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료식 날의 축복기도
작성자
최*하
작성일
12.02.13
조회수
1706

수료식 날의 축복기도

또 한 해가 지났다.

‘자기가 자신을 모르는 때’를 지나는 시기, 이 아이들이 고등학교에 들어올 때는 완연한 중학생의 티를 가지고 있었다. 그 때~~ 그랬었다.

고 1남학생 학급, 2년 연속 1학년 남학생의 담임교사를 했다. 말도 잘 알아듣지 못하는 아이들이었지만, 그래도 아무 탈 없이 마쳤다는 것에 감사하고 기쁜 마음이 앞선다. 자잘한 사고도 있었고, 사건도 있었지만, 시간의 흐름은 그 모든 것들을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저장해두는 것 같다. 담임을 맡는 동안 전학을 간 아이들이 5명, 전학 온 아이가 3명이다.

학급에서 가장 감사한 것은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럴 것이다. 아이들의 고백처럼, ‘기도를 하면 떠들다가도 집중하게 되고, 교실 분위기도 안정을 찾는다’는 것. 그리고 나 또한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를 끝내니 마음에 소망을 갖고 일 년을 생활할 수 있었다. 반가를 불렀던 것도 하나가 되는데 도움이 되었고, 좋은 기억으로 남는다. 시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을 내가 개사해서 아이들과 불렀고,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도 불렀다. 돌아가면 쓰는 일기인 모둠일기를 쓰며 서로의 마음을 읽기에도 노력했다.

가장 아름다운 교육은 ‘감동’으로 시작되어 ‘감동’으로 끝나야 한다. ‘감동’은 인위적이나 규율, 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소통에서 가능하다. 힘든 과정이었지만 선택의 여지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들어주고 그 아이를 위해 기도해야만 하는 상황마저도 감사했다. 교육관료들이 바뀔 때마다 입맛에 맞는 제도들로 포장하고 또 그것들을 수정했지만, 실제적인 교육현장의 힘은 변치 않는 ‘진리’에 있었다. 그 진리는 ‘감동’이다. 영혼을 만져주고 위로하고 격려하는 힘은 제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만남과 서로의 교감(交感)에서 나오는 것이다. 위에 소개한 몇 가지는 진행하기 버거울 때도 있었지만, 아이들의 성장과정과 그 속에서 고민하는 성장통을 같이 나눌 수 있다는 것에 큰 기쁨을 갖기에 충분했다.

우리 반 아이들은 성적이 우수했다. 성적을 강조하지 않는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아이들은 기도하는 학급의 성과를 성적에서도 당당히 내주었다. 활기찬 모습으로 공부하고 개성을 살려나가는 것은 교육 현장에서의 이상이 아니라 현실이었다. 아이들이 학교 생활에 신이 나면 성적도 오른다. 그것은 당연한 것이다. 아이들이 학교 생활이 기쁘고 즐거우면, 설령 집에서 가출을 해도 학교에는 온다.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 한 사람만 제대로 학교 현장에 있으면 아이들은 학교를 절대 떠나지 않는다.

일 년을 마치는 수료식 날,

아이들과 함께 일 년을 반추(反芻)했다. 일 년 동안 아이들은 참 많이 늙은 것같다. ㅎㅎ 저 아이들이 입학할 때의 그 철부지였던가...

아이들에게 여러 가지 나누어 줄 것을 다 주고, 의자 두 개를 갖다 놓았다. 그리고 한 명씩 내 앞에 불러 의자에 앉혔다. 그리고 그 아이의 눈을 보며 말했다.

“원석아, 일 년간 잘 생활해서 너무 기뻐, 2학년에서도 넌 잘 할거야. 언제든지 또 만나자...”

이렇게 축복의 말을 건네고 아이의 머리에 손을 얹고 축복하며 기도했다. 한 명, 또 한 명 아이들의 눈과 내 눈이 맞닿을 때 마음이 울렸다. 그것은 ‘감동(感動)’이었다. ‘고맙다’, ‘ 감사하다’, ‘기쁘다’는 그것이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기쁩니다‘는 그것이었다.

38명의 아이들을 한 명씩 한 명씩 불러 같은 방법으로,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사랑을 표현했다. 그것은 기도하는 것이었다. 기도로 축복하는 것이었다.

이어서 다같이 반가를 불렀다.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당신의 삶 속에서 그 사랑 받고 있지요...”

반가는 계속되었다.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우리 아이들, ‘2학년에서도 그 사랑은 계속 될거야. 너희는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들이니까...’

모든 수료식 순서가 마치고 아이들은 교탁 앞 나에게로 다가와 고개 숙이며 인사했다. 인사를 하는 그 속에 문 앞에 서 있던 재유가 나에게 큰 소리로 외쳤다.

“선생님!”

나는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다 말고 문쪽을 바라보았다. 재유는 이내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렸다. 그리고 손으로 하트 모양을 크게 만들었다.

“사~랑~합~니~다~.”

급기야 내 눈에서 눈물방울이 또르르 흘러내렸다.

‘감동(感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