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선생님
작성자
최*하
작성일
12.06.24
조회수
1728

예수선생님

  

야자 감독을 하며

한 달에 한두 번 야간자율학습 감독, 즉, 야자 감독을 한다. ‘자율’이라는 말과 ‘감독’이라는 말이 어울리지는 않지만, 이제 아이들과 선생님들 모두 그 말에 익숙해진 것 같다. 오후 5시에 수업이 끝나고 저녁식사를 한 후, 6시에 야자에 들어간다. 그리고 8시까지 한 타임을 하고 10분 휴식, 8시 10분부터 10시까지 또 야자를 한다. 이 시간에는 아이들은 자습을 하고 선생님은 감독을 하는 시간이 된다.

좋은 환경이 만들어져 개인 스탠드 불빛 아래 공부할 수 있는 이 시대의 우리 아이들은 그래도 예전보다는 복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아이들인지라, 야자의 풍경을 보면 다양한 모습이 연출되기도 한다.

일단, 먹는 아이들, 먹을 것만 있으면 쉴 새 없이 먹는다. 자기 것도 먹고 그것도 모자라 다른 친구들 것도 빼앗아 먹는다. 먹는 욕심은 남녀 공히 똑같이 일치한다. 그리고 자는 아이들, 아예 먹는 것과 자는 것으로 일관하는 아이들도 있다. 이것은 야간자율학습, ‘야자’가 아니라 야간 자는 연습, ‘야자’가 된다. 하지만 그에 비해 머리를 파묻고 ‘열심히 공부’, 즉, ‘열공’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아이스크림을 사주고

야간자율학습실은 몇 개로 나뉘어져 있다.

얼마 전 내가 감독한 야자실은 3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간이었다. 첫 번째 타임, 출석을 확인하려 돌아다니던 중, 정말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들을 보며, 나는 아이들이 너무 사랑스럽고 기특한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음이 짠-한 생각도 들었다. 이렇게 공부해서 성적도 쫘-악 올라가면 좋으련만, 대부분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그렇지만 또 안할 수는 없는 공부이기에, 고군분투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힘을 불어 넣어 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8시 10분, 두 번째 타임이 시작될 때도 아이들은 약 70여명이 남아 있었다. 나는 학교 앞 문방구에 전화를 했다. 아이스크림, 70개를 주문했다. 그리고 곧 아이스크림은 배달되었다.

나는 소리를 죽이고 아이스크림이 든 비닐 봉지를 들고 아이들 곁으로 다가갔다. 열심히 공부를 하던 아이들은 내가 들고 있는 봉지 속의 아이스크림을 보더니 눈이 빛났다. 평소에 그런 초롱초롱한 눈망울이면 좋겠지만. 아이들은 너무 좋아했다.

휴지 버리라구요?

바스락 거리는 소리를 최대한 죽이며 야자실 공간을 걸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한 개씩 아이스크림을 집도록 했다. 아이들은 여건상 큰 소리를 날 수는 없었지만, 무척 기뻐했다. 꾸벅 고맙다는 인사를 하는 사랑스런 아이들.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을 반 이상 돌려서 비닐 봉지도 거의 바닥에 가까워질 무렵, 한 남학생 앞에 섰다.

아이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자기 책상 위에 휴지와 쓰레기들을 집어 갑자기 그 아이스크림 봉지에 넣기 시작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소리를 내었다.

“그게 아냐~!”

공부하는 아이들이 순간 머리를 들려는 순간, 그 남학생은 진의를 알아채고 씨익 웃으며 조용히 말했다.

“선생님, 휴지 버리라는 줄 알았어요. 감사합니다. 잘 먹을게요.”

실시간 페이스북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을 다 돌렸을 때 나는 3개가 모자란 것을 알았다. 분명히 정확히 세었는데, 모자라다니. 작은 것이지만, 어느 누구도 예외로 둘 수는 없는 일이다. 나는 다시 가게로 전화를 했다.

“저, 3개가 모자란데, 우리 아이들 한 명도 빼놓을 수는 없잖아요.”

“네, 선생님. 그럼요. 곧 갖다 드릴게요.”

잠시 후 나는 모든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을 갖다 주었다. 그리고 약 30분 후 나는 빈 종지를 들고 아이들이 다 먹은 아이스크림 쓰레기를 수거하러 다녔다.

그리고 기쁜 마음으로 다시 내 자리에 앉았다.

10시까지 야자가 끝나기 한 시간 남짓 남아 있을 무렵, 나는 야자실 컴퓨터를 켰다. 페이스북을 확인하러 들어간 순간, 현재 야자를 하고 있는 아이들이 글을 올린 것을 보았다.

‘최관하 선생님이 아이스크림 돌리시네’,

‘최관하 선생님, 잘 먹겠습니다’

등등의 글과 자기가 고른 아이스크림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실시간으로 글과 사진이 올라오는 이 시대의 문화에 경탄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아이들이 올린 글에 또 댓글이 달려 있었다.

예수선생님

여러 글들을 읽는 중에 한 학생이 댓글로 올린 짧은 내용이 내 눈에 확 띄었다.

‘예수선생님!’

이 짧은 글귀를 보는 순간 나는 내 눈에서 솟구치는 눈물을 어쩌지 못했다. 야자실 가장 뒤에 앉아, 어두컴컴한 곳에서 ‘예수선생님’을 읊조리며 울고 있는 이 시대의 한 교사. 그것은 바로 나였다.

교사생활을 하며 여러 우여곡절을 경험해왔다. 기쁜 일과 더불어 상심되는 일도 물론 있었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도 아이들의 영혼을 보고 교육하는 교사가 되고 싶다는 이 기도에, 하나님께서는 그 기도에 응답을 주셔서 매번 수업 전에 기도와 항상 기도하는 교사로 세워주셨다. 끊임없는 소망을 주신 것이다.

‘예수선생님’ 감히 그렇게 불리울 자격도 없지만, 그러나 예수님을 닮은 교사가 되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교사라는 점을 다시금 확인시켜주는 하나님의 마음을 아이의 작은 글귀를 통해서 다시금 깨닫는 시간이었다.

부족한 면이 있지만 더욱 겸손히 그리고 열심히 기도하며 아이들의 영혼을 만질 수 있는 교사로 서리라 다짐하고 결심한다. 사랑스런 제자들과 함께 기도하는 교사로 이 땅에 아름다운 주님의 향기를 발하는 꿈을 다시금 새롭게 가지며 오늘도 학교와 우리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려 두 손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