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 본 일
작성자
K*E*
작성일
06.01.03
조회수
1893

어제 서울 광화문을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을씨년스런 늦가을 오후, 노란 낙엽이 지고 있더군요.
앞쪽으로 동복을 입은 머리 박박 깎은 고등학생 너댓 명이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때, 길가에서 젊은 여성 몇 명과 얘기를 나누던 수녀 복장의 한 분이 고등학생 하나에게 다가가더군요. 나는 왜 그러는가 하고 눈여겨 보았지요. 그랬더니 수녀님은 학생의 교복 뒷자락 밖으로 조금 허옇게 빠져나온 와이셔츠를 매만지면서
안으로 집어 넣어라.
하는데 그 말이 일본어였습니다. 나는 속으로
저 수녀님 대단하시구나.
하고 그들이 당연히 우리 학생인 줄 알고
너 어느 학교 다니냐?
하고 물었더니
재퍼니즈
라는 거였습니다.
어? 일본인? 그렇다면 같이 온 일행인가? 아는 사이이니까 챙겨준 것인가 보구나.
그러나 그 후의 행동으로 보아 그런 사이는 아닌 것 같았습니다. 더 놀란 것은 그 학생의 행위였습니다. 불쾌해 하지도 않고 순순히 바로 고쳐 입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생각하였습니다.
수녀님은 그 학생이 일본인임을 금방 알아보셨는가? 한국 학생이었다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텐데.
남의 나라에 와서도 일본인의 추한 모습(밖으로 보인 와이셔츠 자락은 2~3㎝ 정도였음)을 보이지 않으려는 일본인 특유의 자긍심의 발로였다고 봅니다.
놀라웠습니다.
우리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 KCEA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7-04-27 1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