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그 때가 생각나요
작성자
최*하
작성일
11.04.01
조회수
1845

선생님, 그 때가 생각나요

수업시간 아이들에게 가끔 하고 싶은 말이나 고민을 적어내도록 할 때가 있다. 그러면 아이들은 내 말에 움직인다. 마치 그 글 쓰는 시간을 만난 것이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이는 아이들도 있다. 나는 그것을 가지고 아침마다 기도하고 또 수시로 읽어가며 기도한다. 아이들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가는 것은 교사로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금년에는 내가 담당하는 7학급 중 3학년 학급이 5개다. 1학년 담임을 맡았는데 3학년 수업이 거의 전부다. 이번 3학년 아이들은 신기하게도 3학년이 될 때까지 나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아이들이다. 담임으로나 수업시간에도 말이다. 그래서 신선하기도 하고 새로운 흥분이 자리잡기도 한다.
3학년 아이들에게 생각하고 있는 것을 쓰라고 했다. 그리고 그것을 걷으며 읽었을 때 나는 흠칫 놀랐다. 그것은 미처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나의 일거수일투족이 아이들에게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고 또 영향을 미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원이가 써놓은 글이다.
“선생님, 선생님의 첫인상은요, 작년에 시험 감독 들어오셨을 때 이미 기도해주시는 분이라는 것을 들은 적이 있어서 알고 있었어요. 선생님 그 때 기도 덕분에 시험 문제 찍은 것도 맞고 그때 되게 신기하기도 하고 운도 좋았던 것 같았는데, 이렇게 선생님을 만나 수업하고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감동이예요.”
그랬다. 시험 감독에 들어가면 나는 이렇게 기도하곤 했다.
“하나님, 오늘 이 자리에서 시험 보는 우리 아이들에게 지혜를 주셔서 떨지 않고 평안히 시험 보게 하여주시옵소서. 생각나지 않던 것도 시험 볼 때 다 생각나게 하여주시고, 혹시 모르는 문제를 만났을 때 찍더라도 정답 되는 축복을 허락해주시옵소서...”
그러면 예수님을 믿는 아이들 안 믿는 아이들 할 것 없이 모두 “아멘!”하고 외친다. 그런데 참 놀라운 일은 정말 아이들이 평소보다 시험을 잘 치룬다는 것이다.
또 한 학생, 한별이의 글에도 감동이 넘쳐난다.
“선생님, 선생님 수업은 처음이라 좀 설렙니다. 선생님은 기억 안 나시겠지만 재작년 시험 시간에 선생님께서 감독하시러 오셨던 생각이 나요. 1학년 1학기 중간고사였는데 그러니까 입학하고 나서의 첫 시험이죠. 첫날부터 시험을 크게 망치고 좌절하고 있던 둘째 날이었습니다. 표정이 우중충하던 저와 반 아이들을 위해 기도해주셨죠. 전 무교지만 그 기도가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 때 정말 감사했어요. 꼭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기도할 수 있다는 것은 실로 큰 축복이다. 그리고 이 기도의 무기를 축복의 도구로 쉼 없이 사용해야 한다. 왜냐하면 기도는 최고의 격려이며 사랑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이 아이들을 주님께서 만나주시리라는 소망의 표현이기 때문에 그러하다.
효진이는 내가 잊고 있었던 기억을 2년이 넘도록 기억하고 있었다.
“제가 고1일 때 후문을 매일 열어주다가 잠긴 적이 있었는데 그날 눈이 많이 와서 길도 미끄럽고 후문도 잠겨서 짜증도 났는데 선생님이 저랑 친구를 차에 태워주신 적이 있었어요. 그 때 너무 감사했어요.”
우리 아이들은 내가 해주는 말만 듣고 자라는 것이 아니다. 나의 뒷모습을 보고 있고 또 내가 해주는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가를 보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믿음으로 최선을 다해야 하고 본을 보여야 한다. 자칫 나의 잘못된 말과 행동으로 인한 안 좋은 영향은 아이가 평생을 잘못된 시각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바탕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학교에 교생들이 와 있다. 이 4명의 교생들은 모두 영훈고등학교를 졸업한 나의 제자들이다. 제자이며 교생인 혜나가 나를 찾아왔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끝에 혜나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그런데 기억하실지 모르지만요. 3학년 언젠가 교문에서 들어오는데 저 앞에서 선생님이 오고 계셨거든요. 그 때 제 옆을 지나가시면서 그러셨어요. ‘이제 해나나~’라고요. 그 때 저는 선생님께서 제 이름을 기억하고 계신다는 것을 알고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우리 아이들은 선생님에게 기억되기를 원한다. 이름이 불려지기를 원한다. 관심을 받고 싶어한다. 지금의 나의 제자들은 또 미래에 나에게 와서 말할 것이다.
“선생님, 그 때가 생각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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