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사망해요~!
사랑의 고백을 하며
국어 시간, 이육사의 시 ‘광야’를 가르치던 중이었다.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시를 읊고 설명을 하려 할 때 갑자기 내 마음에 사랑의 마음이 샘솟듯 일어났다.
이 상황, 제자 아이들과 수업을 하는 그 시간과 스승과 제자라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깊은 행복감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지금 수업을 하는 아이들이 매우 사랑스럽고 소중한 보물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이 마음이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끌어올려졌고 나는 이내 감사와 기쁨의 눈물이 내 몸속에 흘러가고 있음을 감지했다.
더는 참을 수 없었다. 칠판에 판서를 하다말고 나는 고개를 돌려 아이들을 보았다. 수업을 진행하다 말고 잠시 멈춘 나를 아이들은 잠시 숨을 죽이고 쳐다봤다. 그 때 나는 조용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사랑해~”
오글거리는 사랑 표현
순간 정적이 흘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여학생들 특유의 발랄함이 묻어나며 누군가가 깔깔대며 외쳤다.
“모~야? 오글거려~”
“선생님! 변태야~ 변관하 아냐?”
아이들은 좋아했다. 농담처럼 떠들면서도 매우 즐거워했다.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데 방금 수업했던 학급의 미영이에게서 문자가가 왔다.
“선생님, 혜영이 울어요.”
나는 바로 미영이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보았다.
“아니 혜영이가 왜?”
나는 잠시 내가 무엇인가 잘못한 것이 있나 생각했다.
“아뇨~ 선생님. 혜영이가요. 자기가 고2까지 오면서 선생님한테 사랑한다 소리를 들은 게 오늘이 처음이래요. 그것도 수업 시간에요.”
나는 이 말을 듣는 순간 잠시 자리에 멈추어섰다.
‘혜영이가 고2까지 오면서 수십 명의 선생님을 만났을 것이다. 그런데 한 번도 사랑한다 소리를 들어보지 못했다니...’
도리어 그 말이 나에게 충격이 되었다. 그리고 사랑한다는 고백은 우리 아이들을 무척 행복하게하고 감격스럽게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는 그 때 후로 더 아이들에게 “사랑한다”는 애정 공세를 펼치기 시작했다.
쌤! 사망합니다
복도를 지날라치면 아이들이 나를 보고 외친다.
“할렐루야!”
“아멘!”
“믿습니다.”
이러한 순간을 맞이할 때마다 나는 기독교학교가 아닌 학교에서 수업시간과 매 순간 기도하게 하시는 하나님의 결실이 자그마하게 이루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나도 지나가며 화답한다.
“사랑해!~~”
언젠가 복도를 지나가는데 몸집이 큰 3학년 영배가 지나가고 있었다. 영배는 내가 수업을 하는 학생이다. 나는 예의 고백을 했다.
“영배야! 사랑해!”
그 때 영배는 그 큰 몸집, 머리 위로 두 손을 올리며 하트 모양을 만들고 나에게 표현을 했다. Z
“쌤! 저도 사망합니다.~”
“뭐야? 이 녀석이~~~”
하하 웃으며 뛰어가는 영배를 바라보며 나는 기쁘고 행복한 마음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했다.
전염되는 사랑 고백
나는 지금 고1 남학생 학급 담임이다.
우리 반의 급훈은 ‘배워서 남주고 돈 벌어서 남주자“이다.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가면 교실 앞 정면에 ’사랑합니다!”라는 글씨가 씌어져 있다.
사랑은 사람을 기쁘게 만든다. 그리고 행복하게 만든다.
사랑은 전염된다.
그 사랑은 표현해야 의미가 있다.
표현하지 않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사랑의 표현을 나눌 수 있는 기쁨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 항상 사랑의 표현을 입에 두고 사는 삶이 되기를 또 한 번 결단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