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출간하고 싶어요
- 고3작가 장민석 <정체전선> 출간 이야기
책을 내고 싶어요
민석이는 영훈고 나의 제자이다. 한참 입시를 준비하는 고3이며 착실하게 여러모로 모범적인 학생이다. 금년초 어느 날 수업을 마쳤는데, 민석이가 복도로 나를 따라나왔다.
“선생님, 드릴 말씀이 있어요.”
나는 미소를 띠며 물었다.
“그래? 무슨 말이니?”
입시생이니까 진로에 대한 것이 대부분인지라 그러려니 했다. 그러나 내 예상과는 달리 민석이는 대뜸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책을 내고 싶은데, 출간하려면 어떻게 하면 되나요?”
고3의 입에서 책을 출간하고 싶다는 말이 내 귀에 신선하게 들렸다. 그리고 강한 호기심에 휩싸였다. 대학 시절 마음에 맞는 친구들과 시 동인지를 만들어 친구들에게 나누어주며 그 기쁨에 밤을 새워가며 이야기를 나누었던 나의 젊은 시절이 일별(一瞥)했다.
작가가 될거예요
나는 민석이에게 웃으며 말했다.
“민석아 글 써놓은 것은 있니? 선생님 보여줄만한 것 말야. 그리고 전공을 그쪽으로 가려고 하는거니?”
“네, 선생님. 나중에 소설을 쓰는 작가가 되려고 해요. 문창과를 가려구요.”
민석이는 이삼일도 안되어 나에게 한 편의 소설을 보내왔다. 아니, 사실 여러 편이었다. 그런데 이 글은 이어지는 소설, 피카레스크식 구성의 소설이었다. 다듬어져야 할 부분도 있지만 고3치고는 꽤 수준이 있었다. 나는 그 글을 즉시 읽었고, 다시 민석이를 만났다.
“민석아, 잘 읽었어. 그런데 이 글을 책으로 내고 싶은 이유는 뭐니?”
“자꾸 그렇게 하고 싶은 생각이 들고요. 어차피 글쓰는 사람이 될거니까, 미리 내도 좋을 것 같고...”
“하하하, 대학에 가는 데도 힘이 되겠구나.”
민석이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네, 선생님.”
<정체전선>을 발간하고
무명일 경우에는 자비출판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일정 수량의 제작된 책을 저자가 가지고 가야하는 방식. 민석이는 결국 자비출판을 해야 할 상환인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결국 몇 개월 동안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구하며 기도했다. 나의 제자가 갖는 소망이 비전이 있을 때, 스승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도와주고 싶은 마음, 그 마음을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했다.
여름방학에 들어설 무렵, 나는 민석이에게 다시 물었다.
“민석아, 너 정말 아직도 책을 내고 싶은 마음이 있는거니?”
“네, 선생님.”
하나님께서는 우리 영훈고 기독학생들을 돕는 'J-PLUS ADE' 이우양 사장님을 떠올리게 했고, 그분께 민석이의 책 출간을 부탁했을 때, 실비만 받고 책을 출간해주는 것으로 해주셨다. 이 이야기를 들은 민석이와 가족들은 뛸 듯이 기뻐했다.
그로부터 한 달 후 민석이의 첫 소설집 <정체전선>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출판기념회를 열고
기왕이면 민석이에게 큰 기념이 되면 좋겠다 싶어서 <영훈센터>에서 출판기념회를 열기로 했다. 플랙카드를 만들고, 센터 안에 테이블과 의자를 세팅하여 좋은 분위기 속에 출판기념회를 열게 된 것이다.
민석이와 가족들은 진행되는 모든 과정과 절차를 보면서 놀라고 있었다. 책을 내게 된 것과, 유명한 분들만이 하는 것으로 알았던 출판기념회를 한다는 것은 매우 경이로운 일이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또한 민석이의 책이 유명서점에서 판매가 된다는 것도 놀라워 하고 있었다.
출판기념회는 민석이의 가족과 친지들, 그리고 같은 동아리 ‘아우라’의 학생들 약 50여명이 모인 자리에서 진행되었다. 모두들 기뻐했고 마음껏 축하했다. 축하 피아노 연주와 꽃다발 증정, 축하케잌 절단식, 그리고 식을 마친 후에는 기념사진을 돌아가며 찍고, 민석이의 책 <정체전선>의 사인회를 열었다. 새롭게 만들어진 <영훈센터>에서 우리의 제자들과 가족들과 풍성한 기쁨의 자리를 누리는 것, 그것은 바로 천국잔치였다.
감사의 마음으로
그날 나는 민석이를 격려하는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1995년도에 저는 처음 시집을 발간했습니다. 그리고 출판기념회를 열었습니다... 그 때기분이 아이를 출산하는 것처럼 기쁘고 설레었는데, 오늘은 그 때의 설렘과 환희보다도 몇 배 더 즐겁고 기쁩니다. 멋진 제자를 둔 스승의 마음은 더욱 행복하다는 사실을 말씀드립니다... ‘청출어람(靑出於藍) 청어람(靑於藍)’이라고 했으니 민석이가 저보다 훨씬 뛰어난 작가가 될 줄로 믿습니다...”
이러한 일을 하게 하신 하나님, 그리고 아이들과 만날 수 있는 이 시대 교사로 살게 하신 하나님, 무엇 때문에 못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 때문이라도 가능케 하신 하나님, 그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사랑의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지혜를 주셔서 하나님의 일을 잘 감당할 수 있기를 소망하며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우리의 삶속에 녹아드는 예수그리스도의 향기로 모든 사명을 잘 감당할 수 있기를 소망하며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기도로 함께 하시는 동역자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