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금요일 퇴근 시간, 3호선 지축행 전동차, 웬 일인지 빈 자리가 많았습니다.
어디쯤에선가 한 할주머니(할머니와 아주머니 구별 안되는 경께선-죄송합니다 소생이 만든 말입니다. 할저씨도 있을 수 있고요) 한 분이 등에 배낭을 질머지고 타시더니 경로석에 가서 앉으셨습니다. 배낭이 무거우신지 얼른 내려 안으시더군요. 저는 출입문쪽에 서서 책을 읽고 있다가 무심코 그분의 행동을 건너다 보고 있었지요.
그분은 잠시 숨을 돌리고 옆자리를 보시더니
물 줄까?
하고는 배낭에서 물병을 뒤져 꺼내 아이에게 건네는 것이었습니다. 그제서야 그 아이를 보니 빵을 먹고 있었습니다. 아무 음료도 없이요.
아이가 어쩌는가 보았더니 나지막하게 고맙습니다 하고 받아 한 손에 들고물을 마시면서 빵을 맛있게 먹더군요.발을 보니 한쪽 발에 기브스를 하고 있더군요.
낯모르는 아이이지만 먹기에 빡빡하겠다고 여겨져 물병을 건네주고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천연스레 앉아계신 수수한 할주머니,
목마른 판에 뜻밖에 물을 얻어 맛있게 빵을 먹는 아이,
한 폭의 인정어린 작은 풍경화를 연출하면서 전동차는 어둔 터널을 신나게 달리고 있었습니다. 제 뱃속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줄도 모르는 채.
* KCEA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7-04-27 1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