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명의 기도요청과 기도
기도는 최고의 축복
덥더운 열기가 하늘을 찌른다. 한 해의 절반이 꺾이는 시기 6월말. 3월에 강하게 가졌던 아이들의 결심도 지쳐가고, 몸도 나른해지는 때이다. 바로 이 때 아이들을 양육하고 있는 나와 같은 사람들은 새롭게 우리 아이들을 격려하고 새 힘을 불어넣어주어야 할 때이다.
금년에는 영훈고 고3 남녀, 7학급의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약 300명 가량의 아이들이다. 아침에 이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기도할 때, 하나님께서는 아이들의 마음을 다시 한 번 잘 헤아려야 한다는 마음을 부어주셨다. 상대방의 여건과 마음을 잘 아는 상태에서 기도를 해야 한다는 음성이었다. 나는 그 음성에 바로 순종했다. 종이에 양식을 그려서 기도요청문을 만들었다. 그 안내의 글은 이러하다.
“6월까지 힘차게 달려온 여러분을 축복합니다. 시간을 내어서 기도는 하고 있지만 3월에 여러분이 써낸 내용과 좀 달라진 면도 있을 것 같아, 기도제목을 다시 받습니다. 가급적 상세히 써주면 제가 여러분을 위해 기도할 때 더 도움이 된답니다. 기도는 최고의 축복, 최고의 사랑 표현! 알죠? 더운 여름 끝까지 힘내셔요. 기도로 팍팍 밀겠습니다.”
수업을 마치고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이 기도 요청 용지를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위 글의 아래, 빈칸에 기도 제목을 쓰도록 안내했다. 아이들은 이내 고개를 숙이고 쓰기 시작했다. 기독교학교는 아니지만 하나님께서는 지금까지 십수 년 간을 수업 전에 기도하게 하시고, 또 이와 같은 기도제목을 적거나, 교실에서 하나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인도하고 계셨다.
순수한 마음의 아이들
약 10여분의 시간이 지날 때까지도 아이들은 진지하게 쓰고 있었다. 나는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러분! 아마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어 있는 사람들이 있을 거예요. 처음 3월에는 새벽까지도 공부했는데, 지금은 밤 12시도 안되었는데 몸이 처지고 그렇죠?”
몇몇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모였다.
“그건 정상이예요. 그동안 여러분들이 많이 지쳐 있다는 증거죠. 그래서 이렇게 기도제목을 쓰면서 자기를 살펴보고, 새로운 마음을 갖는 시간은 자기 자신에게 매우 유익한 것이랍니다. 선생님도 여러분이 쓴 것을 가지고 열심히 기도하고, 또 기회를 만들어서 같이 이야기 나눌게요. 짤막하더라도 진심으로 잘 써주면 좋을 것 같아요.”
아이들은 참 착하다. 깨끗한 그 마음에 깊이 침잠해 들어가면 감동이 저장되어 있는 아이들이 마음을 만난다. 그 순수한 아이들의 마음속에서 살고 있는 ‘교사’는 참 행복한 사람이 아닐 수 없다.
성령님의 인도함으로 기도하며
아이들이 써서 낸 기도 요청문을 읽으면서 나는 회개의 기도부터 했다. 그저 별 일 없는 것처럼 보였던 아이들이 내가 전혀 예상치 못한 내용을 기록하고 있었다. 기도 제목은 가정, 학업, 비전, 이성 친구, 자신과 가족들의 건강 등 다양한 제목들이 많았지만 역시 고3이라는 특성 때문인지, 대학과 진로에 대한 고민과 기도 요청이 가장 많았다.
나는 아이들의 사진첩에 있는 사진과 비교하며 한 사람 한 사람을 놓고 기도했다. 얼굴이 잘 떠오르지 않는 아이들은 사진을 또렷이 보며 얼굴을 익히려 노력했다. 그리고 그 아이가 써놓은 기도 제목과 더불어 미처 고백하지 못한 부분에까지 성령님이 원하시는 기도를 드렸다. 내 마음속에 아이들을 향한 성령님의 감동을 부어주셨다. 그리고 나에게 이렇게 기도하게 하시는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기도하며 축복하며
대학교는 가고 싶은데 성적이 안 되지만 수능 날까지 열심히 해서 가려고 합니다. 잡생각 안 들고 놀고 싶은 마음 줄이고 마음 흐트러지지 않도록 기도해주세요.(고3 남)
지금 저의 아버지가 일하시다가 사고로 다치셔서 회복 중에 계십니다. 다 나은 것 같지만 아직 아닙니다. 아버지를 위해 기도해주세요.(고3 남)
선생님 말씀처럼 처음보다 의지가 많이 약해진 것 같아요. 공부도 집중이 안 되고 몸은 엄청 피곤하구요. 가정에서의 문제와 여러 가지 스트레스가 많이 쌓입니다. 그렇지만 선생님이 저를 위해 기도해주신다면 힘이 날지도 모르겠네요. 제 의지가 3월처럼 강하고 굳어질수록 기도를 부탁드립니다.(고3 남)
친구들이 저를 조금 더 긍정적으로 봐주면 좋겠어요. 관계에 대한 고민이 많습니다.(고3여)
날이 더워서인가요? 요즘 들어서 피로가 많이 쌓이는 것 같아요. 왠지 모르게 자꾸 처지구요. 공부에 집중도 잘 안 되구요. 수능 날짜가 가까워올수록 내가 관연 대학을 갈 수 있을까 생각이 들고, 차라리 다 그만 둘까 생각도 들어요. 선생님, 이 마음 어떡하죠?(고3 여)
아이들은 고맙게도 자기들의 속내를 잘 드러내고 있었다. 고백에는 치유와 회복이 따르게 되어 있다. 그리고 그것들을 놓고 기도할 때는 소망이 생긴다. 사랑하는 제자들의 기도 제목을 읽으며 나는 한 명, 한 명씩을 놓고 사진과 대조하며 기도했다.
기도하는 가운데 성령님께서 급히 마음을 주시는 아이에게는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통화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전화로 기도했다. 예상치 못한 나의 전화에 놀라워하면서도 아이들은 기뻐했다. 누군가의 격려를 받고 또 기도한다는 것은 실로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사랑하는 우리 제자들의 속마음을 이해하기 하시고, 또 격려하며 기도하게 하시는 하나님의 분명한 뜻이 있으리라 믿는다. 인도하시는 하나님께 모든 영광을 올려드리며, 오늘도 우리 아이들을 위해 두 손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