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기지개를 켭시다
작성자
최*하
작성일
12.01.31
조회수
1733

선생님, 기지개를 켭시다   

 

  그동안 교직 생활 23년을 반추해보면, 고등학교 1학년 남학생 담임교사를 가장 많이 했던 것 같다. 중학교에서 갓 올라온 남학생들을 보면 교사들은 혀를 내두른다. 그런데 그 아이들을 보며 중학교 때 이 아이들을 맡았던 교사들을 떠올리며 그분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를 외치기도 한다. 사실 담임교사는 ‘교직생활의 꽃’이라고 하지만, 요즘처럼 상황이 힘들 때면 ‘꽃’이 아니라 ‘독’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교사들에게 있는 것 같다. 

  교직의 기본은 무엇일까? 문득 생각해본다.

  나는 ‘학습’과 ‘상담’이라고 생각한다. 흔히 상담 대신 규칙이 중심이 되는 ‘생활지도’라고들 말하지만 나는 ‘상담’이라고 강하게 주장한다. 진정한 생활지도는 관계 속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만남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가슴과 가슴이 맞닿는 교육현장과, 눈만 마주쳐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스승과 제자, 그것을 기대하며, 적은 힘이지만 분투하며 이십여 년, 지금까지 왔다.

 

  제도와 관리자가 바뀌어도 절대 바뀔 수 없는 것은 ‘진리’다. 교육현장에서 그 진리는 교사의 양심이어야 하고 교육철학이어야 한다. 학생을 사랑하고 목숨을 다해 그들을 섬기고 이 시대에 선한 영향력 있는 인물을 만들어 가는 것, 그러할진대 우리 교사들에게는 인내와 소망이 필요하다.

  바뀌는 상황을 탓하기 전에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하나님께서 지금 원하시는 일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는 것이 현명하다. 특히 기도하는 교사에게는 어떠한 노하우나 지식의 축적, 자기의 지혜 이전에 성령 하나님의 임재하심과 그분의 인도하심을 철저히 따르는 순종의 마음이 요구된다. 교회뿐만 아니라 학교의 교육현장에서도 내가 하면 일이지만, 성령님께서 나를 통해 하시는 일은 사역이 된다. 기독교사는 일이 아니라 사역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철저히 그분의 임재하심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제자 아이 한 명이 교회에 나가겠다고 나섰다. 겨울방학에 들어설 즈음이었을 거다. 신앙생활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아이, 가정도 불신앙 집안, 아이는 학급에서 가장 착한 아이다. 친구들이 놀려도 크게 저항하지 못하는 아이, 이 아이를 친구들은 ‘왕따’처럼 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특유의 친근함이 이 아이에게 있었다. 그럴수록 더욱 친구들에게 다가가는 이 아이를 보며, 매일 기도했고, 담임교사로서 근 일 년을 왔다.

  부모님도 자기가 교회에 나가기를 원하신다고 했다. 그리고 특히 내가 섬기는 교회의 고등부에 가고 싶다고 했다. 학교 기독동아리에도 들어오고 싶다고 했다. 기도하는 학급, 반가는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기독교 문화에 조금은 익숙해진 우리 반 아이들이었고, 또 그에 따라 여러 아이들이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 아이는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이었다.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았는데 결국 하나님의 때에 하나님의 방법으로 인도하신다는 하나님의 주권적 능력, 그 결실이었다. 아이는 내가 섬기는 교회 고등부에 출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겨울수련회도 잘 참여했고, 현재 예배도 참 잘 드리고 있다.

  

  이 시대의 기독교사에게 필요한 것은 성령님의 마음을 품고 한 영혼 한 영혼을 그분의 프레임으로 보는 것이다. 현재 최선을 다하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하나님의 마음, 예수님의 사랑을 품고 기도하며 성령님께서 사용하시길 기대하고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힘들고 어려운 영혼들을 만나게 될 때 당황하거나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는 당장 준비태세에 돌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예비교사들이, 사랑하는 교육자의 후배들이 학교현장으로 들어오려 한다. ‘꽃’이 아니라, ‘독’이 될 수도 있는 학교로 들어오고자 한다. 임용고시에 몇 번을 낙방해도 또 시험을 치루고 또 들어오려 한다. 그랬으면 좋겠다. 한 명이라도 더 기도하는 교사, 목숨을 걸고 학교 현장을 사명지로 섬기고 나아가는 교사, 그런 후배들이 많이 들어왔으면 좋겠다.

 

  그들의 마음에 하나님의 마음이 먼저 깃들기를 소망하고 기도하고 있다. 영혼을 사랑하는 마음은 현재진행형이다. 교사가 된 이후에 해야지 하면 늦는다. 지금도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든 영혼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기도하고, 지금 내가 만나는 사람들과 관계를 잘 유지하며 현재의 사람들에게 복음의 증인이 되어야 한다. 지금 해 보지 않은 것들이 어떻게 교사가 된다고 해서 갑자기 가능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봄이 온다. 개학도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은 현장에 있는 교사들이 워밍업을 해야 할 때다. 기지개를 켤 때다. 그리고 심호흡을 하고 현장으로 달려갈 준비를 해야 할 때다. 개학이 올 때 끌려가는 모습이 아니라, 나를 현장에 파송하시는 하나님의 사명과 힘찬 격려를 가지고 들어가야 한다.

  금년에도 많은 ‘독’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나를 통해 그 ‘독’을 ‘꽃’으로 바꾸실 것을 기대하자. 예수님은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시기 때문에 그분을 붙잡고 있으면 ‘무엇 때문에 못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임에도 불구하고’ 가능한 사역이 되는 것이다.

 

  막장 인생, 막장 드라마, 막장 교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막장 막장을 외칠 때 우리는 이 표현을 사용하지 말자. 예수님을 믿고 그를 따르는 사람들은 막장이 아니다. 그 안에서 길을 만나고, 진리를 만나고, 소망을 만나기 때문이다. 길, 진리, 생명은 바로 예수그리스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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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 기지개를 켭시다!

  제자들이 힘들어서 우리가 교육을 못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있기에 하나님께서 힘든 제자들을 우리에게 붙여주시는 것이죠.

  인내와 소망은 아름다운 결실을 맺을 것입니다.

  에벤에셀의 하나님께서 우리를 통해 하실 일을 금년에도 기대해 봅니다.

  샬롬!

2012. 1. 31

 

영훈고에서 

울보선생 최관하 드림

(010-6264-50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