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 값이 375,000원예요
어떡해요 선생님
학교 앞 문방구에서 전화가 왔다.
“선생님, 이 일을 어떡해요!”
놀란 듯한 얼굴이 연상될 정도로 다급한 목소리였다.
“아니 무슨 일예요?”
“아이들이요. 아이스크림을 너무 많이 먹어서요.”
나는 웃으며 말했다.
“아! 그래요. 많이 먹으면 좋잖아요. 사장님도 팔려서 좋고 아이들은 그냥 먹어서 좋구요.”
내가 이렇게 말해도 문방구 사장님은 격앙된 목소리를 낮추지 않았다.
“네, 그건 맞는 말씀인데요. 가격이 너무 많이 나왔어요.”
“얼마나 나왔는데요?”
“열흘 동안 아이들이 먹었는데 375,000원예요. 선생님. 너무 부담 되는 것 아닌가요?
잠시 보류해요
학교 앞 문방구에서 내 이름을 대고 먹을 수 있는 아이스크림은 한 개에 300원 짜리이다. 작년 2학기 때 아이스크림을 먹으려다가 돈이 부족해 망설이는 아이들을 보고 생각해 낸 것인데, 그동안 시간이 흐르면서 무엇인가 내 의도와 조금 달라진 것을 깨달았다.
하루에 100명에서 150명 정도의 아이들이 와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또 어떤 아이들은 하루에도 열 번 이상 내 이름을 대고 먹는 것 같다고도 했다.
“아, 그랬군요. 그럼 어쩌나? 내가 돈이 더 많으면 하루에 한 개씩 1,500명 전교생을 먹이면 좋을 텐데. 그러지는 못하고...”
수화기를 통해 계속해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생님, 생각해 보세요. 이제 날씨가 더 더워질 텐데요. 그럼 이렇게 놔두다가는 한 달에 백 만원이 훨씬 넘을 것 같아요. 그럼 안 되잖아요.”
나는 계속 웃으며 말했다.
“그렇겠네요. 아휴, 내가 돈이 넉넉지 못한 것이 좀 아쉬워요. 아이들에게도 미안하고... 그럼 이제 어쩌지?”
“선생님, 일단 보류하고 생각해보시죠. 어떤 방법이 좋을지요.”
“그래요, 그럼 그렇게 해요."
너 때문이야
아이스크림 판매를 보류하고 다음 날 3학년 남학생 반 수업에 들어갔다.
“선생님, 이제 아이스크림 안 되는 거예요? 어제 야자 때 갔더니 안 된다고 해서요.”
나는 웃으며 말했다.
“그래, 얘들아. 미안하게 됐어.”
나는 그 사정을 이야기 했다. 아이들은 잠자코 듣고 있었다.
“~ 내가 처음에 시작할 때는 돈이 있는 친구들은 그냥 자기 돈으로 먹고, 같이 먹으려고 할 때 모자란 친구들만 선생님 이름 대고 먹으라고 했던 건데, 그게 좀 잘못 확산된 것 같아. 하하하~. 처음에는 한 달에 14,000원, 35,000원, 그리고 점점 올라가더니 금년에는 150,000원 되더니 이번에 375,000원이 된 거야 그것도 열흘만에 말야. 이 정도는 내가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이 안 되어서. 잠시 보류시켜 놓은거야. 미안해.”
그 때였다. 한 남학생이 다른 친구를 향해 외쳤다.
“거 봐! 임마. 너 때문이야. 넌 하루에도 열 개씩 갖다 먹었잖아.”
아이들은 “와~!”하면서 웃기 시작했다. 나도 함께 웃었다.
문방구 앞에는 이런 글귀가 나붙었다.
“최관하 선생님의 사랑의 아이스크림이 잠시 보류되었으니 현금 또는 T-머니로 결제하세요.”
행복한 아이들이 되기를 소망하며
우리 아이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행복했으면 좋겠다.
더불어 자기들을 생각하고 베풀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이들이 커서 ‘베푸는 행복’을 만끽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크든 작든 있는 곳에서 사랑의 수고를 하며 행복을 전하는 그런 사람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마음껏 우리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을 베풀 수 있는 그런 날이 속히 왔으면 좋겠다.
사랑스런 우리 제자들을 위해 이 시간 두 손 모아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