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들어갈 수는 없나요?
작성자
최*하
작성일
12.03.17
조회수
1672

더 들어갈 수는 없나요?

기도하며 시작해요

신학기를 맞이할 때면 그 언제보다 기도를 많이 하게 된다.

학교 안에서 활동할 기독학생들을 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기독교학교가 아닌 영훈고에 유일하게 있는 기독학생들의 모임, <가스펠반>은 가장 많은 학생들이 모이는 부서이기도 하다.

십수 년간 기독학생들을 인도하신 하나님을 생각하면 감사가 저절로 터져나온다. 여러 가지 상황과 여건을 만들어주신 것, 도움을 주시는 분들을 만나게 하시는 것, 기적같은 일들을 보여주시는 것, 그런 중에도 가장 감사한 것은 ‘사람’이다. ‘아이들’이다.

우리 아이들이 세상으로 나아가 하나님의 영향력을 가지고 하나님께 헌신하며 공부하고, 직장 생활을 하고 가정생활을 하는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악해지는 세상 속에서 우리를 기독교학교가 아닌 곳에서 훈련시키시고,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사용하기로 작정하셨다. 그것을 떠올릴 때면 눈물이 항상 솟구친다.

센스 있는 제자들

금년에도 <가스펠반>을 구성하는데 하나님의 인도함을 구하며 기도했다. 작년에는 56명의 아이들이 들어왔었다. 그 때는 약 70% 가량이 하나님을 믿지 않던 아이들이었다. <가스펠반>애서 이 아이들은 조금씩 변화되어 갔다. 예수님을 영접했다. 하나님께서는 작년에 어려움 속에서도 <가스펠반>을 인도하고 계셨다.

신입생들을 선출하기 위해 2학년 우주와 다혜가 솔선하기 시작했다. 이 아이들은 믿음을 바탕으로, 예절과 센스와 지혜가 빠른 아이들이다. 우주와 다혜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한 발 먼저 움직이고 있었다. 심지어는 나에게 “선생님은 이렇게 하시면 된답니다.”하면서 말이다.

허락해 주셔요

우주와 다혜는 수십 명의 몫을 해내고 있었다. 1학년 신입생의 각 반을 쉬는 시간마다 돌아다녔다. 그리고 계속 나에게 ‘보고문자’를 보냈다. 학번과 이름과 전화번호를. 다혜는 수백통의 문자를 다 사용했다고 했다.

“다혜야, 수고하는데 그 문자 값 선생님이 내줄게.”

그러면 다혜는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괜찮아요. 문제 없어요.”

1학년 아이들의 <가스펠반> 신청이 그야말로 쇄도하기 시작했다. 다혜와 우주는 말했다.

“선생님, 허락해주셔요.”

눈을 똥그랗게 뜨고 명쾌하게 이야기 하는 두 아이에게 나는 물었다.

“무엇을 말이니?”

“선생님. 저희들이 이제 각 반에 가서 최종적으로 후배들을 볼게요. 그리고 화장을 너무 하거나 짧은 치마, 기본이 안 되어 있는 아이들은, 여기서 활동하기 어렵다구요, 그렇게 말하려고 해요. 어차피 인원은 40명까지니까... 지금 인원도 넘치구요. 허락해주시는거죠?”

피자 사 주셔요

작년에는 선착순으로 아이들을 받았었다. 얼굴을 거의 보지 않았고 이러한 면담 과정도 간단히 했었다. 그저 어떤 아이가 와도 내가 믿음으로 감당하리라 했던 것이다. 그것도 하나님의 뜻이라 생각했다. 그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었지만, 나중에 아이들을 만났을 때 예배의 기본을 잘 모를 뿐더러 예배를 방해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게다가 영적, 육적으로 힘든 아이들도 꽤 있었다. 그래도 일 년을 감당케 하시는 하나님의 인도함으로 잘 왔다고 생각한다.

