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 사라지고 있어요
작성자
최*하
작성일
13.04.22
조회수
1687

피가 사라지고 있어요

 

아이들의 숨소리

새 학기가 시작된 지 두 달 남짓 지나고 있다. 화창한 봄날이 사람의 마음을 기분 좋게 만든다. 하지만, 그러한 가운데서도 항상 그늘진 마음으로, 힘들게 생활하는 아이들이 우리 학교에 수십 명이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약 한 달 전, 내가 수업에 들어가는 학급의 아이들에게 자기 소개 및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나 기도 제목을 적어내라고 했다. 이렇게 아이들에게 요청했을 때, 참으로 감사한 것은 남녀를 막론하고, 아이들이 솔직하게 자신에 대해 털어 놓는다는 것이다. 그 내용을 읽다보면, 즐겁고 기쁜 사연도 있지만, 때로는 많은 사연들이 내 가슴을 후비기도 하고, 칼로 긁는 것 같은 아픔을 주기도 한다.

더욱이 금년 3월 한 달간, 나는 예상치 못했던 학교에 관한 감사건과 연계되어,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학교를 바로 잡기 위한 노력을 해야만 했던 일이 있었다. 그로 인하여 아이들이 쓴 글을 매일 보면서도, 깊게 기도하기가 다소 어려웠다는 사실을 고백할 수밖에 없다. 사실 아이들의 글을 보며 기도하고 만나고, 도움을 주고 해야 하는데, 미안한 마음이 순간순간 일어났고 사실은 지금도 그러한 마음이 있다.

학교의 일은 아직 진행 중이다. 결국은 이 학교의 복음화와 하나님 사랑을 실현해가는 과정의 고난인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결국 인내하며 기도하며 하나님을 바라볼 수밖에. 이 모든 것들마저도 하나님의 계획 속에 녹아지고, 그것이 거름이 되어 열매로 맺힌다는 것이 분명해서, 하나님께 기도하며 인도함을 구하고 전진할 따름이다.

짤막한 쪽지 편지

한 남학생이 쓴 글이 내 눈에 강하게 들어왔다.

“선생님! 저는 중학생 때 피가 계속 사라지는 이상한 병에 걸려서, 유급을 하면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2년간 병 치료를 했습니다. 그리고 영훈고에 들어와서 그럭저럭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계속 병원 생활을 해서 그런지 말이 별로 없고, 주로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고 지냅니다...”

글은 계속 되었지만, 내 눈은 한 곳에 계속 머물러 있었다.

‘피가 사라지는 병?’

세상에 이런 병도 있나?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그리고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피가 계속해서 사라지는 병이라니.

나는 이 남학생을 만났다. 현이(가명)는 고개를 계속 숙이고 있었다. 나는 옅은 미소를 띠며 현이에게 물었다.

“현이야, 네가 써낸 글 내용에 대해서 어떻게 된 건지 얘기해 줄 수 있겠니?”

현이는 조용하지만, 천천히 말을 시작했다.

 

철분 결핍인 줄 알았어요

“네, 선생님. 저는 중학교 때까지 건강했는데 갑자기 피가 없어지는 병에 걸렸어요. 처음에는 철분 결핍인 줄 알고, 병원에서도 여러 가지를 검사했는데 철분 결핌 그런 거 아니구요...

그런데 어느 순간에 피가 사라지고, 또 채우면 또 사라지고요. 그래서 수혈을 받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거든요. 그런데 병원에서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거예요...”

나는 마음의 안타까움을 억지로 누르고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랬구나. 현이야. 많이 힘들었겠구나. 병원 생활도 오래 했겠어.”

“네, 선생님. 그래서 2년을 유급했잖아요... 그래서 지금 애들보다 두 살이나 더 많아요. 저~ 늙었어요.”

하면서 웃는 현이를 보며 나도 함께 웃었다.

“이 녀석아. 늬가 늙었으면 나는 완전 할아버지다. 그치?”

현이는 생각보다 말을 잘했다. 병 때문인지는 몰라도 활기차보이지는 않았지만, 할 말은 다 하고 있었다. 나는 이어서 현이에게 물었다.

“현이야. 그럼 요즈음은 좀 어떠니? 정기적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거니?”

“네, 그냥 지내다가 힘이 빠지고요, 좀 이상하다 싶으면 또 병원에 가요. 그리고 또 채우구요. 그렇게 살아가야 하나 봐요.”

 

피가 사라지고 있지만

나는 조용히 말했다.

“그래, 현이야. 그동안 얼마나 힘들고 마음이 아팠겠니? 부모님도 그랬겠다. 그치”

부모님의 이야기가 내 입에서 나오자마자 현이의 눈망울이 흔들거렸다. 현이는 말했다.

“부모님은 봉제공장을 하세요. 조그마하게요. 그런데 제 병원비 때문에 빚이 3천만원으로 알고 있어요. 정말 저 때문에......”

현이의 마음이, 그리고 부모님의 마음이 느껴졌다. 건강하지 못한 것이 그저 미안해서 부모님께 죄송한 현이, 그리고 아들이 아픈데 제대로 고쳐주지 못해 미안한 부모님의 마음.

“현이야, 가정에 종교는 있니?”

“네, 엄마는 불교구요. 다른 가족들은 모두 종교가 없어요.”

“그래, 그렇구나. 현이는 교회에 나가본 적은 없니?”

“잠깐 있었는데, 어렸을 때요.”

나는 현이에게 미소를 띠며 계속 말했다.

“그래, 현이야. 선생님은 기도하는 사람이니까 너를 놓고 오늘부터 더욱 기도할게. 그리고 현이 너도 기도하면 좋겠다. 믿음으로 드린 기도에 하나님은 응답 주신다고 했거든. 그러니까 예수님께 의지하고 네 병을 놓고 기도하렴. 하나님께서 들어주실거야. 그리고 수혈을 할 때 꼭 연락해. 선생님이 모아놓은 헌혈증이 있거든. 너에게 다 줄테니까...”

 

감사해요

현이의 얼굴빛이 처음 이야기를 시작할 때와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그것은 희망이었다. 주님을 붙잡을 때 주님께서 주시는 새로운 활력, 바로 그것이었다. 그 회복의 활력이 현이에게 전해진 것이리라. 예수님께서 현이와 함께 하실 것이라는 믿음이 강하게 들었다.

나는 이내 현이의 손목을 잡고 기도했다.

“하나님, 오늘 현이와 만나게 하시고, 기도하게 하시는 주님의 뜻을 이루실 줄로 믿습니다. 피가 사라지는 병을 가지고 있는 현이를 주님께서 사랑하시고, 여기까지 인도하신 것을 믿습니다. 현이의 병을 고쳐주실 때 먼저 주님 현이를 깊이 만나주시고, 또한 기도할 때마다 힘주시고 놀라운 치유의 응답을 허락해주시옵소서...”

기도는 계속되었고, 현이와 맞잡은 손과 가슴은 성령님이 주시는 감동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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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현이가 예수님을 만나고 질병에서 온전히 회복되기를 기도 부탁드립니다.

또한 혹시 헌혈증을 보내주실 수 있는 분들은 영훈고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42-709, 서울시 강북구 미아5동 471-2 영훈고 최관하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현이의 가족 모두가 예수님을 만나는 역사가 있기를 같이 기도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영훈고에서 울보선생 최관하 드림

(010-6264-50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