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있는 남학생
작성자
최*하
작성일
12.08.24
조회수
1740

울고 있는 남학생

 

우는 남학생

학교 안에서 특별실로 사용하고 있는 기록보존실. 기록보존실은 학교의 일과 더불어, 여러 사람들의 쉼터 역할로 사용되기도 한다. 고민과 힘든 일이 있는 아이들이 이 곳을 잘 찾아온다. 그리고 상담을 하고 기도하기도 한다. 또한 동료 선생님들도 가끔씩 찾아오는 편안한 공간이다.

기록보존실에서 업무를 보다가 밖으로 나왔다. 어느덧 완연한 가을로 접어든 교정의 날은 스산하기까지 했다. 기록보존실 바로 정면 벽에 웬 남학생이 벽에 기대어 서 있었다.

‘분명 수업시간인데 수업도 들어가지 않고...’

생각하며 아이에게 다가가 자세히 보니 이 남학생은 울고 있었다. 1학년 남학생. 무슨 일인지 매우 서럽게 “흑흑” 소리를 내며 울고 있었다. 나는 그 아이의 앞으로 조용히 한 걸음 더 다가갔다. 그래도 아이는 계속해서 울 뿐이었다.

“얘야~!”

나는 최대한 부드럽고 따뜻하게 아이를 불렀다. 그러나 아이는 전혀 대답이 없었다. 그저 울 뿐이었다.

 

슬픈 일이 있었구나

아이들이 많이 울 때는 말을 건다고 될 일은 아니다. 잠시 기다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잠깐 그렇게 울도록 두고 자리를 피했다. 그리고 기록보존실에서 아이를 위해 기도하고 격려 엽서를 썼다. 30분 가량이 지난 후 아이에게 다시 다가갔다. 아이는 그때까지도 울고 있었다.

“이제 좀 괜찮니?”

아까와는 달리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역시 눈에는 눈물을 가득 담고 있었다. 나는 아이를 기록보존실로 들어오라고 했다. 그리고 조용히 물었다.

“왜 그렇게 우는지 나에게 설명할 수 있겠니?”

아이는 계속 묵묵무답. 이런 때는 더욱 성령님의 지혜를 구하여야 한다. 설명이 어려운 아이들에게는 단답형 대답을 할 수 있도록 질문을 하는 것이 지혜다.

“너 슬픈 일이 있었구나?”

“흑-흑- 네!”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선생님하고 관련된 일이니?”

아이는 더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너무한 것 같아서요

나는 아이의 심중을 읽게 해달라고 성령님께 마음속으로 기도하며 다시 물었다.

“그랬구나. 얼마나 가슴이 아팠으면 이렇게 울었을까? 너, 선생님에게 야단 맞은 거로구나?”

아이의 눈에 어느덧 눈물이 멈추었다.

“네!”

“네가 잘못한 것이 전혀 없는데 야단 맞은거니?”

“아뇨. 그렇진 않아요.”

“그래, 그럼 네가 잘못한 것이 있어서 야단 맞은 건데, 선생님이 야단 친 것이 네가 생각하기에 좀 심했다고 생각하는 거구나?”

아이는 고개까지 끄덕이며 더 크게 대답했다.

“네, 맞아요. 선생님.”

대화를 하는 도중 어느덧 아이의 울음은 그쳐 있었다. 그리고 아이의 눈동자는 내 눈을 향하고 있었다.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긴 했지만, 귀여움마저 느끼게 하는 고1 남학생이었다.

 

격려엽서를 쓰고

나는 말을 돌렸다.

“너는 내가 누군지 알고 있니?”

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주시했다.

“예, 알아요. 선생님. 가스펠반 선생님이시잖아요. 기도하시는 선생님.”

“우와, 영광인데, 어떻게 알고 있지? 나는 너희 학년은 수업도 안 들어가는데, 하하”

아이의 목소리는 조금씩 활력을 찾아가고 있었다.

“선생님을 왜 몰라요? 저도 어렸을 때 교회에 나갔었는데... 지금은 안 나가지만요.”

나는 얼굴에 환한 미소를 띠고 아이에게 말했다.

“그랬구나. 하나님을 아는 친구였구나. 기쁘다. 그리고 반가워.”

그리고 나는 미리 써놓은 격려 엽서를 전해주었다.

“너, 아까 울 때 선생님이 쓴 엽서야. 하나님께서 너를 축복하신다고 생각하렴. 그리고 네가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선생님에게 용서를 빌고, 다음부터 잘하겠다고 말씀드리면 선생님도 기뻐하실거야. 선생님도 미안하다고 하실 지도 모르잖아. 그렇지? 할 수 있겠니?”

아이는 엽서를 받아들고 매우 기뻐하며 말했다.

“예, 선생님. 할 수 있어요.”

이내 나는 아이를 붙잡고 기도했다. 백번의 격려보다 한 번의 기도는 더 큰 힘이 되는 법. 이 과정을 통해 아이를 만나게 하시고 기도하게 하시는 하나님께 감사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사랑하는 제자를 인도해주시고, 이 시대 하나님의 사람으로 잘 성장시켜 달라고 축복하며 기도했다. 아이는 기도 후 기록보존실에서 나가며 나를 보더니 자못 쑥스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선생님,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