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서울 광화문을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을씨년스런 늦가을 오후, 노란 낙엽이 지고 있더군요.
앞쪽으로 동복을 입은 머리 박박 깎은 고등학생 너댓 명이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때, 길가에서 젊은 여성 몇 명과 얘기를 나누던 수녀 복장의 한 분이 고등학생 하나에게 다가가더군요. 나는 왜 그러는가 하고 눈여겨 보았지요. 그랬더니 수녀님은 학생의 교복 뒷자락 밖으로 조금 허옇게 빠져나온 와이셔츠를 매만지면서
안으로 집어 넣어라.
하는데 그 말이 일본어였습니다. 나는 속으로
저 수녀님 대단하시구나.
하고 그들이 당연히 우리 학생인 줄 알고
너 어느 학교 다니냐?
하고 물었더니
재퍼니즈
라는 거였습니다.
어? 일본인? 그렇다면 같이 온 일행인가? 아는 사이이니까 챙겨준 것인가 보구나.
그러나 그 후의 행동으로 보아 그런 사이는 아닌 것 같았습니다. 더 놀란 것은 그 학생의 행위였습니다. 불쾌해 하지도 않고 순순히 바로 고쳐 입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생각하였습니다.
수녀님은 그 학생이 일본인임을 금방 알아보셨는가? 한국 학생이었다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텐데.
남의 나라에 와서도 일본인의 추한 모습(밖으로 보인 와이셔츠 자락은 2~3㎝ 정도였음)을 보이지 않으려는 일본인 특유의 자긍심의 발로였다고 봅니다.
놀라웠습니다.
우리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 KCEA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7-04-27 1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