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삶이 이렇게 변할 줄 몰랐어요
작성자
최*하
작성일
12.01.30
조회수
1720

제 삶이 이렇게 변할 줄 몰랐어요

 

은혜를 주시는 하나님   

  학교는 2월까지가 학사 일정으로 마무리 되는 시점이다. 일 년을 돌아볼 때면 여러 모양으로 만났던 관계를 떠올리게 된다.

  영훈고등학교 안에 유일하게 있는 기독동아리, 가스펠반. 외형적으로 기독교학교는 아니지만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성경공부, 기도모임, 예배, 찬양제 등을 학교 안과 밖에서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선교센터를 6년 전에 주셨고, 술집을 접수하여 확장 이전케 하신 하나님. 그 어떤 상황의 변화보다도 더욱 감사한 것은 하나님께서 한 사람, 한 사람을 만나주시고 변화시켜주시며 사랑과 정이 넘치는 은혜로 살아가게 하시는 것이다. 지금까지 교사와 학생, 동문, 이사장님의 마음까지도 만져주시며 인도하시는 하나님을 목도케 하시니, 참으로 감사하지 않을 수가 없다.

    

불시에 찾아온 제자

  연초에 만나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는 제자가 떠오른다.

  그 여학생은 키가 무척 컸고, 외모가 참 예쁜 학생이었다. 일 년을 부적응하고 자퇴를 한 후에 영훈고로 왔다.

  어느 날 내가 학교에서 사용하고 있는 기록보존실 문이 열렸다. 노크도 없었고, 게다가 너무 거칠게 여는 바람에 나는 화들짝 놀랐다. 훤칠한 키의 여학생이 서 있었다.

  “선생님, 저랑 얘기 좀 하실 수 있나요?”

  분명 처음 만나는 아이인데 몇 년 동안 만난 사이처럼 아이는 천연덕스럽게, 그려면서도 거칠게 나에게 말했다.

  “그래, 들어오렴.”

  나는 마음을 추스르며 아이를 예의 주시했다. 아이는 성큼성큼 들어와 자리에 앉았다.

 

걔! 왜 그래요?

  “선생님, 걔 왜 그래요?”

  다짜고짜 말하는 아이에게 나는 웃으며 말했다.

  “걔? 걔가 누군지 나에게 알려주지 않았잖아. 하하. 그보다도 너는 누구니? 나랑 만난 적 있었든가?”

  아이는 그제서야 다소 급한 마음을 누르는 듯이 천천히 말했다.

  “아, 죄송해요. 선생님. 제가 너무 화가 나서요. 그리고 선생님께서 아이들 얘기를 잘 들어주신다고 해서요... 아! 저는 여림이(가명)예요. 김여림.”

  두서없이 쏟아내는 이 아이의 모습을 보며 나는 하나님의 강한 임재하심을 감지할 수 있었다. 나는 더욱 환하게 웃으며 여림이의 말을 받아주었다.

  “그렇구나. 여림이. 몰라봐서 미안, 그런데 무슨 급한 일이 있었나 보구나. 그리고 네가 말하는 걔는 누구를 말하는 거지?”

 

  “아! 걔요. 젊은 선생. 00요. 걔 왜 그래요? 선생 자질 없어요. 욕하고 사람 인격 무시하고... 정말 짜증 나! 대박예요. 그리고 이 학교, 8교시는 왜 해요? 자율 아닌가요? 교육청에, 교육부에 제가 항의하교 투서를 보내도 대답도 없구요. 정말 열 받아요...... 걔는 선생도 아냐!...”

  심하게 외쳐대는 여림이. 여림이는 학교에 대한 불만과 ‘선생‘에 대한 강한 반발감을 분노의 감정으로 계속 드러내고 있었다. 선생인 나에게 선생 욕을 하는 제자를 보며 나는 깊은 안타까움과 아픔을 절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잘잘못을 가리기 전에 바탕에 깔려 있어야 할 스승과 제자의 사랑에 흠집이 생겨 있는 것, 그것은 그 무엇보다 가슴 아픈 일이었다. 

 

포기하지 말라

  여림이를 보며 학교 현장을 다시금 바라보게 하시고 기도하게 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아이 때문에 학교가 힘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교사가 있기에 성장통에 있는 우리의 제자들이 좋게 변화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나아가야 할 것, 그것에 이 시대 교사들이 가져야 할 마음일게다. 더욱이 하나님을 믿는 교사들은 무엇 때문에 무엇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임에도 불구하고,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예수님을 붙잡고 나아가야 할 사명을 가지고 절대로 우리 아이들을 포기해서는 안 될 것이다. 

  여림이는 많은 상처를 가지고 있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 들어와서도 자기가 생각하는 ‘좋은 선생’을 한 번도 만나 보지 못했다고 했다. 여림이의 표현 중에 “아이, 학교 생활 좀 한 번 잘 해보려고 했더니...”라는 여림이의 말을 놓칠 수가 없었다.