우주와 다혜는 즉시 후배들의 교실로 달려갔다. 그리고 1,2학년 43명의 아이들을 뽑아냈다. 이렇게 마감이 된 후에도 신입생들은 더 들어갈 수 없냐고 계속 연락이 왔다. 인원 제한만 없다면 모두 함께 해도 좋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우주와 다혜를 보고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 계획을 짠 후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매우 신나게 말이다.

“선생님, 이제 오늘 모여야죠?”

“응? 오늘 말이니?”

아이들은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네, 오늘 뽑았으니까 오늘 신입생 환영회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피자 사 주실거지요?”

천연덕스럽게 말하는 우주와 다혜가 너무도 사랑스러웠다.

계산이 좀 나오네요

<가스펠반>이 피자를 먹는 것은 정말 특별한 경우다. 보통 빵을 먹거나, 떡볶이, 그리고 가끔 밥을 먹인다. 피자는 찬양제를 준비할 때나 선배들이 방문할 때 사오는 것 정도다. 물질을 아끼는 것보다도 전통 아닌 전통이 되어 버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아이들은 대뜸 피자를 말했다.

“응, 그래, 알았어.”

분명 나는 이 아이 두 명에게 끌려 다니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기분이 전혀 나쁘지 않은 상쾌한 끌려다님이었다. 나는 계속 아이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다혜야, 계산해 봐. 계산기 있지?”

계산을 해보더니 다혜가 말했다.

“계산이 좀 나오는데... 선생님! 한 15만원 가량인데요. 죄송해요. 가능하신가요?”

나는 자신있게 말했다.

“당연하지, 내가 가진 게 돈밖에 없잖아.”

우주가 깔깔대며 말했다.

“무슨 말씀을요? 사모님하고 딸들도 있으면서...”

청소년 리더십

우주와 다혜는 신입생들에게 다시 문자를 보냈다. 방과 후에 센터로 모이라고 말이다. 우주는 다시 나에게 말했다.

“선생님, 일단 저희들이 피자하고 콜라를 맞추어놓고 애들 명찰을 만들거예요. 그러니까 명찰을 만드는 동안에 선생님이 <가스펠반> 대략 소개해주시구요. 말씀 너무 많이 하시면 안되구요. 그 다음에 저희들에게 마이크를 넘겨주시면 되거든요. 그러면 자기 소개 시키고 저희들이 알아서 할게요.”

우주와 다혜는 모든 면에서 모범적이다. 이렇게 쉬는 시간에 일을 하다가도 수업 1분 전이면 절대로 수업 종 치고 들어가면 안 된다고 하며 뛰어가는 아이들이다. 그리고 매사에 철두철미했다. 기록을 해가며 일을 하는 그 며칠 동안, 나는 이 아이들을 통한 하나님의 기대감을 다시금 발견할 수 있었다.

하나님의 섭리로

그것은 신입생들의 얼굴을 보는 순간 확실해졌다. 센터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자기 소개를 하고, 간식을 나누며 먹을 때에도 분명 아이들은 하나가 된 것 같았다. 처음 보는 아이들일텐데, 하나님의 영이 그들을 휘감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님께서는 금년에 이 아이들을 견고한 믿음의 소유자로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신 것이다. 그것은 믿음의 바탕이 제대로 세워진 사람들을 통해 하나님께서 하실 일이 있기 때문이다. 신입생들과의 만남은 약 2시간 가량 진행되었다. 나는 마음껏 아이들을 축복하고 격려했다. 그리고 기도로 마무리하였다. 아이들은 모두 하나님께서 주시는 기쁜 마음으로 귀가했다.

저녁 때 통화한 한 신입생의 말이다.

“선생님, 모두 다 처음 본 사람들 같지 않았구요. 선생님 말씀처럼 오랜 가족 같았어요. 참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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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 1,2,3학년 영훈고 기독학생회 <가스펠반>은 재학생 53명으로 시작합니다.

위하여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이 아이들이 하나님 앞에 신실한 일꾼들로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인도하는 저를 위해서도, 그리고 수고한 우주와 다혜를 위해서도 잠시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피자를 자주 더 사 줄 수 있도록 기도에 + 해주시면 더욱 감사하겠습니다. 샬롬!

울보선생 최관하(010-6264-5097)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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