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교회 모임 회장야
수업을 마치고 교무실로 들어섰다.
교감 선생님 책상 바로 옆 소파에 앉아 있는 한 사람이 내 눈에 들어왔다. 먼 발치에서 언뜻 보았을 때 모자를 쓰고 있었고, 연세가 좀 든 모습이었다. 그분은 나를 보더니 큰 소리로 외쳤다.
“어이, 최선생!”
나는 수업 교재를 내 책상 위에 올려 놓음과 동시에 그분 앞으로 다가갔다. 다가가서 그분이 누구인가 확인이 되었을 때, 나는 마음 속에 묘한 기분이 일별 지나감을 느꼈다. 아! 그분은 1994년부터 2000년도까지 영훈고에 계셨던 당시의 김00 교장선생님이었다.
나는 반가운 마음으로 그분의 손을 잡았다.
“교장 선생님, 미국에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건강하신지요?”
그분은 얼굴에 환한 미소를 띠며 말씀하셨다.
“그럼그럼, 그것보다~~ 최선생!, 나 교회 열심히 다니는 것 알아.”
마치 어린 아이가 자랑거리가 있을 때, 어떤 다른 말보다 그 얘기를 먼저 하고 싶은 것처럼 교장선생님은 교회의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와~. 그러세요? 교장선생님. 참 감사하네요.”
그리고 계속 대화가 이어졌다.
“최선생 말야, 기독교반 애들하고 잘하고 있어?”
“네~, 잘하고 있습니다.”
“최선생, 말야. 내가 미국에서 한인교회 다니거든. LA에서말야. 그런데 내가 교회 교인들 모임 회장야. 하하하.”
교무실 가장 한 복판에서 김교장선생님은 간증을 하고 있었다. 말씀은 계속 이어졌다.
“믿음도 없는 사람인데, 하나님께서 큰 은혜를 주셨어. 그런데 말야. 신앙 생활을 하면 할수록 내가 최선생을 잊지를 못해. 최선생이 나 위해서 기도 많이 해주었잖아. 여기 영훈기독교반 애들하고 말야. 하하하.”
교장선생님과 관련된 여러 일들이 순간 떠올랐다.
당시에 김교장 선생님은 독실한 불교신자였는데, 하나님의 은혜로 영훈고에 학교 기도모임이 만들어졌다. 기독교학교가 아닌 학교에서 불교신자 교장선생님이 계신 곳이었지만, 하나님께서는 뜻하신 일을 꼭 이루어가고 계셨다.
나는 기독학생들과 음악실에 모여 매주 월요일 아침에 기도하고 있었다. 20여명과 기도하던 중에 교장선생님께서 아침 순시를 돌다가 우리의 기도소리를 들었다.
“여기가 기독교학교야?”하면서 야단을 치려고 음악실 문을 확 열려는 그 순간, 나와 우리 아이들이 기도하고 있던 내용은 바로 교장선생님을 위한 기도였다. 교장선생님이 다가온 것도 모른 채 아이들은,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기도하고 있었다.
“하나님, 우리 교장선생님이 참 좋으시고, 우리를 위해 애쓰시고 수고하시는 분입니다. 그런데 아직 하나님을 못 만나셨어요. 우리 교장선생님 좀 꼭 만나주세요. 구원해주세요.”
그 때 하나님께서는 그 불교신자 교장선생님 마음 가운데 이런 생각이 들게 하셨다.
‘세상에 이렇게 학교에 나와 나를 위해 기도하는 아이들이 있다니, 이건 정말 고마운 일이로구나.’하고 문을 살며시 닫고 나가셨다.
이런 일도 있었다.
기독학생들과 교장실에 들어갔다. 그 날은 교장 선생님 생일이었다.
“교장 선생님, 저희가 교장 선생님, 생신 축하드리러 왔어요.”
얼굴에 활짝 웃음을 띠며 아이들의 방문을 반가워 했다. 신앙은 달랐지만, 그 때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있었던 당시였다.
“그래? 어떻게 축하할건데~.”
아이들은 준비한 꽃을 드렸고, 두 손을 내밀어 축복송을 불러드렸다.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타어난 사람~”
그리고 교장선생님을 붙들고 축복하며 기도하였다. 합심기도 속에 하나님의 평강과 위로와 격려가 가득했다. 기도가 끝났을 때 교장선생님의 눈에 눈물이 고여 있었다.
여러 가지 생각이 주마등처럼 지나가고 있을 때, 김교장선생님은 나를 불렀다.
“최선생, 고마워. 특히 그때 축제 때 학생들과 찬양에 맞추어 춤추었던 것 있지? 나 그거 아직도 기억해. 하하, 그리고 나 퇴직할 때도 교장실 와서 기도도 해주고... 하하하.”
계속되는 간증 속에 눈물이 날 정도로 하나님께 감사했다. 그런데 그 다음 말씀이 더욱 내 가슴에 감동으로 전해졌다.
“최선생, 내가 영훈고에 온 것은, 아마 하나님께서 나 교회 다니게 하려고 그랬던 것 같아.”
나의 두 손을 잡고 말씀하시는 80이 넘으신 교장선생님의 손을 맞잡으며 나는 자맥질처럼 올라오는 울음을 어쩌지 못했다.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거두리로다.”(시 12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