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퇴생의 영접기도
작성자
최*하
작성일
10.06.21
조회수
1950

자퇴생의 영접기도

뮤지컬 배우가 꿈이에요
금년 초 학기가 시작되고 2주 후, 우리 반에 남학생 한 명이 전학을 왔다.
아니 엄밀하게 따지면 전학이 아니라 편입학이다. 타 학교에서 수십 여일을 결석한 후, 자퇴를 경험한 아이. 그래서 1학년의 다른 아이들보다 한 살이 더 많다. 영철이는 잘 생긴 외모와 매력 있는 눈을 가지고 있었다.
“영철이는 뮤지컬 배우가 꿈이에요. 그래서 공연 준비한다고 학교 생활을 소홀히 했어요. 일단 고등학교는 졸업해야 할 것 같아서요. 영훈고에서는 잘 다녔으면 좋겠는데...”
영철이는 대학에 가서 뮤지컬을 할 것이라고 하며, 일단 영훈고에서 공부를 열심히 하겠다고 굳은 결심을 보였다. 웃는 인상이 좋은 영철이를 나는 기쁜 마음으로 맞이했다.

머리가 깨졌어요
영철이는 아이들과 잘 생활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영철이와 서로 “형, 동생”하기도 하였고, “야, 너” 하면서 지내기도 하였다. 가끔씩 불러 영철이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답도 잘하고 열심히 하고자 하는 고백도 있었지만, 영철이는 이따금 불안한 빛을 보이기 시작했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석 달 가량 지날 무렵, 영철이가 결석을 했다. 나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했다.
“아이고, 선생님. 영철이가 학교에 가다가 술 취한 사람한테 병으로 머리를 맞았어요. 그래서 응급실로 갔고, 몇 바늘 꿰맸어요. 경황이 없어서 연락도 제대로 못 드렸습니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영철이는 핸드폰이 없다. 어머니만 통화가 가능하다. 영철이는 머리 수술을 했고, 약 한 주간을 요양하며 학교에 한동안 등교하지 않았다.

청소년 쉼터예요
수업을 마치고 교무실로 내려오는 순간 전화 벨이 울렸다.
“여기는 00 청소년 쉼터입니다. 김영철 군 담임 선생님이십니까?”
“네, 그렇습니다.”
영철이가 가출한 여학생과 배회를 하다가 하루 전 쉼터를 찾아 들어왔다고 했다.
“영철이가 저와 이야기를 하려 하지 않네요. 간신히 학교 이름만 알아내서 전화 드린 겁니다.”
나는 놀라는 빛을 감추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 동안 비교적 생활을 잘 해온 아이이기 때문도 그렇고, 또 가출이나 폭력과 연관될 만한 아이도 아니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후 쉼터의 선생님과 몇 번을 더 통화할 수 있었다.
"영철이 머리에 꿰맨 자국이 있어서 물어봤더니 아버지가 그러셨다네요. 아버지와 사이가 안 좋은 것 같습니다.“

미삼으로 갈거예요
내가 아이들과 만날 때 가장 주시하는 것은 부모와의 관계이다. 특히 아버지와의 관계에 주목을 한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대부분의 문제가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또한 아버지가 문제의 시작이 아닐지라도, 가정 문제의 대부분의 해결점은 아버지다. 영철이도 어머니도, 아버지, 남편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나에게 하지 않았었다. 단지 좋은 아버지라고만 말했었다.
잠시 혼돈 속에 있던 내 뇌리가 원상으로 돌아온 것은 쉼터 선생님의 한 마디 때문이었다.
“영철이가 오늘 미삼(미아삼거리)로 간다네요. 오후에요. 방과 후에 그쪽에서 친구를 만나고 오겠다고 했어요.”
나는 통화 후에 잠시 기도했다.
“하나님, 인도하여주시옵소서. 영철이 마음을 잡아주시고 이 가정을 위해 제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말씀하여주시옵소서.”
하나님께서는 영철이를 만나라는 마음을 주셨다. 학급에 올라와 나는 무덤덤한 척 하면서 슬쩍 이렇게 말을 던졌다.
“오늘 방과 후에 영철이 만나기로 한 사람 있지? 누구누구니? 손들어 봐.”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형민이가 손을 들었다. 형민이는 영철이를 “형, 형”하면서 잘 따르는 아이였다.
나는 형민이와 영철이가 만나기로 한 장소에 나갔다. 물론 형민이와 함께였다. 그러나 영철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사정이 생겨서 나올 수가 없다는 이야기를 다른 학교 친구에게 말하고 사라졌다는 것이다.
뜨거운 열기와 더불어 기도가 저절로 나왔다.
“하나님, 이제는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쉼터에서 영철이 어머니에게 영철이를 데리고 가라고 했다. 밤 늦게 영철이는 어머니 손에 이끌려 집에 들어가야만 했다.
나는 어머니에게 말했다.
“어머니, 영철이에게 노여워만 하지 마시고, 아이의 이야기를 인내하시며 먼저 들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아버지와의 관계도 좋지 않다고 하는데 아버지와 영철이의 관계를 위해서도 노력해야 할 부분이 있을 것 같습니다."
"네, 선생님. 죄송합니다. 어떡하면 좋을까요?“
나는 기도하는 심정으로 어머니를 위로했다. 왜냐하면 자식이 말을 듣지 않고 이탈할 때 가장 속이 상하는 사람이 부모이고 또한 어머니인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나는 천천히 말했다.
“영철이는 나름대로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비전에 대해서도, 일단 학교에 오기를 싫어하는 이유가 제도권 속에서의 교육이 그렇게 싫다고 하는거지요. 한 번 영철이의 미래를 위해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것이 필요할 듯 싶습니다. 영철이도, 부모님도 그리고 저도요. 지금 이 순간이 매우 중요하잖아요. 어머니, 힘내셔요. 더 나은 길을 가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영철이 어머니의 울음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려왔다.

