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선수, 하나님의 사람으로
-황형식(가명) 이야기
야구선수 전학생
또 한 명의 전학생이 왔다.
황형식.
다부진 체격에 안경을 낀 든든하고 참하게 생긴 아이였다. 교무실 한 켠에 어머니와 함께 서 있었는데 그 깔끔한 인상이 매우 좋게 다가왔다.
인사를 나눈 후 학교의 기록보존실로 안내했다.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매우 좋은 장소이기 때문이었다. 자리를 잡은 후, 나는 어머니에게 물었다.
“형식이가 매우 착실하고 잘 생활할 것 같은데, 왜 전학을 하게 되었나요?”
형식이 어머니의 얼굴빛이 순간적으로 어두워지는가 싶더니, 다시금 밝아졌다. 그리고 이내 경쾌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네, 형식이가 운동을 했거든요. 야구요. 어려서부터 야구선수로 활동했는데 캐쳐를 했어요. C중학교를 나와서 C고등학교를 들어갔는데 다친 것 때문에 운동을 할 수 없다는 판정을 받았어요. 그래서 영훈고등학교로 전학을 오게 된 거예요.”
“네 그렇군요. 그럼 공부에 손을 놓은 지가 꽤 되었겠네요.”
“네, 선생님. 아마도 형식이 지식 수준이 초등학교 5학년에 머물러 있을 것 같은데... 잘 부탁드립니다.”
전도 받았었어요
형식이와 어머니는 비교적 안정적인 것 같았다. 그러나 이따금 느껴지는 불안함은 무엇일까? 형식이의 모습과 어머니의 말에 묻어나는 아픔의 흔적들이 있었다. 그것은 야구에 인생을 걸었던 부모와 자녀의 소망이 어그러진 데 대한 힘듦이었다.
형식이의 어머니는 계속 아쉬운 표현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요 선생님. 완전히 회복되어 다시 운동을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너무 아쉬운 것이 사실예요. 돈도 많이 들었었는데...”
그럴 것이다. 안타깝고 서운한 어머니의 마음이 충분히 내 가슴에 전달되었다. 그러나 사실 가장 큰 아픔을 경험하고 있는 것은 어머니보다 형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에 대한 좌절,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없다는 것에서 오는 자멸감, 부모님께 대한 미안함, 앞으로의 불안감 등.
형식이에게, 이 가정에 소망이 가득하기를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어머니, 형식이는 집이 어디인가요?”
“우이동 서라벌 중학교 근처예요.”
나는 반색을 하면서 말했다
“우와, 그러시군요. 제가 그 쪽 잘 압니다. 제가 나가는 교회가 그쪽이거든요. 혹시 우이제일교회 아시나요?”
형식이 어머니의 눈도 커져버렸다.
“네, 선생님. 제가 3년 전에 그 교회에서 전도 받은 적이 있어요. 교회에도 가 보았거든요.”
교회 나가도록 할게요
순간 하나님의 강한 임재하심을 느꼈다. 그리고 교회로 권면하라는 마음을 주셨다. 나는 즉각 순종했다.
“네, 어머니 그러셨군요. 그러면 어머니, 형식이, 가족들이 교회에 나와 보신 경험이 있다는 거네요. 지금은 안 다녀도요.”
형식이 어머니는 웃으며 말씀하셨다.
“그 때 한 번요. 저희 가족은 교회에 다녀본 적은 없어요.”
“네, 그러시군요. 어머니. 그럼 이번 기회에 교회에 다시 출석하시지요. 이번에 저와 형식이 가정을 연결시켜주신 것이 하나님 계획이라는 확신이 드는데요. 사실 우이제일교회 고등부에 제가 나가고 섬기고 있거든요. 전도사로요.”
어머니는 화들짝 놀라셨다.
“아! 그러세요~. 교사 하시면서 같이요?”
“네. 그렇답니다.”
“좋을 것 같아요. 선생님, 바로 형식이 가라고 할게요. 본인도 좋아할 거예요. 대신에 저는 형식이가 다니다가 좋다고 하면 그 때 저도 나가도록 할게요.”
가출을 했어요
형식이를 만날 때 옆에 같이 있었던 우리 반 한설이와 지현이도 같이 교회에 나가겠다고 했다. 다음 주에 세 명이 우리반 아이들이 교회에 나온다는 생각을 하니 나는 무척 기뻤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사단의 움직임도 감지했다. 항상 있는 일이었다.
우리가 하나님께로 나아가고자 할 때 사단도 극성을 부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기도와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필요했다.
다음 주 월요일, 예기치 않은 일이 발생했다. 형식이가 무단 결석을 한 것이다. 무슨 일일까?
형식이 어머니에게 전화를 했더니, 어머니는 이렇게 딱 한 말씀하셨다.
“안 갔다구요?”
형식이 어머니는 하루 전날 형식이와 크게 싸웠다고 했다. 야구를 그만 두고 집에 있는 아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아들, 그 아들의 모습이 한심하다고 생각되었는지 어머니는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고, 형식이는 집을 나갔다는 것이다.
사실 다툴 일도 아니었고, 가출할 일도 아니었다. 서로 이해하고 보듬어주면 되는 거니까. 그러나 이 가정에서는 매우 큰 일이었다. 어떻게 위로하고 해결해야 할 지 몰랐기에 대화가 다툼으로 바뀐 것이었다.
나는 형식이 어머니와 통화를 마치고 이 가정을 위해 기도했다. 그리고 형식이에게 꿈과 비전을 정해달라고 기도했다. 하나님께서 속히 교회로 인도해달라고 기도했다.
교회에 출석했어요
형식이는 다음 날 등교했다. 그리고 영훈고 기독학생회의 모임인 <가스펠반> 동아리반으로 들어왔다. 함께 예배를 드린 후 형식이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래, 형식아, 많이 힘들었구나.”
부드럽게 격려하는 나의 목소리를 접한 형식이는 눈시울에 눈물을 담고 있었다. 나는 형식이의 어깨에 손을 얹고 축복하며 기도했다.
그리고 형식이는 그 다음 주부터 우이제일교회 고등부에 출석하기 시작했다. 한설이와 부회장인 지현이도 함께 출석하기 시작했다.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의 방법으로 하나님의 때에 인도하심을 알 수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말씀에 근거하여 기도하고, 인내하며 소망을 잃지 않는 것이다. 그러할 때 하나님께서 는 열매를 맺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이 이 시대 하나님의 큰 일꾼으로 성장케 하실 줄 믿고 이 시간도 두 손 모아 기도한다.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거두리로다.”(시편 12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