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을 담그며
작성자
K*E*
작성일
06.01.03
조회수
2001

간장을 담그며 2005. 3. 1. 김규영




오전에 위암 환자 심방 갔다오고 오후엔 간장을 담갔다.
옛날엔 시어머니와 같이 살아서
장담그는 건 신경도 안썼었고,
장이나 된장에 담은 깻잎이나 고춧잎장아찌는
늘 그렇게 있는 건줄 알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지금은 귀한 것이 되어 버렸다.

시어머니 돌아가시고 친척들에게 얻어서 먹고 살았는데
이젠 어른들은 돌아가시고 늙으셔서 얻어 먹을 데가 끊겼다.
사다먹으면 되지만 산 것은 아무래도 입맛에 안 맞는다.

그래서 한 번 담아 볼까 했지만 사실 엄두가 안나서 망설이고 있는데
동생이 항아리를 사주는 바람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메주를 사다 담았다.

인터넷으로 뽑아준 장담그는 방법대로 소금물을 넣고보니
간장 담그는 게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문제는 콩과 메주의 품질이 얼마나 좋으냐,
어떻게 잘 숙성시키느냐에 달렸는데
다행히 우리집은 볕이 바르고 공기가 맑아서 곰팡이들을 키우는데는 좋은 환경이다.

항아리는 사온 동생 닮아서 갸름하고 예쁘다.
항아리 속 그득하게 소금물 속에 둥둥 떠 있는 메주와 숯, 고추, 대추.....
흐흠! 갑자기 부잣집 마님이라도 된 것 같다.

맛있게 잘 익어야 동생도 퍼주고 아들네도 줄텐데......
간장 잘 익는 것도 기도를 해야할까?
어렸을 적에 어른들이
"집안이 망하려면 장맛도 변한다." 그러시던데....


* KCEA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7-04-27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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