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생각이 나요
작성자
최*하
작성일
10.09.28
조회수
1940

가끔씩 생각이 나요

교사의 마음
제자를 양육하는 위치에 서 있는 사람은 공통적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내가 키운 제자가 훗날 훌륭한 인물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바로 그것이다. 또한 비록 훌륭하지는 않더라도 타인과 사회에 악영향을 미치는 존재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포함된다.
아이들과 지내는 시간은 수고와 사랑, 눈물과 한탄, 그리고 다시 소망을 찾아가는 삶의 반복이다. 현재를 보면 소망이 없는데 그 아이의 미래를 떠올리면 희망으로 바뀐다. 그 누군가가 말했다.
‘지금은 엉망이어도 그 아이가 앞으로 어떤 인물이 될 지 아냐고...’
가끔씩 떠오르는 제자들이 있다. 특히 나보다 먼저 하늘나라에 간 아이들은 더욱 생각난다. 하나님을 잘 믿다가 대학 3학년 때 심장마비로 하늘나라에 간 근주, 고 2때 위암 말기로 가족을 모두 전도하고 하늘나라에 간 정원이, 그리고 영적인 혼란이 거듭되다가 자살한 남훈이, 한국종합예술학교를 합격한 후 교통사고로 안타깝게 하늘나라에 간 대영이 등등.
나의 제자가 학교를 다닐 때 그렇게 사랑을 하고 투자를 했던 대상들이 있다. 그런데 그 아이들이 졸업을 하면 아무 소식이 없는 경우도 있다. 본인과 가정에 물질로, 기도로 축복했던 그 아이들. ‘이 아이만큼은 날 기억해야 할텐데...’하는 순간적인 마음이 들 때도 있다. 그러나 결국 어디에서든지 하나님의 사람으로 잘 성장하리라는 기대감으로 마음을 전환하는 것이 최대의 위안이리라. 내가 키우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성장시키는 믿음이 나에게 다시금 그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게 하는 힘이 된다.

생각이 많이 났어요
학교를 떠나 잊혀질 듯한 제자가 갑자기 연락이 오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에는 그 아이에게 살짝 미안해지기도 한다. 나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 아이가 나를 떠올리고 있었다는 고백은 교사라는 위치에 있는 나를 더욱 행복하게 한다.
눈물이 날 만큼 말이다.
얼마 전 받은 메일의 일부이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2005년도에 졸업한 박주희라고 합니다. 혹시 기억하세요?^^ 고3때 선생님께 수업도 듣고, 선생님께서 제게 '명품인생' 책도 주셨는데,, 그리고 선생님은 항상 저희에게 말씀카드를 만들어서 주시기도 하셨어요..^^ 선생님 우선, 졸업하고 한 번도 찾아뵙지 못한 점, 정말 죄송합니다. 은혜도 모르고 편하게 살아온 지난 세월이 후회가 될 정도로 마음이 항상 무거웠습니다,,저 졸업한 뒤로 한 번도 학교 찾아가 본 적이 없었거든요. 고마우신 선생님 덕분에 항상 즐거웠던 학창시절을 떠올릴 수는 있었지만, 막상 찾아뵈려고 생각하면 해가 지날수록 더욱 죄송한 마음에 찾아뵙기 힘들어지기만 했었습니다. 물론 다 하찮은 제 변명 뿐입니다. 용서해주세요 선생님 ㅠ ㅠ
그러던 제가 갑자기 선생님을 찾게 된 이유는, 어젯밤에 문득 선생님이 너무 많이 생각이 났었어요. 선생님께서 항상 저에게 좋은 말씀과 용기를 주셨던 모든 것이요. 그래서 선생님께 못나고 못된 제자지만 용기를 내어서 선생님을 찾게 되었습니다. 아직 다른 선생님께는 연락을 한 번도 드린 적이 없어요.ㅠ 선생님 정말 진심으로 죄송해요. 대학을 가도 고등학교 때 선생님같은 선생님들은 찾아 볼 수가 없었어요. 어딜 가나 저의 스승은 오직 고등학교 선생님들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 사진 뵈니깐 그 미소는 여전하시더라고요^^ 잘 지내셔서 사진 보는 저 또한 기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선생님 따뜻이 대해 주셨던 마음을 잊고 살아서 다시 한 번 깊게 죄송합니다. 선생님 항상 늘 건강하세요! 정말 감사해요.”

