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 떠도는 잔혹동화’ 10대 악영향…카페 블로그·책 통해 퍼져나가 [2007.05.14 07:45]
‘신데렐라는 얼른 신발을 신어보았다. 하지만 살짝 작은 유리구두. 유리구두라 신발을 늘일 수는 없었다. 신데렐라는 화장실로 달려가 OO로 자신의 발을 확 내려 찍었다. 발은 금새 피범벅이 되었고…’
잔혹동화. 인터넷에서 떠도는 10대들이 자작한 잔혹동화의 일부다. 동화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이야기 속에 폭력성과 잔인함이 도를 넘어선다. 10대들은 이제 잔혹동화 읽기를 넘어서서 잔혹동화에 상상력을 발휘(?)해 이야기를 덧붙이고, 비틀어서 또 다른 잔혹동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인터넷 잔혹동화 만들기는 심각하다. 포털사이트에서 키워드만 치면 쉽게 검색되는데다 부모와 교사들이 24시간 감시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잔혹동화 100제와 같은 잔혹동화 만들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10대들은 웃을 수밖에 없는 가면, 가시철창속의 하얀새, 피투성이 작은 소녀 등 100가지 키워드에 잔인하고 엽기적인 이야기를 덧붙여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에 경쟁하듯 올리고 있다. 라푼젤, 피노키오, 인어공주 등이 잔혹동화로 다시 태어나고 있는 것이다.
일반 서점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림형제 잔혹동화’, ‘어른들을 위한 잔혹동화’와 만화책 등이 진열돼 있다. 그동안에는 잔인하거나 성적인 내용 등에 대해서는 국내 출판때 교육적인 측면을 고려해 일부 수정하거나 삭제해 출판해왔으나 지난해 '그림형제 잔혹동화' 초판이 서점에 소개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원래의 내용을 손대지 않은 상태로 싣고 있는 것.
S초등학교 박모 교사는 "유아기부터 접하는 동화내용에서조차 폭력적이고 잔혹한 내용이 덧칠해진다는 것은 아이들의 정서발달에 매우 문제가 있다"며 "교사나 학부모들의 예방교육도 필요하지만, 포털사이트에서도 아이들의 교육적인 효과를 고려해 차단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잔혹동화 만들기의 시초는 1999년 일본인 작가 기류 마사오의 베스트셀러 ‘알고 보면 무시무시한 그림동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제휴사/ 전북일보 이화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