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아침마다 모시러 가요
작성자
최*하
작성일
10.08.06
조회수
1968

제자, 아침마다 모시러 가요

힘든 상황 끝없는 소망
금년 초, 가장 힘든 아이들을 저에게 보내주시면 감당하겠다고 하나님께 기도했다. 하나님께서는 이러한 내용의 기도는 정말 잘 들어주시는 것 같다.
가출, 가정 문제, 겜중독 등의 문제를 끌어안은 아이들을 담임 반에서 만났다. 그중 한 명은 결국 자퇴했다. 안타까웠지만 나중에 멋진 인물이 되어 찾아오겠다고 고백하며 가는 그 아이를 끌어안고 기도해주었다. 어떤 상황이 와도 우리 아이들에 대한 소망을 끊어버릴 수는 없기에, 자퇴를 하는 순간에도 새로운 희망을 주는 것은 기도밖에는 없었다.
내가 맡은 학급에서 아이가 떠나가는 것은 자녀를 잃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는다. 내가 조금 더 잘 하고 노력했으면 하는 마음도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미안함과 죄책감 같은 것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주님이 인도하실 것이라는 소망을 품고 한 번 더 축복기도 해 주는 것이 내가 할 일이다.

겜중독 제자
우식이는 겜중독이다.
하루에 12시간은 겜(game)에 빠져있고, 나머지 시간은 비몽사몽(非夢似夢)이다. 학교에 와서 이탈하지는 않지만 이미 공부에는 흥미를 다 잃었다. 아니 공부가 문제가 아니다. 우식이는 학기 초 이미 연속 결석을 9일 동안 계속 했다. 지방에서 개인 사업을 하는 아버지, 그리고 서울에서 우식이와 단둘이 사는 어머니. 부모님은 우식이를 어찌할 줄 몰라 했다.
결석이 계속되는 중에 우식이 어머니가 나를 찾아왔다. 어머니는 55세, 늦게 낳은 단 하나 뿐인 아들로 인해 몸이 파리했고, 말씀하실 때마다 얼굴과 손, 몸에서 경련이 일어나는 듯 옴작였다.
“선생님, 우리 우식이 어떻게 하면 좋아요. 네? 어떻게 해도 소용이 없어요.”
우식이 어머니는 우식이의 겜중독 현상으로 인해 도리어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식이의 컴퓨터를 아버지가 계신 지방으로 우식이 몰래 보내기도 하였다.
그때부터 우식이는 겜방에서 살다시피 했다. 집 안에 들어오지를 않고 겜방비를 주지 않으면 어머니에게 폭력을 행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교회를 다녔었어요
우식이에게 가장 만만한 대상, 그 이름은 ‘엄마’였다.
나는 우식이 어머니와 우식이, 이 가정을 위해 기도했다. 눈물을 하염없이 흘리며 어쩔 줄 몰라하는 우식이 어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선생님, 저도 교회를 나갔던 사람이예요. 우식이도 어린 시절에 신앙 생활을 했구요. 그런데 우식이가 하도 저러니까 기도할 힘도 없었어요. 그런데 오늘 선생님을 만나니 새로운 힘이 나는 것 같아요. 선생님, 우리 우식이 잘 좀 부탁드려요. 저도 기도할게요.”
하나님께서는 우식이 어머니를 위로하시며 새로운 힘을 불어넣어 주고 계셨다. 기도! 힘과 능력과 회복이 이 가정에 임하시기를 다시 한 번 소망하며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기도 중에 우식이를 개인적으로 만나 자리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하나님께서 주셨다. 나는 우식이에게 전화를 했다. 그러나 우식이는 전화를 잘 받지 않았다. 어머니에게 다시 전화를 해서 바꿔달라고 했다. 안 받겠다고 하는 목소리가 내 귀에까지 들려왔다. 그러나 어머니는 전화기를 우성이 귀에 갖다 대 주었다.

