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기도회를 마치고 사선교회 무실로 가는 길
동대문 근처 종로 6가 길가에는 비닐 좌판 깔고
호박 당근 고추 양파 등 야채를 파는
허름한 아저씨 아줌마가 계십니다.
그런데 그분들은 길바닥에 상품(?)들을 늘어놓고
신문지나 박스 종이로 덮어놓고 이따금 보이지 않습니다.
아마 아침 식사를 하러 가시는가 봅니다.
물론 그 사이 누가 집어가도 모르지요.
그러나 집어가는 사람은 없나 봅니다.
서울 인심이 그래도 괜찮은가 싶습니다.
지난 여름 아침
당근 몇 개를 사고 싶었습니다.
아주머니가 계시더군요.
"얼마죠?"
"2천원요."
지갑을 여니 만원짜리뿐 천원짜리가 없었다.
"어떡하죠? 잔돈이 없네요."
" 언제 지나가시는지 그때 주세요."
" 네? "
순간 내 귀를 의심하였습니다.
'이 아주머니 좀 봐라. 날 언제 봤다고.
내가 언제 지나갈 줄도 모면서
마치 시골 동네 사람 대하듯 하는구나.'
"그래도 돼요?"
"---"
"그럼, 나중에 드릴게요."
나는 당근 한 봉지 들고 오면서
발걸음이 마냥 가볍고 마음이 환해졌습니다.
'사람을 이렇게 믿어주다니---'
나같은 자를 믿어주시는 그 마음이 너무나 고마웠습니다.
나는 다음날 아침 일부러 찾아가서
2천원 정확히 계산해 드렸지요.
서울 한복판에
향내나는 들꽃같은
이런 인심이 아직 있어
그래도 살 만합니다.
山庭
* KCEA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7-04-27 1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