자퇴하기로 했어요
영철이는 자퇴를 하기로 했다.
자퇴를 결심한 후에 학교에 방문한 영철이의 얼굴은 다소 밝아보였다. 그러나 머슥한지 슬쩍 죄송하다는 말을 흘렸다. 그 이후의 말은 너무나 또렷하게 나에게 전해졌다.
“선생님, 저는 검정고시를 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뮤지컬 전공을 다시 한 번 해보려구요. 기초가 많이 없어 먼저 공부 따라가기가 학교에서는 힘들어서요... 그래서 쉬운 것부터 해보려구요. 그리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믿고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
나는 미소를 띠며 천천히 말했다.
“그래, 영철아, 멋진 배우가 되렴. 네가 선택한 길도 하나의 길이니까 갈 수 있는거야. 하지만 학교 생활보다 쉽다는 생각을 하면 안 된다. 더 힘들면 힘들었지 쉽지는 않거든.
“네, 선생님.”
학급 담임을 할 때 아이가 하늘나라로 가는 다음으로 서운할 때가 이렇게 자퇴를 하는 경우다. 그래도 영철이는 이 진통의 과정을 통해 자신을 조금씩 찾아가는 듯 해 다행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영철이는 다음 날 학급 친구들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오기로 약속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눈물의 영접기도
영철이를 위해 기도하는 중에 하나님께서는 영철이의 구원에 관해 강한 마음을 주셨다.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힘써 기도하며 복음을 전해야 하는 사명 그것이 나의 본질적 사명 아닌가. 사명은 명령이며 선택사항이 아니다. 사명은 어떠한 상황을 초월한다. 하나님께서는 영철이의 자퇴 상황을 통해 이 아이를 만나주시기로 했다는 마음을 강하게 주고 게셨다. 나는 순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음 날 학급에서 아이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나는 영철이를 학교 안의 특별실로 데리고 왔다.
“영철아, 이제 서류도 다 처리되었고, 아이들과 인사도 나누었고, 다 끝났구나. 영훈고에서의 생활이...”
영철이는 잠시 고개를 숙이는 듯 하더니 다시금 머리를 들며 조용하게 대답했다.
“네, 선생님.”
나는 미소를 띠며 말했다.
“영철이는 과거에 교회를 다녔었니?”
“아뇨, 전혀요.”
“그렇구나. 그럼 이제부터 하나님 잘 믿고 교회에 잘 다니면 어떻겠니?. 선생님하고 더 있으면 잘 안내해 줄텐데... 그래서 너희 아버지 어머니 위해서도 기도하고... 네 앞길을 준비해갈 때도... 무엇보다 예수님을 만나면 신나는 상활이 된단다. 어때? 영철아, 꼭 교회 나가기로 나와 약속할 수 있겠니?”
영철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나는 복음을 영철이에게 제시했다. 그리고 준비한 영접기도를 영철이에게 따라하도록 했다.
“주님, 저는 주님을 믿습니다. 저를 위해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것을 저는 믿습니다... 저를 인도하여주시고......”
영철이의 영접기도가 계속되는 동안 내 눈에서 감사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영철이가 어디에 있든지 함께 하실 하나님, 영철이를 끝까지 인도하실 하나님, 그 은혜에 감사했다.
영접기도를 마친 영철이의 눈시울이 붉게 물들어져 있었다.
자퇴생을 포기하지 않고 기도하며 영접하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하나님의 인도함을 구하며 기도한다. 나의 영원한 제자 영철이를 책임지실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할렐루야!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