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여학생
가장 큰 축복
영훈고 고3기도회에 참여하는 아이들을 하나님께서는 축복하고 계셨다. 바쁜 일정 가운데 그래도 하나님을 붙잡고 인도함을 구하는 아이들을 보면 짠한 마음의 눈물과 하나님께 감사한 눈물이 같이 흐른다.
그동안 적게는 10여명부터 많게는 120명까지 해마다 다른 인원이 이 고3기도회에 참석하였고, 또 기도하는 장소도 다양하였지만, 하나님께서는 이 기도 모임을 매우 기뻐하고 계신다는 확신이 있다. 대입수능을 잘 치룬다든가, 고3에게 필요한 건강과 시간 관리의 능력, 지혜를 부어달라는 기도를 물론 드리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기도 대상인 하나님을 만나야 한다는 본질적인 믿음이 생성되는 가장 큰 축복을 하나님께서 부어주시는 경험을 한다는데 있다.
일주일에 한 번, 기도회가 있는 날이면 나는 수업 빈 시간에 밖에 나가 음료수와 빵을 준비한다. 야간에 공부하면서 먹으라고 간식으로 아이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고3기도회는 저녁 5시부터 6시까지 정해진 시간이기에 성령님의 강권하심이 간절했고, 또 짧은 시간 찬양과 말씀과 기도가 어우러져야 하는 시간인지라, 기도가 많이 필요했다. 나는 매주 기도하며 준비하고, 각반에 돌아다니며 기도회 홍보를 하였다. 그러면 아이들은 석식을 먹고 오기도 하고, 야간자율학습을 하지 않는 아이들은 바로 음악실로 오기도 하였다.
눈물의 여학생
지난 주에도 음악실에서 아이들과 눈물로 기도회를 마쳤다. 그런데 아이들이 모두 돌아가고 뒷정리를 다 한 후에도 일어서지 않는 한 여학생이 있었다. 그 여학생은 계속 눈물을 쏟으며 울고 있었다.
그 아이는 학기초 나와 상담을 했었던 인희였다.
인희는 하염없이 울고 있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파악하기 전이었지만, 성령님의 강한 이끌림으로 인희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조용히 기도했다.
“성령 하나님, 이 시간 인희의 마음을 만져 주옵소서. 성령님께서 인희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시오니 위로와 평강을 부어주실 줄 믿습니다...”
이내 인희는 마음의 평정을 찾은 듯 했다. 인희와 나는 자리를 옮겨 학교 기록보존실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인희의 성품이 본해 매우 밝은 아이로 알고 있었다. 모태신앙이며, 신실한 부모님 아래서 자라난 아이. 잠시 후, 진정이 되었는지 살짝 미소를 띠며 겸연쩍은 듯 웃고 있는 인희에게 나는 말했다.
“인희야, 무슨 기도를 그렇게 한 거니? 무슨 슬픈 일 있었니? 왜 그렇게 울었어?”
고개를 저으며 인희는 말했다.
“선생님, 이거예요.”
인희가 내미는 기도 요청을 적는 종이에는 이렇게 씌어져 있었다.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싶어요!!!”
인희의 목소리가 자못 커졌다.
“선생님, 저는 하나님 음성을 확실히 듣고 나아가고 싶거든요. 그런데 모르겠는 거예요. 기도한다고 해도, 듣고 계시는지도 모르겠고, 또 저를 어떻게 인도하실지도 모르겠고요. 그래서 불안해서요.”
하나님의 음성.
입시생들에게 있어 앞으로 자기가 어떻게 될 것인지, 대학뿐만 아니라 미래의 불투명함은 아이들에게 두려움과 무서움으로 자리잡기까지 한다.
인희는 그 경험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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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아버지란다
인희는 또 눈망울에 눈물을 가득 담고 있었다. 나는 인희에게 천천히 말했다.
“그랬었구나. 인희야, 네 말이 맞아. 아무리 기도해도 하나님께서 못 알아들으시는 건지 응답이 없을 때도 있지. 어떻게 인도하실 지도 모르겠고, 그치?”
인희는 내 눈을 보며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믿는 것은 하나님 하나님의 방법이 아니고, 하나님 그분이지...”
인희의 눈이 커지는 것이 보였다.
“우리의 하나님은 아버지시니까 우리의 인생을 아버지가 알아서 하실거야. 우리는 자녀로서 끝까지 아버지를 믿으면 되는 거고, 그렇지? 우리가 믿는 것은 하나님을 믿는거지, 하나님이 하시는 방법을 믿는 것은 아닐거야. 이해되니?”
인희는 계속 고개를 끄덕였다. 또다시 그 큰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인희는 울먹이며 말하기 시작했다.
“하나님을 믿는 거죠? 그러네요, 선생님. 제가 잠시 착각했나봐요. 저는 하나님께서 저를 어떤 방법으로 어디 대학에 보내시고, 또 어떤 방법으로 저를 어른이 되게 하실 지를 궁금했었는데. 제가 믿는 게 방법에 치우쳤었나봐요. 이제부터는 하나님의 방법이 아니라, 하나님을 더욱 믿고 전진할게요. 감사해요, 선생님.”
금세 이야기를 알아듣고 정리하는 인희를 보며 나는 참 대견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십대의 성장통을 경험하며 커 나가는 인희, 그리고 나의 사랑스런 아이들을 보며, 믿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기쁨인지, 그리고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다시금 절감하는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