 

나도 잘 하고 싶어요

  우리 아이들은 학교 생활을 잘하고 싶어한다. 가정에서도 인정받고 싶어한다. 공부도 잘하고 싶어한다. 그런데 그것이 자기 뜻대로 안될 때 속이 상한다. 심하면 무기력해지고 포기하고 싶어진다. 이때 주위의 사람들의 말이, 격려가 아닌 부담이나 질책이나 비판이 되면 참기가 힘들다. 자기도 너무 힘이 드는데, 더더욱 힘들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이 때 아이들은 자신을 포기하거나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팽개친다. 극한 저항으로 나타날 수 도 있다.

  여림이가 나를 찾아오고 또 이야기를 토해내는 모습을 보며,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학교 현장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교사로서 더욱 바로 서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하시는 하나님께 마음으로 감사했다. 

 

저도 교회에 나가요

  “근데요, 선생님. 선생님 교회 나가신다면서요?”

  내가 묻고 싶었던 말을 여림이가 먼저 물어왔다.

  “응, 그럼. 혹시 여림이도 교회 나가고 있니?”

  여림이는 처음으로 활짝 웃으며 말했다.

  “네, 저... 모태신앙예요. 제가 교회 가서 걔, 그 선생, 진짜 선생같은 선생 되라고 얼마나 기도했는지 아세요? 근데요, 불가능인가봐요... 절대 안 변해요. 완전 짜증예요, 정말...”

  여림이의 거침 없는 말에 나는 이제 웃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하하하, 여림이는 훌륭한 아인데. 그래도 어쨌든 선생님 위해서 기도하고 있는 거잖아.”

  여림이도 미소를 띠며 말했다.

  “근데... 변해야 말이죠...”

 

영적 자녀로 

  이 만남을 계기로 여림이는 학교 기독동아리 <가스펠반>에 들어왔다. 그리고 매주 예배를 드리고 기도에 참여했다. 시간이 흘러갈 때마다 여림이는 기록보존실 문을 버릇없이 벌컥 열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처음 마음처럼 기분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여림이는 그만큼 가까워지고 싶었던 사람이 필요했던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행동을 보기 전에 아이의 심정을 헤아리고 그 마음의 중심이 변화되기를 소망하며 노력하는 것이 아이들 변화의 관건이다.  

  학교에서 나에게 “아빠”라고 부르는 아이들이 여럿 있다.  여림이도 그렇게 영적 자녀로 나에게 붙여주신 하나님의 선물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여림이는 올 때마다 기록보존실의 작은 냉장고에서 과일도 꺼내 먹고 음료수도 먹었다. 자기는 과일을 잘 깎지 못한다고 하면서 나에게 깎아달라고도 했다. 그리고 그렇게 만나고 이야기하고 <가스펠반>에서 예배드리고 기도하는 생활이 일 년 남짓 지나고 있었다.

  

성적이 올랐어요

  여림이가 초겨울 어느 날 점심 시간에 나를 찾아 왔다.

  “선생님, 선생님.”

  “아! 여림아. 왜 이렇게 급하니? 넘어질라...”

  “선생님, 그게 문제가 아니구요. 저요, 성적 짱 올랐어요. 진짜 기분 좋아요.”

  나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와? 대단한데. 여림이 최고야.”

  내 가슴에 안기는 나만큼 큰 아이, 여림이. 

  “그리구요, 선생님. 걔 있잖아요. 아니, 그 선생님 있잖아요.”

  “걔? 선생님? 누구~~?”

  나는 이내 누구를 말하는지 파악하고 깔깔 웃었다.

  “근데? 왜?”

 

선생님 좋아해요

  “그 선생님이 저 칭찬해주셨어요. 공부하는 태도도 좋고, 요즘에 얼굴도 되게 좋아보인다구요. 근데요. 이상한 건 옛날에는 그 선생님이 머라고 하면 그냥 싫었는데 이번에는 너무 기분이 좋은 거예요... 하나님이 제 기도 들어주셨나봐요.”

  나의 생각에는 여림이를 하나님께서 만지시고 변화시켜주신 것인데, 여림이는 자기의 기도를 하나님께서 들어주셔서 그 선생님을 변화시켜주신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았다. 어쨌든 좋은 변화였고, 하나님의 인도하심이었다. 나는 너무도 기뻤다.

  “여림아, 네가 그래도 선생님 위해서 기도하고, 또 열심히 공부해서 그런거야. 하나님께서 너를 축복하시기로 작정하신 것 같은데...”

  여림이는 그 어느 때보다 활짝 웃으며 말했다.

  “네, 선생님. 저 이제 학교 생활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가스펠반>도 좋구요. 그 선생님도 이제 좋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참 많이 변한 것 같아요. 저도 이럴 줄 몰랐어요. 너무 편하고, 처음으로 선생님께 해보는 말인데...... 감사해요, 선생님.”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 것이 되었도다”(고후 5:17)

 

  하나님의 때에 하나님의 방법으로 우리 아이를 만나주시고,

이 시대의 교사들에게 우리의 제자들을 포기하지 않고 기도하게 하시며,

인내 가운데 소망을 이루어가시는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할렐루야, 아멘!   

첨부파일
IMG_9844[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