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에 걸린 아빠, 사랑해요
눈물의 제자
3교시가 끝난 쉬는 시간, 미현이(가명)가 나를 찾아왔다. 미현이는 3학년이고 입시를 앞두고 있는 아이다.
눈물을 글썽이며 미현이의 입술이 움직일 듯 하더니, 말을 하지 못하고 그저 눈에 눈물만 가득 담고 있었다. 금세 터져버릴 듯한 모습에, 나는 안타까운 마음을 누른 채 천천히 말했다.
“미현아, 억지로 말 하지 않아도 돼. 하지만 울음을 참지는 말렴. 그냥 울고 싶으면 마음껏 울어도 돼.”
미현이는 나의 말이 끝나자마자 흑흑, 자맥질하는 듯 하더니 엉엉 소리를 내어 울었다. 나는 미현이의 울음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며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하나님, 미현이의 마음을 먼저 위로해 주시옵소서. 평강을 더하여 주시옵소서. 그리고 그 마음과 입술을 움직여주시고, 하나님을 통하여 회복되게 하여주시옵소서.”
아빠가 암이래요
잠시 후, 미현이는 입을 열었다.
“선생님, 아빠가요...” 하면서 말을 잘 잇지 못하는 미현이. 나는 옅은 미소를 띠면서 말했다.
“응, 아빠에게 무슨 일이 생겼니?”
미현이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또 잠시 기다렸다. 이내 미현이의 마음이 진정된 듯 했다. 그리고 미현이는 다시 입을 열었다.
“선생님, 아빠가요. 어제 병원에 가셨는데... 흑흑... 암이시래요...”
미현이는 또 금세 울음이 터져버릴 듯 했다. 나는 그 말에 얼른 반응을 보였다.
“아! 그랬구나. 미현이 아빠가 암에 걸리셨어?”
“네.”
미현이 아빠는 40대 초반. 큰 이상이 없었다고 느꼈는데, 건강 검진을 하던 중 발견이 되었던 모양이다. 담도암으로 어제 판정이 났다는 것이다. 미현이의 아빠를 사랑하는 마음이 절실하게 다가왔다.
기도하는 딸
“그랬구나. 미현아, 참 마음이 아프겠어.”
미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말했다.
“네, 선생님. 그런데 어떡해요. 아빠가 심하신 거면... 그리고 저도 수능이 얼마 안 남았는데... 어떡해요, 선생님. 너무 불안해요.”
나는 미소를 띠며 말했다.
“그래, 그럴 것 같아. 하지만 미현아, 요즘에는 암도 치료가 많이 되거든. 일단 아빠가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미현이가 선생님을 찾아 온 이상, 같이 하나님께 아빠 아무 일 없이 회복하게 해달라고 기도하면 들어주실거야. 미현이 기도할 수 있지?”
미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미현이는 어린 시절 교회에 나갔던 적이 있다. 그리고 현재는 교회에 나가지 않고 특별한 종교는 없다. 하나님께서는 이 과정을 통해 다시 미현이를 부르시고 만나 주실 계획을 가지고 계신다는 믿음이 생겼다. 나는 미현이와 같이 아버지의 회복을 놓고 간절히 기도했다.
아빠에게 사랑 표현 했어요
기도 후에 미현이는 나의 눈동자를 보면서 말했다.
“선생님, 그런데 드릴 말씀이 하나 더 있었어요.”
이제 울음은 다 그쳤고, 평소의 맑고 깨끗한 눈망울로 나를 쳐다보는 미현이.
“그래? 말해 보렴.”
미현이는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다.
“선생님, 지난 번, 5월인가요? 그 때 ‘아빠를 사랑하는 스무 가지 이유’를 쓰라고 하셨던 적 있잖아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들었다.
“그거 저 썼거든요. 그리고 아빠께 읽어드리지는 못하고 그냥 드렸었어요. 그거... 아빠가 굉장히 좋아하셨어요.”
말을 하는 미현이의 눈에 또 눈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지난 가을 축제 때 선생님께서 시 쓰셔서 전시회 하셨잖아요. 그리고 선물로 액자 하나씩 애들에게 선물해주시구요. 그 때 제가 ‘아버지’라는 시 받았잖아요. 그것도 아빠 갖다 드렸거든요...”
선생님께 감사해요
미현이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 내리고 있었다. 그 이야기를 듣는 내 눈에서도 눈물이 흘렀다. 그런데 그 다음 말이 나를 더 울렸다.
“선생님께 너무 감사해서요. 그때는 아빠가 이렇게 될 줄 모르고 드렸던 건데... 제가 아빠를 좋아하면서도 대화를 잘하지 못하거든요. 아빠도 그렇고요. 그런데 선생님 선물이 아빠하고 저하고 더 가깝게 해주신 거예요. 제가 그걸 느끼거든요... 선생님, 정말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었어요...정...말... 감사해요...”
미현이의 눈에서도 내 눈에서도 눈물은 하염없이 흘렀다. 미현이와 나는 서로를 보며 한참을 그렇게 눈물을 흘리며 있었다.
아빠와 딸, 무척 사랑하는 사이면서도 사랑 고백을 쉽게 하기 어렵다는 것은 얼마나 가슴 아프고 또 아쉬운 일인가. 그래도 미현이는 작은 선물을 통해 아빠와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 것이니 얼마나 예쁘고 대견스러운 딸인가.
나는 눈물을 닦으며 미현이에게 말했다.
“미현아, 선생님이 더 기쁜 걸. 그것이 그런 좋은 선물이 되었다니 말야. 그리고 아빠 괜찮으실거야. 오늘 미현이가
와서 기도하고 얘기 나누고, 아빠를 이렇게 사랑하는 걸 하나님께서 다 아실 테니까 말야. 그러니까 오늘 밤부터 꼭 기도 많이 해야 해. 예수님 이제 다시 잘 믿고 말야. 알았니?”
“네, 선생님. 그렇게 할게요.”
나는 미현이와 다시 한 번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다. 감사의 기도를...
아빠가 괜찮으시대요
그리고 다음 날, 미현이의 얼굴이 밝아졌다.
아빠를 담당하시는 의사 선생님께서 아빠의 생명에는 전혀 지장이 없고, 또 수술을 통해서 나으실 수 있다는 정밀 진단의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미현이는 나를 다시 찾아왔다. 그리고 연신 감사하다는 말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감사한 것은 나였다. 미현이를 통해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아니, 하나님께서 주신 은사를 가지고 더 베푸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을 깨우쳐 주셨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 이 과정을 통해 미현이를 꼭 만나주시리라 믿는다. 그리고 이 가정을 구원해주시고 아빠를 꼭 치유해주실 것이라 믿는다. 인도하시는 하나님, 치유해주시는 여호와 라파의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믿음의 동역자 여러분 사랑하는 제 제자를 위해 꼭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하나님을 믿는 미현이와 가정이 될 수 있도록, 그리고 아빠가 병에서 온전히 회복될 수 있기를요.(미현이의 본명은 주현이랍니다.)
감사합니다.
영훈고에서 울보선생 최관하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