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할 수 없는 아이들
작성자
최*하
작성일
11.10.03
조회수
1782

포기할 수 없는 아이들

사랑하는 여러분!

수업에 들어서며 인사를 한다.

“여러분! 안녕하셔요.”

재잘거림이 흩어지는 교실에 내 목소리는 이내 묻혀버렸다. 나는 또 한 번 큰 목소리로 말했다.

“여러분! 안녕하셔요. 사랑하는 제자 여러분!”

그제서야 몇몇이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길게 늘어뜨리는 인사법은 고3 아이들에게는 전매특허인 것 같다. 고3 때 팍 늙는 아이들, 그러다가 대학 1학년이 되면 이 아이들은 회춘(回春)을 한다.

아이들의 이름을 한 명씩 부르며 수업 전 기도를 한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구하며 기도하는 것이다. 힘든 아이들, 건강이 좋지 않은 아이들, 가정문제, 성적, 대학입시, 친구관계 등 우리 아이들을 얽어매고 있는 문제들은 참으로 많은 것 같다.

아이들은 기도를 통해 위로를 받는다. 세상이 줄 수 없는 평안함을 하나님께서 부어주시고 기도하며 공부하는 이 아이들에게, 솔로몬과 다니엘에게 주셨던 그 지혜와 명철함을 부어주시길 기도한다. 수업 시간이 단순한 지식 전달만이 아닌 진정한 진리를 알고 서로 마음과 마음을 맞닿을 수 있는 수업 시간이 되길 기도한다.

세상이 줄 수 없는 평안

수업에 들어가면 입시를 앞두고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할 것 같은데 지금 쯤 되면 많이 힘들어 한다. 아이들이 지쳐 있는 것이다. 수업하자 하면 엎어지고 자습하면 일어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2학기에는 수시 준비를 하느라 수시로 수업에 빠지는 아이들도 많다. 또 수시로 합격을 하는 아이들도 마음껏 기뻐하지 못하는 것도 현실이다. 떨어진 아이들이 상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음껏 축하하지 못하고 마음껏 위로하기 어려운 고3들이지만 그래도 하나님께서는 위로하라고 하신다. 힘을 주라고 하신다.

“평안을 너희에게 끼치노니 곧 나의 평안을 네게 주노라.”

세상이 줄 수 없는 하나님의 평안함을 가지고 시험에 응하길, 그리고 미래의 삶을 만들어가길 기도하게 하시는 것이다. 수업을 일찍 마치고 자습을 하도록 했다. 아이들은 대부분 공부를 한다. 몇몇은 바로 엎드리고...

한 쪽에서는 미영이와 친구 셋이 열심히 손으로 얼굴을 두드리고 있다.

화장하는 아이들

아이들이 화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살며시 그들에게 다가갔다. 내가 가까이 온 것을 아이들은 의식하면서도 손놀림은 계속되고 있다.

“미영아, 어디 보자. 얼굴!”

“왜요? 선생님.”

나는 미소를 띠며 조용히 말했다.

“그냥, 잠깐, 얼굴 돌려 봐.”

미영이는 나를 향해 반쯤 돌렸다. 얼굴을 똑바로 돌리지 못하는 것도 아이들의 순수함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미영아, 이쪽 볼은 잘~ 되었는데 이쪽은 좀 그렇다~”

아이들이 눈빛이 반짝, 안도의 숨을 내쉰다.

화장하는 아이들, 자꾸자꾸 짧아지는 치마. 퍼머 하는 아이들, 교복을 기피하는 현상. 사실 겉으로 보아서는 다 망가진 것 같고 다 엉망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외면으로는 망가진 것 같아도 우리가 진지하게 집중해야 할 것은 아이들이다. 화장을 하든 안하든, 치마가 길든 짧든, 퍼머를 하든 안하든 그 아이들은 나의 사랑하는 제자인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나의 제자들이 보여주는 현상을 보고, 내가 가지고 있는 과거의 프레임에 휩싸여 그들을 평가하면 해결책이 없다. ‘지금 이 시대의 아이들은 왜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가’ 그 상황을 보고, 그 마음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삶을 현실적으로 인정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화장을 하지 말라고 해도 기어이 하는 아이들, 그것을 가지고 소모전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아이들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들은, 내 자녀들은 포기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의 사랑의 대상이다. 담배와 술과 세상의 파도에서 허덕이고 방황하는 아이들. 그들을 절대로 포기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사랑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 아이들이 나의 사랑하는 제자이며 나의 자녀이기 때문이다.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

예수님께서 유월절 전에 자기의 죽음의 때가 이른 줄 아시고 자기 사람들을 사랑하시되 끝까지 사랑하셨다.(요 13;1) 예수님의 사랑법은 ‘끝까지 사랑하는 것’이다.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그들이 어떠한 모습을 보이든, 어떠한 옷을 입고, 어떠한 말을 하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의 마음을 알고 애통해하시고 눈물 흘리시고 기도하셨던 예수님의 마음을 품는 일이다.

점점 기도의 사람들을 갉아먹으며 이 시대의 아이들을 포기하도록 종용하고 유혹하는 사단의 입김이 있다. 이것에 절대로 굴복하면 안 된다. 우리의 눈에 아이들의 외모만 보일 때 우리는 경계해야 한다. 예수님의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소망을 가지고 나아가야 한다. 아이들의 현상을 보며 한숨을 쉬는 것이 아니라 눈을 들어 예수님을 바라보며 소망을 배우리라 다시 한 번 다짐하며 기도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