전... 짬뽕요
“네.......”
“우식아! 선생님 만날까?”
“네? 왜요?”
“그냥, 너 위해서 기도하는데 하나님께서 너 만나면 좋겠다고 하시는데... 너 가슴이 답답하지? 할 얘기도, 하고 싶은 얘기도 많잖아. 그치?”
우식이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주님, 우식이 마음을 만져주시옵소서.’
우식이가 입을 열었다.
“갈게요.”
학교 앞 영훈선교센타에서 자리를 했다. 우식이는 좀 초췌한 얼굴이었다. 마음에 짠한 생각이 들었다.
“우식아, 배고프지 않니? 뭐 좀 먹을까?”
“괜...... 찮아요.”
힘이 다 빠진 목소리로 우식이는 말했다. 그러나 괜찮다는 그 목소리는 무척 배가 고프다는 소리로 들려왔다.
“짜장, 짬뽕? 선생님도 어차피 먹어야 해.”
“전... 짬뽕요.”

왜 겜을 하는 줄 아세요?
짬뽕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는 우식이는 무척 배가 고팠던 것이 사실이었다. 집에서도 거의 밥을 먹지 않고 겜만 해왔으니까 말이다. 밖에 나갈 때도 식사하면서 겜하라고 엄마가 돈을 주셨을 리도 없기 때문이니까.
“우식아, 좀 더 먹어라.”
나는 나의 짬뽕을 우식이 그릇에 덜어주었다. 우식이는 사양하지 않았다. 먹는 것을 지켜보며 여러 생각들이 스쳐갔다.
‘이 아이는 어떤 아픔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 그리고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생각들은 이내 기도로 바뀌고 있었다.
“하나님, 어찌하면 좋은가요. 성령께서 제 입술을 주장해주시옵소서.”
우식이는 게눈 감추듯이 순식간에 짬뽕을 다 먹었다. 생기가 도는 듯이 보였다. 그리고 벌겋게 되어 있는 입술을 한 번 손등으로 쭉 훑었다.
“맛있게 먹었니?”
“네.”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이렇게 맛있게 먹니?”
“아침부터 아무 것도 못 먹었어요.”
오후 4시가 될 때까지 아무 것도 먹지 않고 겜만 하는 아이. 부모님도 두 손 다 들고 있는 이 아이. 하나님께서는 이 아이에게 소망을 잃지 말라고 나를 격려하고 계셨다.
우식이는 한결 여유를 찾은 것 같았다. 나는 웃으며 물었다.
“우식아, 겜이 그렇게 좋으니?”
“네, 딱히 할 것도 없어요.”
“그래~. 엄마랑 집에 둘이 있으면 늬가 엄마하고 더 친해야지. 너는 겜방 가 있으면 엄마 심심하잖아.”
“집에서 겜을 못하게 하잖아요. 컴퓨터도 치우고...”
우식이는 말을 못하는 아이가 아니었다. 자기의 생각을 그대로 잘 전하고 있었다. 한동안 가정과 학교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 때 우식이는 뜬금없이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제가 왜 겜을 그렇게 하는지 아세요?”
마치 자기가 겜을 하는데 큰 비밀이 담겨 있는 것처럼 이야기 하는 우식이를 나는 주시했다. 그리고 조용히 기다렸다.
우식이는 입을 열었다.
“저는요, 학교에 나오기 싫은 것 아니거든요. 집에서도 잘하고 싶은데요... 아빠 때문에 하는 거예요.”

