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바타 도요는 금년 100세의 일본인 할머니이다. 장례비용으로 마련해둔 100만 엔을 털어 첫 시집 <약해지지마>를 출판, 현재 100만부 이상 판매되어 일본열도를 감동시키고 있다.
1911년 도치기시에서 부유한 가정의 외동딸로 태어났지만 10세 때 가세가 기울어 학교를 그만두었다. 그 후 전통 료칸과 요리점 등을 전전하며 허드렛일로 더부살이를 했다. 20대에 이미 결혼과 이혼경험을 하였고 33세에 요리사 시바타 에이키치와 재혼해 외아들을 낳았다. 그 후 재봉일 등 부업을 하며 정직하게 살았고 1992년 남편과 사별 후 20년 가까이 우쓰노미야 시내에서 혼자 살고 있다.
“못한다고 해서, 주눅 들어 있으면 안 돼, 나도 96년 동안 못했던 일이 산더미야. 부모님께 효도하기, 아이들 교육, 수많은 배움. 하지만 노력은 했어. 있는 힘껏 했지. 그게 중요한 게 아닐까. 자 일어나서 뭔가를 붙잡는 거야.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라고 말한다. 배운 것도 없이 늘 가난했던 일생, 너무 힘들어 죽으려고 한 적도 있는 노인! 하지만 그 질곡의 100년을 살아오면서 잔잔하게 경험담을 나누어줄 때 우리는 감동을 받게 된다. 그의 손으로 써낸 평범한 이야기들이 지금 초고령 사회의 공포에 떠는 일본인들을 위로하고 있다. 우리들도 어깨 넘어로 그의 위로를 엿들어보자.
“인생이란 늘 지금부터야. 그리고 아침은 반드시 찾아와. 그러니 약해지지마. 난 괴로운 일도 있었지만 살아있어서 좋았어”
이제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그의 시 몇 편을 감상해보자.
①“무심코 한 말이 얼마나 상처 입히는지 나중에 깨달을 때가 있어. 그럴 때 나는 서둘러 그의 마음 속으로 찾아가 ‘미안합니다’ 말하면서 지우개와 연필로 말을 고치지”(「말」)
②“난 말이지, 사람들이 친절을 베풀면 마음에 저금을 해둬, 쓸쓸할 때면 그걸 꺼내 기운을 차리지. 너도 지금부터 모아두렴. 연금보다 좋단다”(「저금」)
③“외로워지면 하늘을 올려다본다. 가족 같은 구름, 지도 같은 구름, 술래잡기에 한창인 구름도 있다. 모두 어디로 흘러가는 걸까 해질녘 붉게 물든 구름, 깊은밤 하늘 가득한 별, 너도 하늘을 보는 여유를 가질 수 있기를”(「하늘」)
④“침대 머리맡에 항상 놓아두는 것, 작은 라디오, 약봉지, 시를 쓰기 위한 노트와 연필, 벽에는 달력, 날짜 따라 찾아와주는 도우미의 이름과 시간, 빨간 동그라미는 아들 내외가 오는 날입니다. 혼자산 지 열 열덟해, 나는 잘 살고 있습니다”(「나」)
⑤“나, 죽고싶다고 생각한 적이 몇 번이나 있었어. 하지만 시를 짓기 시작하고 많은 이들의 격려를 받아. 지금은 우는 소리 하지 않아. 아흔 여덟에도 사랑은 하는 거야. 꿈도 많아 구름도 타보고 싶은걸”(「비밀」)
⑥“있잖아, 불행하다고 한숨짓지 마. 햇살과 산들바람은, 한쪽편만 들지 않아. 꿈은, 평등하게 꿀 수 있는 거야. 나도 괴로운 일 많았지만, 살아있어 좋았어. 너도 약해지지마”(「약해지지마」) ⑦“나이 아흔을 넘기며 맞는 하루 하루, 너무나도 사랑스러워, 뺨을 어루만지는 바람, 친구에게서 걸려온 안부전화, 집까지 찾아와주는 사람, 제 각각 모두 나에게 살아갈 힘을 선물 한다네”(「살아갈 힘」)
⑧“바람이 유리문을 두드려, 문을 열어 주었지. 그랬더니 햇살까지 따라와 셋이서 수다를 떠네. 할머니 혼자서 외롭지 않아? 바람과 햇살이 묻기에 사람은 어차피 다 혼자야, 나는 대답했네. 그만 고집부리고 편히 가자는 말에 다같이 웃었던 오후”(「바람과 햇살과 나」)
⑨“아들이 초등학교 때 ‘너희 엄마 참 예쁘시다’ 친구가 말했다고 기쁜 얘기했던 적이 있어. 그 후로 정성껏, 아흔 일곱 지금도 화장을 하지. 누군가에게 칭찬받고 싶어서”(「화장」)
⑩“돌아가신 어머니처럼 아흔 둘 나이가 되어도, 어머니가 그리워, 노인요양원으로, 어머니를 찾아뵐 때마다 돌아오던 길의 괴롭던 마음, 오래오래 딸을 배웅하던 어머니, 구름이 몰려오던 하늘, 바람에 흔들리던 코스모스, 지금도 또렷한 기억”(「어머니」)
⑪“뚝뚝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눈물이 멈추질 않네. 아무리 괴롭고 슬픈 일이 있어도 언제까지 끙끙 앓고만 있으면 안 돼, 과감하게 수도꼭지를 비틀어 단숨에 눈물을 흘려버리는 거야. 자, 새 컵으로 커피를 마시자”(나에게)
⑫“나이를 먹을 때마다 여러 가지 것들을 잊어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사람 이름 여러 단어, 수많은 추억 그걸 외롭다고 여기지 않게 된 건 왜일까? 잊어가는 것의 행복, 잊어가는 것에 대한 포기, 매미소리가 들려오네”(「잊는다는 것」) ⑬“혼자 살겠다고 결정했을 때부터 강한 여성이 되었어. 참 많은 사람들이 손을 내밀어 주었지. 그리고 순수하게 기대는 것도 용기라는 걸 깨달았어”(「아침은 올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