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앞 문방구집 이야기
작성자
최*하
작성일
12.01.21
조회수
1799

학교 앞 문방구집 이야기

 

영훈고 앞에는 문방구가 세 개 있다. 모두 다 성품이 좋은 분들이 문방구를 운영하고 있지만, 아이들이 그래도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문방구인 것 같다. 나는 일부러 세 문방구를 골고루 이용한다. 한 곳만 사용하는 것보다는 여러 곳을 다니며 얼굴을 익히고, 골고루 팔아드리며, 또 예수님을 전할 기회를 찾기 위해서이다.

성경 말씀을 코팅하기 위해서 수시로 사야 하는 것은 코팅지와 색지다. 또한 액자나 시를 쓰기 위해서 붓펜을 자주 사기도 한다. 그럴 때면 이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문방구를 다른 곳보다 그래도 많이 이용하게 된다. 일단 내가 올 때를 대비해서 물품을 항상 준비해놓아 손쉽게 살 수 있기 때문인 이유에서다.

“아유, 선생님. 이것을 매번 사 가시네요.”

한 번 방문할 때마다 몇 만원씩 사가는 나를 보며, 가끔 이 부부는 나에게 놀라는 눈을 하며 물었다.

“네, 이것을 코팅해서 책갈피 형태로 만들거든요. 성경 말씀을 넣어서요. 그리고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려구요... 혹시 교회 나가시나요?”

부부는 엷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아뇨. 저희들은 일 때문에도 그렇고, 시간이 안 돼서요. 근데 아이들은 나가라고 해요.”

“아, 그렇군요. 예수님 믿으면 너무 좋아요. 아! 제가 이것 코팅한 다음에 하나 선물할게요. 하나님께서 좋은 말씀 주실 것 같네요.”

 

자연스럽게 하나님의 이야기로 인도하시는 주님께 감사를 드렸다. 그리고 며칠 후 나는 성구서표와 <울보선생> 책을 들고 그 문방구를 찾았다.

“자, 약속대로 선물입니다.”

부부는 화들짝 놀랐다.

“아니, 선생님. 정말 주시는 거예요? 감사해요. 잘 읽을게요.”

겸손하고 순수한 부부였다. 아들과 딸을 둔 두 아이의 아빠, 엄마이기도 했다.

학교 앞 센터에서 <부모와 함께 하는 청소년감동캠프>를 준비하던 때, 나는 필요한 물품을 사러 문방구에 들렀다. 이제 어떤 이야기든지 친숙하게 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부부에게 편히 말을 꺼냈다.

“학교 앞 센터에서 ‘부모와 자녀가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아빠가 한 번 참여해보시면 어때요?”

“아유, 저같은 사람이 뭘요?”

그러나 이 말은 겸손함보다는 낯선 자리에 가야 하는 부담감과 일종의 두려움, 그리고 어색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의 아내에게 또 말했다.

“남편 보내주시고, 그날 4시간만은 혼자 일 보실 수 있죠?”

“네.”

 

나는 이 가정을 위해 기도했다. 하나님께서 십수 년간 왕래하게 하시고 또 지금처럼 가깝게 만나도록 하시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그동안 쌓아 놓게 하신 기도의 응답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나는 <청소년감동캠프>를 몇 번에 걸쳐 더 자세히 설명했다. 그리고 덧붙여 <아버지학교>와 <어머니학교>도 설명했다.

<부모와 함께 하는 청소년 감동캠프>는 자녀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지 않은 부모와 4시간의 프로그램을 통해 대화의 장을 형성해주고, 또 막혔던 것을 회복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편지쓰기와 읽어주기, 세족식 등의 프로그램이 있고 매우 감동적으로 학교와 가정을 동시에 회복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전국으로 확산되어가고 있다.

 

<청소년 감동캠프>를 앞 둔 어느 날 문방구에 들렀다.

역시 부부는 같이 있었다.

“형제, 자매님은 너무 좋겠어요. 항상 같이 있어서...”

나의 말에 역시 미소를 띠며 주인의 아내는 조용히 말했다.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문방구를 방문할 때마다 이들의 얼굴이 환해지고 즐거움 속에 잇다는 것을 느꼈다. 무엇인가 하나님께서 이 가정을 이미 살펴주시고 마음을 헤아리고 계시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 부인인 자매가 이야기 했다.

“선생님, 저 교회 나가기 시작했어요. 지난 주 부터요.”

나는 화들짝 놀라며 기쁨으로 소리쳤다.

“정말요? 와~ 너무 잘하셨어요. 어느 교회죠?”

“신성교회예요.”

신성교회는 오랜 시간, 계속해서 우리 학교를 놓고 계속 기도하며 동역하고, 또 우리를 돕는 교회이다. 영훈고 기독학생들의 찬양제를 연말에 매년 장소를 빌려 하는 교회이기도 하다. 전도를 많이 하는 성도들과 따뜻하고 한결같은 마음을 품으신 목사님이 교회를 잘 섬기고 있다.

 

“선생님도 저희들에게 교회 나가라고 하셨지만 신성교회 교인들이 오셔서 거의 매일 교회 나가라고 하셨거든요. 그리고 이번 감동캠프가 마음에 와 닿아서 남편이 저희 딸과 참여하기로 했어요. 선생님, 너무 감사해요. 지난 주에 첫 예배를 드렸는데 너무 마음이 편하더라구요. 가게 때문에 남편은 아직 교회에 안 나가는데 곧 나가게 될거예요...”

이 말을 듣는 나는 마음속으로 “하나님, 참 감사합니다.”를 되뇌고 있었다. 그리고 나 이전에 누군가가 뿌려놓은 더 많은 눈물의 기도가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더욱 감사했다.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거두리로다”(시 126:5)

나는 이 부부와 함께 잠시 기도하자고 했다. 문방구에 서서 셋이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감사를 드립니다. 주님의 축복이 넘치는 가정, 사업체가 되게 하시고, 구원받은 하나님의 백성으로,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분들이 되게 하여주옵소서. 어린 두 자녀에게도 함께 하여주시고... 이 가정을 살펴주시고 구원의 은혜를 주신 하나님 감사합니다...”

기도는 계속되었고, 하나님의 감동은 우리를 휘감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