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게 사랑을 고백해요
작성자
최*하
작성일
12.05.19
조회수
1715

가족에게 사랑을 고백해요

가정의 달에

고3의 수업 대부분은 문제 풀기에 치중한다. 그만큼 배운 것을 정리하고 문제를 통해 자신의 실력을 확인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교재를 주어진 시간 안에 끝내야 하는 부담도 교사에게 작용한다. 그래서 마음이 항상 급한 편이다. 학교 행사나 휴일로 인해 생각한 만큼 수업의 진도가 나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업에서 아이들과의 호흡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가끔 수업 전에 이야깃거리를 들려주거나 프로그램을 행한다. 감동적인 이야기를 읽어주거나 역사 속에 있었던 그 시절의 이야기를 해주기도 한다. 더욱이 5월에는 가정과 가족, 청소년과 순결, 이성, 스승과 제자 등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고 하고 싶은 프로그램도 여러 개가 있다.

아빠라는 이름

학교에서 나를 아빠라고 부르며 달려오는 아이들이 있다. 집에도 분명 자기의 아빠가 있는데 나를 아빠라고 부른다. 물론 고등학생 딸이 있는 나로서는 자녀같은 나이에 있는 아이들이 바로 나의 제자들이다. 그러니까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런데 그 아이들이 나를 아빠라고 부르는 이유가 한편으로 감사하고 기쁘지만 그 사연을 알면 가슴이 아프기도 하다.

“선생님, 저는 아빠가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차라리 죽어버렸으면 좋겠어요.”

한 여학생 제자의 고백이다. 내 가슴 깊은 곳에서 눈물이 자맥질을 치며 올라왔다. 그 아이의 아픔이 목소리에 묻어 나왔기 때문이다. 조용히 기다렸다. 아이가 이야기 하기를. 이윽고 그 여학생은 천천히 말했다.

“아빠가 알콜 중독자예요. 그리고 폭력과 폭언을 쓰시구요. 집에만 들어오시면 엄마와 저를 막 때려요. 저는 그런 사람을 아빠라고 할 수 없잖아요.”

그 아이에게 ‘아빠’라는 이름은 존재했지만, 진정한 아빠의 ‘존재감’은 없었다.

아빠를 사랑하는 고백

‘아빠를 사랑하는 스무 가지 이유’를 써서 아빠에게 읽어드리라고 한 지가 10년이 훌쩍 넘어섰다. 아이들의 고백을 통해, 아빠의 마음속에 있는 자녀에 대한 사랑의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프로그램이다. 이것은 초등학교로 확산이 되었고 이것을 실행한 학교와 가정에서는 큰 감동의 회복이 일어났다. 이것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금년에도 고3 제자들이 자기의 아빠에게 사랑 고백의 글을 썼다. 분주한 날들이지만 진지하게 그리고 마음을 다해 썼다. 나는 그 사랑스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현재 뿐만 아니라 미래에 나의 제자들이 만들어 갈 가정을 떠올렸다. 적어도 나의 제자들은 사랑을 고백할 줄 안다는 것, 그것을 배우고 실천하고 있다는 사실에 너무 행복한 마음이 일었다. 결국 이것은 자기의 아빠, 엄마에 대한 사랑의 고백을 넘어서, 내가 사랑해야 할 대상에게 고백할 수 있는 법을 배우는 것이기에 그러했다.

사랑의 고백

고3 여학생의 아빠에 대한 고백이다.

“항상 저를 위해 일하시는 아빠를 사랑합니다. / 저를 낳아주시고 길러주시는 아빠를 사랑합니다. / 우리를 위해 부산에서 고생하시는 아빠를 사랑합니다. / 항상 아저씨같은 옷만 입는 아빠를 사랑합니다. / 경상도 사투리를 쓰시는 아빠를 사랑합니다. / 해품달 같이 보려고 챙겨 보시는 아빠를 사랑합니다. / 생활용품 사 오시는 아빠를 사랑합니다. / 담배와 술 모두 안하시는 아빠를 사랑합니다. / 우리 아빠라서 사랑합니다.”(하략)

이 글을 받은 아빠는 딸아이가 쓴 종이의 뒷면에 이러한 답장을 보내왔다.

“고마워! 가끔식 카드도 써주고... 20가지 이유나 되는 딸의 사랑을 받으니 아빠는 너무나 행복하단다. 가장 좋은 것은 ‘우리 아빠라서~’라는 말이 제일 좋았다. 아빠도 네가 나의 딸이라서 사랑해! 아빠도 언제나 널 응원할게!(하략)”

이 글을 읽으며 나는 부녀의 모습을 떠올렸다. 얼마나 행복했을까?

그 모습은 행복한 가족 그 자체이다. 가족끼리 사랑의 고백은 천국잔치를 형성하게 한다. 짤막한 글에 담겨 있는 가족끼리의 고백이 모든 가정에 확산되기를 기도했다.

사랑은 표현하는 것

‘아빠를 사랑하는 스무 가지 이유’를 써서 읽어주고 답장을 받아온 아이들에게는 내가 책 선물을 하기로 약속했다. 내가 쓴 책 중 <아버지 파워>(가이드포스트)를 선물하려 한다. 편지도 한 장 써서 드리려 한다.

사랑은 고백하는 것이며, 사랑은 표현하는 것이다.

즉, 표현하지 않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그러므로 지금 고백해야 한다. 나중에라고 미룰 일이 아니다.

가족은 사랑의 대상이지 포기의 대상이 아니다.

그러니 지금 당장 사랑한다고 고백하자.

아빠와 엄마, 아들과 딸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