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을 지킨 스승들
작성자
김*태
작성일
12.01.15
조회수
1591

태어날 때의 상태로만 보면 만물 중에 사람이 가장 나약한 존재이다. 인간은 어머니 젖을 먹는 능력만 갖고 태어난다. 많은 가능성을 갖고 있지만 교육과 훈련(연습)을 통해 계발, 습득해야 구체적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부모님이 낳으셨지만 그 뒤에 스승이 길러내야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라의 지도자(君)와 가르쳐주시는 스승(師)과 생명을 탄생케 해주신 부모(父)는 동일하게 중요한 분들이다(君師父一体) 스승의 도리를 다하다가 아깝게 희생하신 분들이 있다.

 

①경북칠곡군 칠곡초등학교 김봉주(32세) 교사는 독감으로 고생하면서도 가난한 형편으로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교단을 지키시다 숨지셨다. 이에 청도군 초등교육회는 60세 노령의 편부와 30세 미망인 그리고 어린 두 자녀와 미성년인 4형제 등 8명의 유족의 생계가 암담하게 되어 유족 돕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1996. 12. 19일자 보도)

②서울 효제초등학교 김영걸(48세) 교사가 졸업식 후 학부모들이 보는 가운데 중학교 배정서를 나누어주다가 갑자기 의식을 잃었다. 병원에서 의사로부터 과로에서 얻은 증상이란 진단과 함께 절대안정하란 진단을 받은지 일주일 만에 숨을 거두고 말았다.(1971. 2. 22일자)

③경남 양산초등학교 김인자(24세) 교사가 이 학교 5-6학년 190명을 인솔하고 양산천에서 동료교사 두명과 함께 야외교육에 나섰다가 두 명의 어린이가 물놀이 중 급류에 휘말리자 이들을 구하기 위해 물에 뛰어들었다가 함께 익사, 순직했다.(1975. 11. 6일자)

④지난 6월말 수련원 화재로 어린이 19명과 마도초등학교 김영재(38세) 교사 등 4명의 어른들도 숨졌다. “불이야!”하는 소리에 깨어난 김 교사는 유독가스가 자욱한 복도를 정신없이 뛰어다니며 잠자던 어린이들을 대피시키고 자신은 끝내 빠져나오지 못했다. 한국교총장학회가 김 교사의 유자녀 2명(초등학교 3학년, 5학년)에 대해 대학 4학년까지 장학금을 지급하기로 했다.(1999. 7. 5일자)

이상은 한국교육신문의 스크랩에 나타난 순직교육자들의 사례들 중 일부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2011. 5. 9-15까지를 제 59회 교육주간으로 제정하였다. 주제는 “올바른 교육, 훌륭한 선생님”으로 정해졌고 “교육의 본질과 정체성 회복”을 부제로 정했다. 2011. 5. 15일은 제30회 스승의날이다. “스승에게 존경을! 제자에게는 사랑을!”이란 표어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이 세상사는 동안 가장 흔하고 쉬우면서도 가장 어려운 일이 인간관계라고 생각한다. 흔히들 앙드레김한테 검정 옷 입히기, 대머리에게 핀 꼽기가 어렵다지만 인간관계가 더 어려운 일이다. “관계가 없으면 종교도 없다”(No relation, no religion)는 말은 결국 종교(신앙)도 구체적으로 말하면 관계라고 보는 것이다. 나와 하나님의 관계(上向신앙), 나와 이웃과의 관계(外向신앙), 나와 나 자신과의 관계(內向신앙)가 신앙생활인 것이다.

다시 이 관계를 구분하면

①부모님과 자녀의 만남 ②남편과 아내의 만남 ③스승과 제자의 만남 ④직장에서 상, 하, 동료와의 만남 ⑤신앙생활에서 성직자와 신자들의 만남 등이 있다. 여기에서 스승은 제자를 잘 만나야하고 제자는 스승을 잘 만나야 한다. 스승을 잘 만나면 사회생활의 기초가 순탄하게 자리 잡는다. 초등학교 1학년 담임선생님부터 대학원의 박사학위 지도교수까지 공식적인 스승들이 계실 것이고, 인류의 스승인 위인들과의 간접적 만남도 있을 것이다. 정신적 가르침 하나를 제대로 잡으면 그 뒤의 생활이 훨씬 풍성해지고 쉬워진다.

바울은 바나바를 잘 만났고 여호수아는 모세를 잘 만났으며 엘리사는 엘리야를 잘 만났다. 디모데는 바울을 잘 만났고 헬렌켈러는 설리반 선생을 잘 만났다. 나는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 담임교사인 李善珪 장로님을 잘 만나 학업의 길을 계속 갈 수 있었고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김형태 장학회」를 조직해 10년 동안(중학교-대학교 졸업) 장학금을 대주셔서 공부를 계속 할 수 있었다. 국내에서 대학원 공부할 때는 김주현 박사와 이종승 박사님이 따뜻한 지도를 해주셨고 해외유학 땐 Emy Villar 박사가 자상한 지도를 해주었다.

교수 재직 때는 李元卨 총장님이 역할모범(roll model)이 되어주셨다. 부모와 아내를 잘 만난 축복은 물론이지만 훌륭한 스승과 닮아갈 모델을 잘 만나는 축복도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다. 가장 좋은 교과서는 살아있는 실존인물 중 존경하고 따를만한 사람을 잘 만나는 것이다.

오늘도 전국의 각 급 학교 교단에서는 목숨까지 희생하진 않아도 시간과 정열을 아낌없이 쏟아주는 많은 스승들이 계신다. 그 분들이 없으면 대한민국의 내일이 없다. 우리나라는 석유나 다이아몬드가 나오지 않는다. 국토가 넓은 것도 아니고, 북한의 전쟁위협도 큰 부담요인이다. 무엇으로 국력을 키우며 세계 각 국을 상대로 경쟁할 수 있겠나? 인력 계발, 기술 습득, 정직한 신용의 보장 등으로 겨룰 수밖에 없다. 원료를 제품화하듯 어리고 무력한 제자를 기르고 다듬어 장성하고 유능한 인재로 기르는 스승들이 큰 애국자인 것이다. 이제 스승의 길을 생각해본다.

「예기」에는 “배워본 후에 부족함을 알게 되고 가르쳐본 후에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부족함을 알아야 스스로 반성할 수 있고 어려움을 알아야 스스로 노력할 수 있다. 그래서 가르치고 배우면서 함께 성장한다(敎學相長)고 말할 수 있다.”

라고 쓰여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