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것 다 생각나게~ 찍는 것 다 정답되게!
수능 그리고 제자들
어김없이 찾아온 대학수학능력시험일.
수능 10일 전, 9일 전, 6일 전에 고3 아이들의 글을 받았다. 수능을 보기 전 ‘후배들에게 남기는 글’이라는 제목으로 고3 제자들이 남겨 놓은 글들은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수능 6일 전 후배들에게 쓴다. 이제 6일밖에 남지 않았네. 예전에 D-700일이나 남았던 게 엊그제 같다. 1년이란 시간이 얼마나 빨리 흘러가는지 알았고, 내가 공부를 얼마나 안 해 왔는지도 알게 됐다. 아직 1, 2년이란 시간이 너희에게 남았을 것이다. 이때가 기회고 아직 시간은 충분하니 지금부터라도 시작해라.”
“그냥 지금 이 세상에서 너희가 가장 부럽다. 3학년 올라와서 지금 해도 충분히 늦지 않았다는 그런 얘기 들을 때마다 ‘에이, 무슨~’ 이라고 그냥 넘기고 그랬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너무 후회되고 돌아가고 싶다. 이제 2학년이 되는 1학년, 3학년이 되는 2학년 정말 늦지 않았어.”
“나는 6일 있으면 끝인데!!!!!! 너희는 불행으로 한 발자국 더 가까워지는구나!!!!!!
추카행!“
“2학년들 봐라~ 나는 9일 뒤면 해방, 너넨 9일 뒤면 시작~ 파이팅~”
“내신 내신 내신 내신 내신...... 관리 잘하기! 후회하지 말고 내신 관리 잘해서 수능 보지 말고 대학 가! 그리고 어디 학과 갈지도 정해 놔. 자기 꿈을 정해놔야 지치고 힘들 때 힘을 주거든, 안녕~”
아는 것 다 생각나게 찍는 것 다 정답되게!
아이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생각했다.
일단 아이들에게 편지를 썼다. 마음을 담은 편지를 한 장 써서 복사를 했고, 막대 사탕 560개를 준비했다. 작은 것이지만, 분명 우리 아이들은 기뻐할 거고, 또 힘을 얻으리라 확신했다. 기도하며 준비하던 중에 북부아버지학교 조만철 형제님의 도움으로 사탕을 제공 받을 수 있었다. 이 자리를 빌어 형제님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사탕을 반별로 분류했고, 편지와 함께 각 반을 다니며 나눠주었다. 아직 아무 것도 받지 않은 상태인지 아이들은 더욱 그 작은 것에 감동하고 있었다.
복도를 지날라치면 “사탕 고맙습니다.” “편지 감사합니다.”하는 소리를 들으며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나의 제자들을 위해 더욱 기도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학교 앞에 현수막을 하나 만들어 놓기로 했다. 기도하며 좋은 문구(文句)를 달라고 하나님께 간절히 원했다. 짧으면서도 강한 것, 그리고 위트가 있는 것. 하나님은 절대 기도하는 사람을 외면하지 않으신다. 나는 하나님이 주시는 마음으로 다음과 같은 문구의 현수막을 제작했다.
“영훈의 제자들아! 스릉흔드~
아는 것 다 생각나게,
찍는 것 다 정답되게!
‘기도’ 팍팍!”
교문 앞 눈에 잘 띄는 곳에 현수막을 걸었다. 가을비가 촉촉이 내리는 속에 감사와 기쁨의 감동으로 내 가슴은 뛰고 있었다.
사랑과 격려를 보내며
그리고 수능 이틀 전부터 카카오톡과 문자를 이용해 고3 아이들에게 현수막 사진과 격려의 글을 보냈다. 수백 명이 되는 아이들인지라 시간도 필요했고, 또 육체적인 피로감도 없지 않지만, 사랑에는 수고가 따르는 법. 사랑의 수고에는 꼭 아름다운 결실이 있다는 것을 믿고 수백 명에게 모두 보냈다. 그제서야 마음이 조금 편안하고 기분이 좋았다.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하는 것, 그것이 가장 아름답게 살아가는 모습이리라. 상황과 여건의 부족함을 불평하고 안하는 삶이 아닌,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은 특별히 우리의 삶에서 요구되는 것이다. 이 자그마한 섬김에 아이들은 깊게 감동하고 또 기뻐하고 있었다.
사실 아는 것 다 생각나고, 찍는 것 다 정답 되기가 얼마나 어려울까? 그러나 그 말 한 마디와 글귀 한 구절은 놀라운 힘과 격려를 부어줄 수 있기 때문에, 그러한 일이 없으리란 법도 없다. 특히 기도로 팍팍 지원하니까 너희들도 기도하며 나아가라는 마음, 기도에는 기적이 있고 또 놀라운 능력이 임하심을 믿기에, 크리스천 교사로서 이와 같은 문구로 아이들에게 격려를 한 것이다.
수능 이후의 아이들
아이들은 수능을 마치고 지금 기말고사를 보고 있다. 매년 느끼는 것이지만 수능 이후 아이들의 모습은 거의 ‘멘붕’, 또는 ‘폐인’의 모습과 유사하다고나 할까. 그도 그럴 것이다. 불안과 초조, 애써 태연한 척 하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이상한 심리 그러한 것들이 복합적으로 섞여 있기 때문일 것이다.
“최저 등급을 못 맞추었어요...” 하며 안타까워 하는 아이들,
“선생님 저는 내년까지 계속예요.”하며 실기를 준비하는 아이들,
정시 결과를 가지고 입시 전략을 짜야 하는 아이들,
그리고 대학에는 안 가지만 꿈을 찾아가려 하는 아이들,
더욱이 입학사정관제로 일찌감치 합격한 아이들은 알바 자리를 구하려 눈에 불을 켜고 찾아다니고 있다.
이 아이들에게 하나님의 사랑과 평강이 가득하기를 기도한다. 언제나 그리고 무엇을 하든 아이들을 통해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나고 그 크신 사랑이 넘쳐나는 삶이 되기를 기도한다.
그리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 소망하는 대학과 진로에 나아갈 수 있는 우리 아이들이 되기를, 이 시대에 하나님을 믿고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인생이 되기를 오늘도 두 손 모아 기도한다.
비가 촐촐히 오는 가을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