문제는 아빠예요
우식이가 처음에 겜에 맛을 들인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지방에서 아빠, 엄마 그렇게 셋이 살 때라고 했다.
조금씩 겜에 빠져들어 가는 아들을 만류하던 아빠가 어느 날, 쇠파이프를 들고 나타났다. 그리고 그날부터 우식이는 겜 때문에 쇠파이프로 맞는 아이가 되었다. 그렇게 맞으면서도 우식이는 겜을 쉬지 않았다. 겜방을 전전하며 겜에 급속도로 빠져들었다. 그리고 집에 들어가면 아빠의 매를 그대로 감수하고 있었다. 우식이는 아빠에게 분노하고 있었던 것이다. 폭력적인 아빠에 대항해 자신도 반항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 마음은 아빠에 대한 적대감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그러나 표면적으로는 아빠 앞에서 힘을 잃어버린다. 지금도 우식이는 아빠의 전화만 오면 두려워한다. 그리고 불시에 아빠가 집에 오시면 온순한 양처럼 된다. 그리고 아빠가 다시 가면 우식이의 몫은 엄마가 된다. 우식이는 아빠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으로 아빠가 싫어하는 일을 더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것은 겜에 더욱 몰두하는 일이었다.
아이에게 어떠한 변화가 있을 때 그것을 해결하고자 하는 부모의 노력은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그 방법으로 인해 더 잘못될 수도 있다는 것을 간과할 수는 없다. 우식이도 문제가 있지만 핵심은 아빠에게 있었다. 하나님께서는 우식이 아빠와 통화를 하라는 마음을 주셨다.

제가 부족합니다
나는 다음 날 우식이 아빠에게 전화를 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그리고 우식이 표현보다, 무척 점잖았고 말을 조리 있게 하시는 분이었다. 나는 우식이 마음을 아빠에게 전했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저는 그냥 그 때 너무 화가 나서... 선생님 말씀을 들어보니까... 제가 방법을... 잘못 선택한 거라는 거죠? 제가 부족해서 그렇습니다. 선생님."
아빠는 원래 나쁜 분이 아니었다. 다만 아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 지 모르는 ‘실수한 아빠’였던 것이다. 이 세상에 자기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없지 않은가. 다만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실수한 아빠는 있을 망정.
이 가정에 잘못 얽어매어져 있는 실타래를 풀어야만 했다.
우식이 부모님은 전적으로 나를 의지하기 시작했다. 우식이는 무단 결석 9일을 마치고, 좀 나아지는 듯 했다.

방문을 걸어 잠그고
우식이에게 무단 결석 9일 한 것에 대해 징계위원회가 열리고, 5일간 외부 봉사활동을 시키겠다는 학교측에 대해 나는 강하게 반대했다.
“이 아이는 환자예요. 정신과 치료와 상담 치료가 계속되어야 할 아이입니다. 징계와 처벌은 이 아이를 변화시키지 못해요.”
그러나 학교측은 규정상 어쩔 수 없다고 하면서 우식이를 외부단체로 보내게 했다. 나는 우식이 집을 찾아가 원치 않는 설명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우식아, 규정상 어떻게 할 수 없단다. 그냥 눈 딱 감고 5일만 다녀오렴. 그리고 생활 잘 하면 되잖아, 응? 너 무단 결석 9일 한 후, 지금까지 결석도 안하고 참 잘하고 있는 것 내가 알아.”
고개를 끄덕이는 우식이를 붙잡고 기도했다.
우식이는 아침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사흘간 잘 참여했다. 그러나 나흘 때 되는 날, 우식이가 오지 않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오늘 오지 않아서요, 그동안 온 것도 다 무효가 되었어요.”
우식이는 방문을 걸어 잠그고 있었다. 우려하던 일이 발생한 것이다. 나는 다시 우식이 집으로 달려갔다.
“우식아, 선생님이야. 문 열어볼래?”
몇 시간을 그렇게 버티던 우식이는 문을 열었다. 땀과 두려움으로 범벅이 된 우식이를 나는 안고 함께 울었다. 잠시 후, 흐느껴 울고 있는 어머니와 우식이를 위해 기도했다.

