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소녀
작성자
최*하
작성일
10.03.10
조회수
1937

왕따 소녀

전 왕따예요
밤 늦게 열어 본 메일박스에 아래와 같은 편지가 들어와 있었다.
“안녕하세요. .. 전 선생님의 책 ‘울보선생’을 읽고 크게 감동을 받은 이제 중1이 되는 소녀입니다..-_-;서울에 살구요..!!
제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친구들 사이에서 주도권을 잡고 행동을 했어요. 그게 저는 당연한 일인 줄 알았고 친구들 또한 당연하다고 생각했죠. 3,4,5학년 때는 친구 7명이 몰려다녔는데 그중 제가 친구들을 시켜서 몇 명을 따돌리고 그랬어요.
 그러던 어느 날! 5학년 말쯤, 같이 놀던 친구들이 저를 피하길 시작하는 거에요. 나중에는 저를 따돌리더라구요.
 행복이 있다면 불행도 있겠죠?? 제가 어느새.. 왕따가 되어 있었어요.(중략)
 지금은 제 단짝도 절 무시하고요... 기도를 1년 반씩이나 해도 친구들과는 가까워지지 않아요. 학교로 오면 걔네들이 절 무시하고 째려보고 욕하고. 지난 번 졸업식 날 단체 사진을 찍고 자리로 돌아가는데 절 유난히 싫어하는 애가 제 귀에다 대고 완전 짜증나!! 짜증나! 그러는 거에요... 정말 기분이 나빴지만 한때는 제가 걔네들한테 그랬거든요.
 선생님! 제발.. 절 위해 기도 좀 해주세요.. 저의 기도가 진심이 담겨 있다고 전 생각하는데 하나님은 생각을 그렇게 안하시는 것 같아요. 왕따는 ‘왕이신 하나님께 따로 분리된 사람’이라고 선생님께서 책에다가 쓰셨더라구요.. 전 그렇게 스스로 저를 위로하는데도 급 외로워 지구.. 슬프고.. 중학교도 또 같은 중학교를 가게 되었어요. 중학교 가면 더 심해진다던데. 빨리 극복해야 될 것 같아요.. 제발요.. 제발.. 저 좀 도와주세요.. 가끔은 자살 생각두 하구요. 기도 할 맛도 안 날 때두 있구요. 지금 제 시간이 시험에 들린 것 같기두 하고. 심지어 교회도 나가고 싶지 않을 때두 있어요.. 제발... 기도 좀 해주세여.
  책 읽구 이메일 적혀 있길래 정말 큰 용기 내서 메일 보낸 거에요. 선생님께서라면 제 사정도 이해해주실거라고 믿어서요. 제발요. 그럼... 이만 줄이겠습니다.
  전 믿어요..!! 한 소녀가“

이중적인 믿음
중학교 1학년이 되는 아이, 그리고 교회를 나가는 여학생의 편지였다. 나는 이 편지를 읽고 참 마음이 아팠다. 하나님을 믿는다는 아이들, 그 아이들도 여느 아이들과 똑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이 여학생 역시 그러한 아픔 속에 있다. 왕따!
특히 자기가 아이들을 왕따 시켰던 경험을 가지고 있는 아이. 그래서 자기도 사실 그러한 일을 당하지만 하나님을 믿기 때문에 자기에게는 그러한 일이 빨리 끝나야 한다는 믿음 아닌 믿음. 결국 바르지 못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나님을 제대로 믿으면 원수까지 사랑할 수 있는 믿음을 소유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우리 아이들은 그렇지 못하다. 교회는 나가고 하나님은 믿는다고 하지만 삶의 방식에 있어서는 다른 아이들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나는 이 여학생을 일단 격려했다. 그리고 하나님을 믿는 믿음으로 미워하는 마음이 사라질 때까지 기도하자고 했다. 이 여학생은 즉각적인 답메일에 감동했다. 내용보다도 자기를 격려하고 축복하는 사람을 만나면 우리 아이들은 무척 순수해진다. 자기의 본모습을 찾게 되는 것이다.

교회가 세상으로
왕따 분위기는 학교에서, 학급에서, 심지어 교회에서도 보게 될 때가 있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가까이 있는 공동체 안의 친구들에게는 관심을 두지 않으며 자기는 관심을 받기 원하는 모습을 이 시대의 아이들은 가지고 있다.
학급에서 친구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해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친구가 결석을 해도 온건지 안온건지 조차 알지 못하기도 한다. 심지어 교회에서도 새로 온 친구들을 어떻게 맞이해야 할지를 알지 못한다. 한쪽 구석에서 예배를 드리다가 조용히 사라지는 친구들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먼저 교회의 아이들이 변화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아이들로 하여금 학급에서 공동체적 결속력을 갖고 서로를 알게 하도록 노력하게 해야 한다. 즉 교회가 세상을 바꾸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긴 자를 사용하시는 하나님
지금은 세상의 영향력이 교회에까지 깊게 파고들어와 있다.
잘 사는 집의 아이들,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 세상의 출세자를 칭찬하는 교회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여러 가지가 부족해도 하나님을 잘 믿고 순수하게 노력하며 나아가는 모습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직하게 기도하며 하나님의 인도함을 구하는 아이들이 아쉽다.
다른 사람이 변화되기 전에 자신이 변화되고자 하는 아이들이 많지 않다는 점이 안타깝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믿음의 어른들인 우리를 하나님께서 남겨놓지 않았던가. 하나님께서는 결국 하나님의 사람들을 통해 일하시는 만큼, 그 마음을 잘 알고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을 잘 감당하는 삶을 살아드려야 할 것이다.
오늘 이 글을 쓰며 위의 여학생과 이와 같은 경험을 하고 있는 이 땅의 청소년들을 위해 두 손 모아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