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응답이 너무 빨라요
작성자
최*하
작성일
12.04.14
조회수
1689

선생님, 응답이 너무 빨라요

빨리 기도요 선생님

교실에 들어설 즈음이면 아이들의 싱그러운 웃음소리가 복도에까지 울려 퍼진다. 조용히 앉아 선생님을 기다리던 우리 학창 시절의 모습은 사라진지 오래다. 쾌활하고 명랑하게 왁자지껄하는 아이들의 소리, 그 소리에 발맞추어 수업을 하러 교실로 들어가는 발걸음은 기대감과 설렘으로 경쾌하다.

3학년 여학생 반, 아이들은 고3의 두려움을 애써 잊으려는 듯 더 즐거워 보인다. 그러나 그 밝은 한켠에 힘겨움이 묻어나온다. 그것을 느낄 때면 내 마음 한 구석이 짠해진다.

이런 생각으로 교실에 들어섰다. 그 때 아이들은 이구동성으로 나를 향해 외쳤다.

“선생님, 기도요! 빨리 기도요!”

수업 시작 전에 기도하는 나로서는 기도하자는 것이 크게 놀랄 일은 아니지만 이 날은 무엇인가 좀 다른 느낌이 있었다. 나는 눈을 크게 뜨고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아이들은 매우 다급했다. 걱정, 불안과 더불어 염려가 가득한 아이들의 모습이 내 눈을 가득 메웠고, 내 머리를 가득 채웠다. 나는 잠시 여유를 가지려 했다.

“응, 얘들아, 기도 당연히 해야지. 출석 부르고~~”

외치는 아이들

그러나 아이들은 입을 모아 외치기 시작했다.

“기도! 기도! 기도! 기도!”

분명 무엇인가 이유가 있는 듯 했다. 수업 시간을 늦추거나 허비하기 위해서 그런 것은 아닌 무엇인가가 있었다. 나는 이유를 물었다.

“그래, 얘들아. 우리 기도부터 하자. 그런데 무슨 특별한 기도 제목이 있는거니?‘

그때 수연이가 말했다.

“네, 선생님. 어제 오후에 지영이가 학교에서 다리를 다쳤어요. 그래서 수술을 했대요. 지금 병원에 입원해 있구요.”

학교 아이들의 근황에 대해서 나는 좀 빨리 아는 편이다. 그런데 지영이가 책상 모서리에 다리를 부딪쳤고 그것이 심해 수술을 받아야 할 상황까지 갔다는 것, 그리고 수술을 했다는 것, 그것은 내가 모르던 일이었다. 나는 화들짝 놀라며 되물었다.

“그래, 어느 병원에 있는데? 괜찮은거니? 지영이 말야.”

“저희도 잘 모르겠어요. 병원은 학교 근처 병원이구요, 저희들도 마치고 가 보려구요.”

기도하는 교사와 제자들

나는 아이들과 함께 기도하기 시작했다. 아이들도 모두 머리를 숙이고 두 손을 모았다. 기독교학교가 아닌 영훈고, 그러나 하나님이 살아계시는 학교, 바로 그 학교의 한 학급에서 친구를 위한 기도 소리는 이어졌다.

“사랑의 하나님, 지영이가 사고로 수술을 하였고, 입원을 하였습니다. 나쁘게 잘못되지 않도록 쾌유시켜주시고, 전보다 더 건강하게 변화될 수 있도록 인도하여 주시옵소서. 오늘 학급의 친구들이 이렇게 기도하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의사 선생님이 예정하신 시간보다 더 빨리 퇴원하게 하여주시고, 속히 학교로 돌아와 즐겁게 공부할 수 있도록 인도하여 주시옵소서...”

기도는 계속 되었고, 아이들과 나는 하나님께서 주시는 평강과 기대 속에 함께 있었다. 그리고 지영이와 함께 하실 하나님을 바라보게 하셔서 너무 기뻤다. 나는 기도 후에 아이들을 칭찬했다.

“역시 너희들 너무 이뻐. 친구를 위해 기도하자고 하니 말야.”

아이들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

“기도가 최고의 축복이라고 하셨잖아요. 바로 선생님이요. 깔깔깔.”

벌써 퇴원했어요

오후 4시.

수업 빈 시간을 이용해 지영이가 입원해 있는 병원을 찾았다. 가기 전에 <울보선생> 책에 쾌유를 비는 축복의 말을 쓰고 사인을 했다. 그리고 편의점에 들러, 종류별로 가나 초컬릿 세 개와 가나 파이를 샀다. 굳이 가나를 산 이유는 내 이름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관하~과나~가나’

그래서 나는 가끔 아이들에게 농담을 한다.

“그대와 함께라면 고독마저도 감미롭다, 가나(관하) 초콜릿~!”

학교 앞 꽃집에 들러 내가 가장 좋아하는 ‘후리지아’도 샀다. 노란 모습과 그윽한 향기에 지영이가 매우 기뻐할 생각에 나는 마음이 들떠 있었다. 그리고 찾아간 병원.

안내 간호사에게 병실을 물었다.

“아니, 그런 환자는 없는데요~~‘

나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럴 리가 없는데요. 영훈고등학교 3학년 여학생인데, 틀림없이 이 병원이라고 했거든요.”

그 때 다른 간호사가 왔다. 우리 이야기를 듣더니 반응을 보였다.

“아! 그 환자요. 아까 30분 전에 퇴원했습니다. 어제 수술이 너무 잘 되어서 생각보다 빨리 나갔어요. 본인도 원했구요.”

저도 입원할래요

병원에서 나오며 이건 웃어야 할지 그 반대일지 잠시 혼동이 되었다. 그러나 이내 감사의 기도가 저절로 입에서 흘러나왔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의사가 예정했던 때보다 빨리 퇴원케 하신 하나님. 바로 아이들과 드린 기도에 바로 응답하신 하나님을 확인하였기 때문이다. 수술도 너무 잘 되었다고 한 간호사의 말을 생각해보면 하나님께서 지영이를 보호하시고 인도하고 계셨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교무실로 돌아와 또 한 번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그리고 초콜릿과 책 등을 잘 간직했다.

다음 날, 나는 지영이를 찾아갔다. 지영이는 붕대를 감은 상태였다.

“지영아, 어떠니? 어제 선생님이 병원에 갔었어.”

지영이는 깜짝 놀라고 있었다.

“네에?”

주위의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나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아이들은 이렇게 말했다.

“어떡해. 어떡해. 선생님 허탕 치셨대~. 지영이도 못보고 깔깔깔!~”

아이들은 나의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나는 준비했던 초콜릿과 책 등을 지영이에게 주었다.

그 때 주위에 있던 아이들은 또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우와~ 대박~! 나도 입원할래. 저도 입원할게요, 선생님. 저도 주세요~~”

사랑스러운 아이들.

나는 지영이 어깨에 손을 얹고 병원에서 못한 기도를 드렸다. 아이들도 함께 손을 모으고 마음을 합해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우리의 기도에 생각보다 더 빨리 응답주시는 하나님을 찬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