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는 아이들
사랑해~
쾌청한 하늘만큼이나 싱그러운 것은 아이들이다. 특히 청소년들은 맑고 깨끗하다. 세상이 더러울수록 아이들의 청순함은 그 정도가 더하다.
그 아이들을 세상은 자기의 몸뚱아리로 휘감아버린다. 더럽고 냄새나는 세파(世波)로 말이다. 그래서 여리고 약한 아이들은 넘어지고 쓰러진다. 결국 아이들의 탈선(脫線)은 아이들에게 원인이 있기보다는 주위 환경이 지배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아이들은 곧잘 눈물을 흘린다. 어른보다 순수하기 때문이다. 수업을 진행하다가 가끔 눈이 마주치면 나는 “사랑해!”라고 말한다. 얼굴빛이 홍조가 되는 여학생을 보며 내 마음도 맑아짐을 느낀다. “새앰~. 왜 그러세요?” 능글능글하면서도, 그래도 좋은지 얼굴에 웃음이 가득한 남학생을 보며 행복감을 갖는다.
안기는 아이들
복도를 지나고 있었다.
영훈고의 인사 잘하는 여학생 세 명이 나를 보며 달려왔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온 교실과 복도가 공명(共鳴)될 정도로 큰 목소리, 이 여학생들은 항상 그렇게 인사를 하고 있다. 인사에 인색한 요즘 아이들로 보면 이 아이들이 도리어 특이할 정도다. 그런데 이 아이들을 만나면 기분이 좋다. 그 인사는 장난이 아니라 진심인 것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순간 사건이 발생했다. 나를 보며 달려오는 것을 멈추지 않는 지선이.
그리고 내 품에 안겨 버렸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지선이가 나를 안아 버렸다.
이어서 그 뒤의 아이, 현경이도, 정현이도.
조용히 해!
이 세 명중 고3 학생인 지선이는 내가 현재 수업을 하는 반의 아이다.
지선이는 항상 내 수업에 집중했다. 아니 나에게 집중했다. 아이들이 간혹 애기를 할라치면 꼭 한 마디씩 던지는 것이 지선이였다.
“야! 조용히 해. 선생님 수업하시잖아.”
귀엽게 애기하는 지선이지만 그 말 한 마디에 교실은 순간 정적이 일곤 했다. 이런 지선이가 내 품에 안겨버린 것이다. 나는 순간 당황했다. 요즘 사제지간(師弟之間)에도 신체적 접촉은 금하고 있지 않은가. 잘못하면 어려운 일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순간 이런 생각이 지나갔다.
‘아냐, 이건 내가 지선이하교 얘네를 안은 것이 아니라 얘네가 나를 안은 거니까... 근데 이거 어떻게 되는거야. 내가 당한거야???’
순수한 아이들
지선이와 아이들은 이내 나를 안은 팔을 풀었다. 그리고 자기들끼리 눈을 맞추더니 함께 내 눈을 보았다. 그리고 함께 말하는 아이들.
“선생님, 사랑해요.”
순간 나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지선이와 아이들은 수업 시간 나의 인사에 답례를 한 것이다. 가끔씩 사랑한다는 나의 표현을 듣고 아이들은 나를 보는 순간 자기들도 그 표현을 하였던 것이다.
사랑은 표현하는 것이다.
표현하지 않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학교 현장에, 스승과 제자들 사이에 이러한 사랑의 소리가 항상 울려 퍼지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