하나님을 만나는 것이 최대의 행복
박주희.
고3 때 내가 가르쳤던 아이. 주희의 얼굴이 영화의 장면처럼 흘러갔다.
눈이 맑고 큰 아이였다. 선한 얼굴을 한 아이였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잔잔한 미소가 있는 아이였다.
이 아이가 학교에 다닐 때에도 지금처럼 나는 성구서표를 뽑도록 했다. 하나님의 말씀을 코팅하여 책갈피 형태로 만들어서 아이들에게 선물로 준 것이다. 또한 기도엽서를 써주었다. 한 해에 약 300통에서 500통의 엽서를 썼다. 아이들은 그 자그마한 한 장의 선물에 감사하고 기뻐하고 힘을 얻고 있었다. 비단 학교 시절만이 아니라, 교사가 제자들에게 주는 축복은 아이의 평생에 영향을 주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주희는 문득 떠올린 선생님의 생각에 반응하며 바로 메일을 보내왔다. 항상 좋은 말씀과 격려를 주셨던 것을 기억한다는 것이다. 대상에 대한 사랑과 격려는 미래를 이끄는 것이 틀림없다.
나는 주희에게 곧 답장을 했다. 기쁜 마음으로 그리고 그 아이의 학교 시절과 현재의 삶에 끝없는 축복을 더해가며 편지를 보냈다. 그리고 주희는 기쁜 답장을 다시 보내왔다.
“선생님 답장 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제 얼굴 기억하신다니..ㅠㅠ정말 기뻤어요^0^ㅋ 선생님 저는 요번에 봄에 학교 졸업하고, 공부하면서 취업 준비하고 있어요^^ 그리고 일요일마다 교회도 열심히 나가서, 기도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선생님께서 주셨던 책 앞에 꼭 교회에 나가서 하나님을 제대로 만나는 것만큼 행복한 삶은 없다고 써주셨잖아요^^ 선생님 말씀 항상 떠올리면서 지내다가 문득 마음이 넘 답답해서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어요^^ 선생님께서는 정말 저의 영원한 스승님이세요! 저 계속 선생님과 연락하면서 지내고 싶어요^^ 선생님 가끔씩 연락 드려도 되죠??^^ 글구 나중에 꼭 찾아뵐께요~!^0^ 선생님 그럼 오늘도 좋은 밤 되세요!!^0^”
이 편지를 읽는 느낌은 한 마디로 ‘감사’였다. 하나님께서 주희를 교회로 이끄시고 사랑하신다는 생각에 형언할 수 없는 벅찬 기쁨이 나를 지배한 것이다. 특히 학교 시절에 주희를 격려하게 하시고 책 앞에 써놓은 기도 가운데 글을 통해서도 끝까지 응답하시는 하나님께 감사한 것이다.

주님의 사랑 스승의 사랑으로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거두리로다”(시편 126:5)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한다.
눈물을 흘리는 사랑과 노력의 투자는 결국 결실을 맺게 된다.
내가 만날 그 당시에 아이가 변화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좌절할 필요는 없다. 그 아이가 어떠한 상황에 있든지, 포기하지 않고 인내 가운데 소망의 기도와 격려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럴 때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의 때에 하나님의 방법으로 그 아이를 만나주시고 인도하실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주희를 축복하시고 인도하시고 제자를 통해 나를 다시 한 번 격려하시는 그 크신 사랑에 감사를 올려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