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대로 먹으렴
작성자
최*하
작성일
12.01.21
조회수
1732

마음대로 먹으렴

 

얼마 전, 학교 농구장에서 땀을 흘리며 농구하는 아이들을 보았다.

쾌청한 하늘 아래 교실에서는 보기 힘든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쾌활함과 즐거운 소리, 깔깔대며 웃는 소리, 그들의 움직임 속에 밝고 환한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운동장에 있거나 밖에서 만날 때면 아이들은 이러한 모습을 갖는다. 밝고 힘찬 청소년들의 모습을 말이다.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나도 한껏 들뜬 마음으로 기분 좋은 흥분을 갖게 된다.

학교 앞 센터에 가서 일을 보고 학교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런데 농구를 했던 아이들이 경기를 끝냈는지 교문 옆 가게에 모여 있었다.

나는 손을 들며 밝게 인사했다.

“사랑해, 얘들아.”

나는 주로 “사랑한다”라는 말로 인사를 하곤 한다. 그러면 아이들도 “사랑합니다.” 라든가 “할렐루야”, “샬롬” 이라는 말로 화답한다.

“너희들 농구했었지? 정말 멋있던데.”

아이들의 얼굴이 더욱 밝아졌다. 참 희한한 것은 공부에 대한 이야기만 빼면 우리 아이들은 밝아진다.

“네, 선생님... 보셨어요?”

“그럼, 네가 골 넣는 것도 보았는데.”

자그마한 관심은 아이들을 신나게 만든다. 농구를 했을 때처럼 아이들은 즐거워하고 있었다.

“그런데 왜 여기 모여 있는거니? 가게에. 뭐 사먹으려고 하는거니?”

나의 질문에 아이들은 웃으며 말했다.

“네, 선생님. 아이스크림 먹으려고 하는데 돈이 좀 모자라서요. 그래서 어떻게 할까 생각중이었어요. 몇 명만 먹기도 그렇고. 아니면 몇 개 사서 나눠먹을까 하고요...”

교문 근처 가게에서는 천 원짜리 아이스크림을 300원에 할인 판매한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다. 열 명 남짓인 아이들이 기특하게 생각되었다. 나는 3,000원을 투자해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주었다.

“어, 선생님. 모자란 것만 사주셔도 되는데요... 사실 다 사주시면 더 좋구요. 헤헤.”

넉살좋게 이야기하며 웃어버리는 사랑스런 제자. 그 아이의 모습을 보는 내 마음은 더욱 환해졌다.

 

학교 안 내 자리에 앉아서도 잠시 동안 아이들과의 만남이 새록새록 떠오르며 기분이 매우 좋았다. 그러던 중, 예수님께서 사람들을 향해 베푸셨던 섬김이 떠올랐다. 사랑을 베푸실 때 자기의 것을 남기시지 않으시고 생명까지 내놓으신 사랑. 그 사랑을 생각하니 내 마음에 부끄러움이 일었다. 더욱이 근육병에 걸린 한 목사님이 건강과 물질적 어려움에도 이웃을 위해 ‘사랑의 쌀통’을 교회 문 앞에 만들어, 누구든지 언제나 퍼가도록 베푸셨다는 것을 얼마 전 기사로 본 후여서 그런지 나는 내 마음속에는 더욱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까지 일었다. 이내 이 마음은 하나님을 향한 기도로 바뀌었다.

“하나님, 오늘 우리 아이들을 통해 참 마음이 좋고 행복합니다. 이런 행복감을 주시니 너무 감사합니다. 제가 사랑을 베풀 수 있는 지혜를 주시옵소서. 그래서 이 사랑의 실천을 통해 그들이 힘을 얻고 또 주님이 원하실 때 그들을 만나주시고...”

잔잔한 기도 속에 마음의 평온함을 더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들을 수 있었다.

다음 날 방과 후, 어제의 아이들과 몇몇의 아이들이 운동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운동을 하며 나에게 외쳤다.

“아, 선생님, 안녕하세요. 사랑합니다. 어제 아이스크림 감사했어요.”

나도 손을 들고 화답했다.

“어! 안녕, 사랑해.”

그들을 지나쳐 나는 학교 앞 가게를 찾아갔다. 그리고 어제 기도할 때 하나님께서 주신 마음을 떠올리며 주인에게 말했다.

“사장님, 오늘부터 아이들이 제 이름을 대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그냥 주셔요. 그리고 제가 가끔씩 와서 한꺼번에 계산하도록 하겠습니다. 괜찮으시죠?”

“네에? 선생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선생님이 왜?”

나는 대답 대신 주인을 향해 한 번 더 웃고, 가게를 나왔다. 마침 운동을 마치고 내려오는 아이들에게 나는 말했다.

"얘들아, 가게에 말해 놓았으니까 가서 아이스크림 그냥 먹으면 돼.“

“네에? 선생님. 정말요?”

눈이 달처럼 커버린 아이들, 끼야호 하며 소리치는 아이들. 내 마음이 기쁨으로 더 커지고 있었다.

 

평소에도 생각이 깊은 준혁이가 나에게 다가와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저희들이야 좋긴 한데 전교생이 다 와서 먹으면 어떡해요? 소문 금방 퍼질텐데요. 정말 다 내실거예요?”

“그러지, 뭐. 이런 가게 하나 너희에게 있으면 좋지 않니?”

내심 정말 1,500명의 고등학교 아이들과 영훈초등, 국제중학교 아이들까지 다 와서 내 이름을 대고 먹으면 어찌 해야 하나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이렇게 행할 수 있는 마음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했다.

방학을 맞이할 때까지 나는 가끔씩 들러 계산을 했다. 그런데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돈이 지출되지는 않았다. 나는 가게 주인에게 물었다.

“아이들이 많이 안 먹나 봐요?”

주인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아이들이 이렇게 착한 줄 전 잘 몰랐어요. 아이들이 선생님 성함을 대고 먹는 것은 자기들이 가진 돈이 부족한 정도만 저에게 얘기하는 것 같았어요. 가끔 인원 수대로 그냥 먹는 아이들도 있었지만요, 어쨌든 영훈 아이들 다시 봤어요. 참 착해요.”

그 이야기를 듣는 내 마음에 감동이 일었다. 순간 눈물이 핑 돌기도 했다. 생각보다 성숙한 아이들, 사랑스럽고 착하고 귀한 나의 제자들이다. 하나님께서 나에게 붙여주신 귀한 보물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