학교~ 가자~
다음 날부터 나는 아침마다 우식이 집으로 찾아갔다.
제자를 아침마다 모시러 가는 선생님이 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수고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이렇게 해서라도 우식이가 제자리를 찾는다면 이 수고는 아무 일도 아니었다.
“세상에, 담임선생님이 매일 아침 오셔서 제자를 깨우고 데리고 가시는 경우가 어디 있어요. 우식아, 이놈아! 빨리 일어나지 못해?.”
예수님은 제자들을 데리고 다니며 얼마나 힘이 드셨을까? 그러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예수님의 마음, 그 마음을 생각하면 나의 수고는 무척 작은 것이다. 아니, 수고랄 것도 없지.
감사하게도 우식이 집은 바로 학교 후문 앞이다. 그래서 금방 데리러 갈 수 있다.
아침에 출근해서 학생들 등교 시간 20분 전에 전화를 한다. 그리고 데리러 간다. 우식이는 눈을 비벼가면서도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참으로 감사한 것은 누가 깨워도 안 일어나는데 내가 가면 우식이는 일어난다는 것이다.
더운 아침에도 비가 오는 날에도 이 일은 계속되었다. 이렇게 다닌 지 몇 주 가량 지났을 때는 “우식아, 학~교 가자.” 외치면 우식이는 “네~.”하면서 일어나는 것이다. 이러한 생활이 계속되고 있었다.
그동안 우식이는 계발활동도 영훈고 기독학생회(가스펠반)으로 옮겼다. 점심 시간에도 기독학생들과 기도회를 하러 왔고, 가스펠반에서도 예배를 잘 드렸다. 나는 하나님께서 분명히 우식이를 만나주시리라 믿었다.

나 혼자 갈 수 있어
방학을 일주일 앞둔 날, 그날도 우식이에게 가려고 전화를 했다. 어머니께서 우식이를 깨우는 소리가 들렸다.
“우식아, 선생님 오신대.”
그때였다. 수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우식이의 작은 목소리.
“엄마, 선생님 오시지 말라고 해. 나 혼자 갈 수 있어.”
순간 내 눈에서는 눈물이 핑 돌았다. 그런데 엄마의 목소리는 달랐다.
“무슨 소리야, 빨리 일어나지 못해? 선생님 오신다잖아.”
나는 큰 소리로 말했다.
“어머니, 어머니...”
우식이 어머니가 전화 수화기를 귀에 대었을 때 나는 말했다.
“어머니, 우식이에게 맡겨 두세요. 아마 학교 올 겁니다. 믿어주세요.”
“네... 선생님.”
우식이는 자기가 말한 대로 학교에 왔다. 그리고 하루를 평범한 학생의 모습으로 수업을 잘 받고 갔다. 너무 감사했다. 우식이는 여름방학에 들어갈 때까지 매일 스스로 일어나 학교에 왔다. 하나님께서는 기도에 응답하시며 조금씩 우식이를 만져주고 계셨던 것이다.
우식이는 교회에도 가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약속을 정한 날, 우식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잠시 안타까웠지만, 한 영혼을 주님 앞으로 인도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눈물이 필요하겠는가? 우식이를 믿기 전에 역사하실 하나님을 믿고자 했다. 사람의 시각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하나님의 시각으로 보면 모두 희망이요 기쁨이었다. 오늘도 내일도 우식이를 인도하실 에벤에셀의 하나님을 찬양하며 기도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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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식이를 위해 기도해주십시오. 하나님의 아들로 장 성장하고 겜이나 다른 세상적인 것에 빠져들지 않게, 나쁜 것들은 끊어버릴 수 있게,
2. 이 가정을 위해 기도해주세요. 아빠, 엄마 모두 마음을 만져주시고 기도하는 부모님 될 수 있도록요.
3. 저를 위해 기도해주세요. 우식이와 이 가정을 위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기도하며 주님께 순종할 수 있도록요. 인내와 소망이 가득하도록요.

중보하시는 여러분들께 하나님의 은혜가 가득하시길 기도합니다. 샬롬!

영훈고에서 울보선생 최관하(010-6264-5097)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