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사 42년
작성자
관*자*L*
작성일
10.04.19
조회수
2063
 
초등 교사 42년
 

 

  • 2010. 3월 김규영

    긴 세월이었다.
    결코 쉽지 않은
    어쩌면 힘에 겨운 나날이었다.

    1800명 쯤 될까
    내 손을 거쳐 간 제자들
    까마득히 잊은 제자들이 대부분이지만
    그 장면 장면이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르는
    내 가슴에 박혀있는 제자도 있다.

    기쁘고 좋았던 것보다는
    아픈 기억들이
    더 나를 사로잡는다.

    이리저리 시달리고
    무시당하고 버림받던
    내 젊은 시절의 아픔 속에선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

    애써 나를 변명해보지만
    그럴수록 더 부끄럽다.
    핑계라도 대고 싶은 내 자신이
    더욱 안쓰럽다.

    그렇다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헤맬 때
    나를 붙잡아 준 손은
    예수님의 손이었다.
    십자가의 고통으로
    피멍든 손이었다.

    하나님은 나를 사랑하셨다.
    어려운 굽이굽이마다
    좋은 사람을 보내주셨다.

    나를 사랑하고 따르는
    아이들을 주셨다.

    세상 경쟁에서 이겨야
    나처럼 힘들게 살지 않을 거라고
    아이들을 다그칠 때에도
    아이들은 나를 보고 웃었다.
    고맙다고 했다.

    하나님,
    그 때는 몰랐습니다.
    그렇게 경쟁에 이겨야
    행복해지는 줄 알았습니다.

    하나님만 있으면
    그 안에 모든 진실된 것과
    넘치는 평안이 있는 걸 몰랐습니다.

    하나님,
    내가 모르고 잘못한 것들
    내 제자들에게 잘못 가르쳐준 것들
    이젠 돌이킬 수 없습니다.

    나의 죄와 허물을 보지 마시고
    내 제자들에게
    은총을 베풀어 주시옵소서.
    하나님의 사람으로
    진정한 행복을 누리며
    살게 하옵소서.

    42년 교사생활을 마감하며
    이렇게 기도하는 것만이
    이렇게 부족한 나를
    순수하게 사랑해준,
    평생동안 행복을 누리며 살게 해준
    내 제자들을 위하여 할 수 있는
    유일하게 남은 일입니다.

    나의 평생에
    좋은 길을 주신
    하나님의 사랑이 너무나도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