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해서 성적이 좋은가 봐요
작성자
최*하
작성일
11.10.20
조회수
1754

기도해서 성적이 좋은가 봐요  

 

말썽꾸러기 아이들

  고1 남학생 담임을 맡은 금년도 저물어 간다.

  아이들과 매일 조회 종례 때 교실에서 기도하며 학급을 운영해왔고, 또 반가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매일 부르며 10월의 하순까지 왔다. 스산한 바람 가운데 교정의 낙엽이 쓸려가고, 그 사이를 걷다보면 20여 년 몸 담았던 학교의 내음이 내 몸에 담겨 있는 듯 하다.

  그러나 이렇게 여유를 부릴라치면,

 “선생님, 대희가 다쳤어요.” 

 “선생님, 재욱이가 싸워요.” 등등 쉴 새 없이 아이들의 외침이 들려온다. 그래도 사랑스럽고 감사한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이렇게 크나 보다 하며 내 아이가 크는 것 같은 느낌을 자주 갖게 된다. 실제로 학교서 나를 아빠라고 부르는 아이들도 있다.

  우울증에 있는 아이, 복통에 시달리고 몸살이 자주 나는 아이, 신경안정제를 먹으며 학교에 다니는 아이, 수업 시간에는 조용히 자지만, 쉬는 시간에는 난리를 치는 아이들... 이 아이들 때문에 내가 학교 생활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는 나를 이곳에 두시고 그 아이들을 만나라고 하신 것이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성장통을 겪는 것을 보면 같이 기도하며 눈물 짓고 위로와 격려를 보내는 것이다.    

 

잠복근무를 하며

  다른 반에 비해 우리 반 교실은 공간의 여유가 있다. 예전에 그곳을 교장실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반과 일렬로 있는 것이 아니라, 한쪽으로 비껴 있기 때문에 숨어 있기에 아이들에게는 좋은 공간이 된다.

  아이들은 이곳을 종종 흡연실로 사용한다. 예년의 선배들로부터 어떻게 하라는 지침을 하달 받은 아이들, 시간대를 교묘하게 이용하며 아이들과 선생님들은 밀고 당기고 숨고 찾아내고의 숨바꼭질을 한다.

  우리 반 문 앞에는 이런 글이 씌어 있다.

  “사랑스러운 제자 여러분, 타반 학생들은 이 곳에 출입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한 선생님이 우리 반 교실에서 너무 담배 냄새가 나서 잠복근무를 했다한다. 그랬더니 희한하게 아이들은 한 명도 오지 않았다. 아이들의 정보 소식통은 매우 신속하다. 이미 다 연락이 된 듯 한 것이다.

  하지만 담배를 피거나 싸우거나 지각, 결석을 해도 사랑스럽고 귀한 나의 아이들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하나님께서 그 마음을 나에게 끊임없이 부어주고 계시기 때문이다.

 

이게 웬 일인가요?

  1학기말 전체 우리 반 성적 결과표를 보고 나는 경악했다.

  남학생 10개반, 여학생 4개반. 총 14개반 중에서 5위를 했던 것이다. 이 말은 남학생들 중에서는 1위라는 말이다. 이것은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선생님들도, 아니 우리반 아이들도 서로 놀랐다.

  “아이, 선생님. 거짓말 하지 마세요.”

  나를 거짓말쟁이로 만들어 버린 1학기말 사건이었다.

  "얘들아, 우리 여학생 반 한 번 이겨볼까? 영훈고 역사상 남학생 학급이 여학생반을 이겨 본 적은 없는데 말야...“

  아이들은 “와~!” 하고 소리를 쳤다. 나는 계속해서 말했다.

  “그런데 너희들 정말 멋지다. 떠드는 것도 1등, 걸리는 것도 1등, 야단 맞는 것도 1등, 게다가 성적도 남학생 반에서 1등.”

  나와 아이들은 깔깔대고 웃었다.

 

기도해서 성적이 좋은가봐요 

  2학기가 시작되었다.

  아이들은 성장기에 있어서 눈에 띄게 변한다. 그러나 그것을 본인들은 잘 알지 못한다. 떠들고 장난 치는 것은 여전하지만, 아이들의 미래를 그려보게 하시는 하나님을 생각하면 감격스럽고 눈물이 ‘핑’ 돌 때가 많다.

  2학기 중간고사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이건 또 무슨 일인가?

  국어, 영어, 수학이 1학년 전체에서 가장 우수했다. 게다가 진원이는 전교 1등을 했다.

여학생 학급을 가장 주요한 세 과목에서 다 이기고 있었다. 국어는 다른 반과 무려 평균이 10점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하였다.

  전체 통계가 나중에 나왔을 때 평군 0.5점 차이로 여학생반을 이기지는 못했지만, 큰 의미를 둔 5위였다. 아이들은 또 놀라고 있었다. 나는 아이들을 격려했다.

  “너희들은 정말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는 아이들이로구나. 멋지다. 녀석들. 어떻게 이렇게 공부는 다하고 있었던 거잖아. 성적이 왜 이렇게 종은거지?”

  그 때 아이들은 이렇게 대답했다.

  “선생님 우린 매일 기도하잖아요. 딴 반은 기도 안 하구요”

 

  우리 아이들에게는 문제와 흔들림이 많다. 성장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아이들의 마음에 침잠하여 끝까지 격려하면 아이들은 흔들릴지언정 쓰러지지는 않는다. 오뚝이 같은 인생의 주인공으로 우리 아이들을 세워 가야 한다. 그럴진대 그 아이들의 심중에는 하나님이 계셔야 한다. 하나님이 그 가운데 계실 때 우리 아이들은 제 자리로 오롯이 설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 주신 성적으로 받아들이는 믿음을 우리 아이들에게 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올려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