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아들이 될게요
작성자
최*하
작성일
11.04.21
조회수
1864

기도하는 아들이 될게요

목사 지망생 요한이
요한이는 목사가 되기를 희망하는 고3 남학생이다. 안경을 꼈고, 선한 눈망울을 가지고 있는 학업 성적이 꽤 우수한 학생이다. 요한이가 고3이 되어서 나를 교과 시간을 통해 처음 만나게 되었다.
스산한 날씨 속에 요한이는 학교의 특별실 공간으로 나를 찾아왔다.
“어서 와. 요한아. 반가워.”
요한이는 자리에 앉으며 주위를 한 번 둘러보았다. 처음 와보는 공간이기에 그럴 것이다. 게다가 선생님과 대면한다는 것은 매우 부담이 되는 자리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요한이가 나와 상담하기를 원해 먼저 연락을 취한 것은 그만큼 자기에게 급박한 사항이나 고민이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아버지하고 사이가 안 좋아요
“요한아, 고3 생활 힘들지 않니?”
요한이는 마시던 음료수 잔을 내려놓으며 나의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네, 선생님. 힘든 점이 있어요. 하지만 그것보다 더 힘든 것이 있어요. 그래서 선생님과 이야기 나누고 싶어서 온 거예요.”
나는 미소를 띠며 말했다.
“그렇구나. 그럼 천천히 이야기 하렴. 나는 언제든지 들을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
요한이의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 것 같았다. 이내 서서히 자기의 이야기를 털어 놓기 시작했다.
“선생님, 저는 나중에 좋은 목회자가 되고 싶어요. 그런데 저는... 아버지하고 사이가 너무 안 좋아요...”
요한이의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그 음성에 분노가 배어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요한이는 말을 계속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어려서부터 저를 많이 때렸어요. 지금도 폭력을 써요. 욕도 많이 하시구요. 선생님. 제가 목사가 되려면 공부 잘해서 신학하고... 필요하지만 사실 아버지를 생각하면 제 마음이 화가 나서 좋은 목사가 될지 불안해요. 이런 마음 가지면 안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고민하다가 선생님을 찾아온 거예요...”

눈물의 고백
이야기 하는 요한이의 목소리가 파도쳤다. 눈물이 묻어나오는 듯 했다. 아버지의 폭력, 무관심, 비뚤어진 사랑 등으로 요한이는 매우 힘겨워하고 있었고, 또 분노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기에게 미쳐질 영향에 대해서도 불안해하고 있었다.
나 역시 어린 시절 아버지로 인해 상처가 있었다. 나를 방치해두었던 내 아버지, 음주를 일삼았던 내 아버지, 그 영향력이 나에게 미쳐졌다. 그리고 세월이 흐른 지금, 주님을 만난 이후 나도 아버지도 현재의 모습, 사랑이 넘치는 모습이 되게 하셨다.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것이 되었도다(고후5:17)’

“그랬구나, 요한아. 얼마나 힘들었니?”
나는 의도적으로 더 활짝 웃으며 말했다.
“요한아, 너는 내가 보니까 정말 좋은 목사님이 될 것 같아.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좀 있거든, 하하하.”
요한이의 눈물 어린 눈에도 약간의 미소가 번져갔다.

아버지의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렴
약 한 시간 정도를 이야기 나누는 동안 요한이는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고 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요한아, 과거에 아픔이 있는 사람들은 예수님을 붙잡을 때 그 과거의 것들이 다 간증이 되던데... 너도 일단 그 간증은 많을 것 같다. 하하, 그리고 나중에 너처럼 아버지하고 관계가 힘든 사람들을 만나면 이해해주고 격려할 수 있지 않겠니? 그러니까 이 경험을 소중히 생각하는 면이 있어야 해.”
요한이는 내 눈을 보며 나의 말에 집중하였다.
“그런데 요한아, 아버지의 어린 시절을 떠올려본 적 있니? 아버지가 너처럼 청소년일 때 어떤 삶을 사셨는지 알고 있니?”
“아뇨, 그런데 아버지는 할아버지한테 많이 맞으셨대요. 워낙 할아버지가 무서우셨다고 하거든요.”

아버지를 위한 기도
나는 미소를 띠며 계속 말했다.
“그렇구나, 그럼 아버지도 너처럼 할아버지에게 분노가 있으실 것 같구나. 그렇지?”
요한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요한아, 아버지를 위해서 정말 많은 기도를 해보았니? 그리고 잘 해드리려고 해본 적 있니? 아버지는 원래 자녀들을 무조건 사랑한단다. 그것이 아버지고, 또 부모라는 이름이야. 그런데 너의 아버지도 어려서부터 할아버지에게 사랑 표현을 많이 받지 못했던 것 같아. 그러니까 그냥 본대로 습관대로 너에게 대하신 것 같아. 요한아, 어때? 아버지를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겠니? 좋은 목회자는 예수님처럼 자기의 목숨을 내놓고 사람들을 살리려는 사랑이 있어야 하잖아. 요한이도 그런 목사님이 되면 좋을 듯 한데...”
내 말을 가만히 들으며 잠시 말을 잇지 못하던 요한이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네, 선생님. 잘 알겠습니다. 아버지를 위해 기도하는 사람이 될게요. 하나님께서 저에게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어요. 아버지를 위해 기도하라는 거네요...”

예수님의 사랑으로
나는 요한이의 어깨에 손을 얹고 기도했다.
“...하나님, 요한이의 분노를 사랑으로 녹여주시고... 아버지를 용서하고 예수님의 사랑으로 바라보게 하시고... 좋은 목회자가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기도가 계속되었을 때 잠시 후 요한이의 어깨가 들썩였다. 간헐적인 움직임, 몸짓.
요한이는 울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눈물은 예전과 같은 분노의 눈물이 아니었다.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아니었다.
예수님으로 인한 사랑과 용서, 기쁨과 회복의 눈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