. 그 때 나는 아이들에게 ‘어머니를 사랑하는 스무 가지 이유’를 쓰게 했고, 어머니에게는 ‘아들을 사랑하는 스무 가지 이유’를 쓰게 했다. 그리고 자리를 하신 어머니들에게 직접 앞으로 나와 아들에게 읽어주도록 했다. 아이들에게도 같은 주문을 했다. 어머니들과 아이들은 큰 감동을 맛보았고, 어머니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하였다.
 
그리고 한설이는 영훈고를 무사히 졸업하였다. 고3이 되어서 연기를 전공한다고 학원을 다니곤 하였다. 하지만 한설이는 대학에 블합격 하였다. 그리고 다시 공부를 하는 것으로 나는 알고 있었다. 그 와중에 오늘 한설이에게서 참으로 오랜만에 연락이 온 것이다.
나는 이내 전화를 걸었다.
“한설아, 반가워.”
“네, 스승님. 안녕하셨어요?
한설이는 나를 항상 ‘선생님’뿐만 아니라, ‘스승님’이라고 불러왔다. 그래서 더욱 정겨웠고, 가깝게 느껴지는 느낌이 있었다.
“응, 한설아. 어머니도 안녕하시고?”
“네.”
“그래. 좋은 일이라는 게 뭐니?‘
한설이는 쾌활한 목소리로 말했다.
 
“선생님, 저 삼수했잖아요.”
나는 재수인 줄 알았는데 벌서 삼수라니. 다시 물었다.
“아, 그랬구나. 그런데?”
“네, 선생님. 이번에 한예종 합격했어요. 연기과에 최종합격요. 하하하.”
나는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우와, 정말? 한설아 축하한다. 정말 잘했구나.”
“네, 선생님. 학교 다닐 때 저 위해서 기도 많이 해주셔서 감사해요. 그 덕분에요, 선생님.”
“그렇게 생각하니까 더 감사하구나.”
 
한설이의 목소리가 잡시 멈추는 듯 하다가 이내 말을 이었다.
“선생님, 그런데요... 대학 합격보다 더 기쁜 소식 알려드릴까요?”
“응? 뭔데...?”
“저희 엄마 교회 다니셔요.”
나는 잠시 온 몸이 떨리는 것을 감지했다.
한설이 가정은 불교를 믿는 집이었다. 어머니 대표로 한설이 어머니가 활동하시면서 기독교신자인 담임교사와 대화를 하는 것이 어쩌면 불편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때 나는 어머니들 모인 자리에서도 함께 기도했고, 한설이 어머니는 잘 따라주었었다. 한설이 말대로 한설이 어머니가 교회에 다닌다는 소식은 나에게 큰 선물이었고, 기쁨이었다. 나는 잠시 마음을 추스리고 한설이에게 이렇게 물었다.
“그럼... 너는?”
한설이는 깔깔 웃으며 말했다.
“저도 다니지요, 선생님. 온누리교회 다니고 있어요. 저 기도 많이 하면서 이번 시험 준비했어요.”
“할~렐~루~야!.”
 
오랜만에 전화를 통해 듣게 하시는 하나님의 선물 소식, 참으로 감사했다. 기도의 씨를 뿌리게 하시고 하나님의 때에 하나님의 방법으로 열매를 맺어가시는 하나님 아버지께 참으로 감사했다. 나는 한설이와 한설이의 가정을 위해 기도했다.

“하나님! 한설이를 통해 이 가정을 통해 많은 곳에 복음이 가득하게 하옵소서. 한설이가 기도하는 연기자가 되도록 인도하여주시옵소서. 우리의 기도를 외면하지 않으시고 하나님의 때에 하나님의 방법으로 응답하시는 하나님을 찬양하오며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하옵나이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