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에게서 난 사람의 수명은 짧고, 괴로움은 가득함이여, 그는 피었다 지는 꽃 같고 미끄러져가는 그림자와 같아서 곧 사라집니다. 그런데도 당신은 그런 사람을 눈으로 살피시고 심판을 하시겠다고 하십니다. 누가 더러운 것에서 깨끗한 것을 찾아낼 수 있겠습니까? 아무도 없습니다. 당신이 사람의 날수와 달수를 정하셨기 때문에 사람은 정해주신 그 선을 넘어가지 못합니다.
제발 사람을 내버려 두셔서 품꾼처럼 하루를 마칠 수 있게 해주십시오. 적어도 나무는 소망이 있습니다. 찍히더라도 다시 움이 돋고 그 연한 가지들이 계속 나기 때문입니다. 비록 그 뿌리가 땅 속에서 늙고 그 그루터기가 땅에서 죽는다 해도 물기운만 있으면 새 나무처럼 다시 싹을 냅니다.
그렇지만 사람은 마지막 호흡이 끊어지면 시체로 드러눕지요. 바닷물이 증발하여 사라지듯 강물이 말라 없어지듯 사람이 드러누우면 다시 일어나지 못하고 하늘이 없어질 때 까지 깨어나지도 못합니다”(욥14:1-12)
이것은 욥의 인생관을 엿볼 수 있는 고백이다.
인생은 지극히 연약하고 덧없는 존재로, 하나님은 엄격한 심판관으로 묘사되어 있다. 여기서 욥은 허망한 인생을 향한 하나님의 요구사항이 너무 가혹하다고 하면서 하나님께 변론과 항의를 하고 있다. 하나님의 계시가 미미하였던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공의에 엄정하신 재판관이실 뿐만 아니라 선한 목자(요10:11)시요 영존하시는 아버지(사9:6)이시며 위대한 치유자(말4:2)이시기도 하다.
인생의 날이 들의 풀과 같지만 영원히 멸망하거나 잊혀질 허망한 존재만은 아니다. 욥은 앙상한 나뭇가지에 연한 잎이 새로이 움터오듯 자신도 하나님께서 회생시켜줄 것을 간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식물의 소생능력에 착안하여 이사야는 이새의 줄기에서 한 싹이 나올 것과 그가 인류를 구해내실 메시아이심을 비유적으로 예언한 바 있다.(사11:1)
이에 반해 다윗의 인생관은 어떻게 다른가 보자. “주님께서는 어린이들과 젖 먹는 아기들이 주님께 찬양을 올리도록 하셨습니다. 주님께 대항하는 원수들과 적들과 보복하려는 자들을 침묵시키기 위해서입니다… 사람이 무엇이기에 주님께서는 사람을 돌보아주시는지요? 주님께서는 사람을 천사보다 조금 못하게 지으시고 그 머리에 영광과 존엄의 왕관을 씌우셨습니다. 주님께서 만드신 모든 것을 사람이 다스리게 하시고 모든 것들을 사람에게 맡기셨습니다. 모든 양떼들과 소떼들 그리고 들판의 짐승들, 하늘을 나는 온갖 새들과 바다 속에 사는 모든 것들을 다스리게 하셨습니다.
여호와 우리 주여! 주의 이름이 온 땅에 어찌 그리 장엄한지요?”(시8:2-9) 사람(자신)에 대한 생각이 이렇듯 극명하게 다르기 때문에 신앙과 철학이 중요한 것이다.
인간을 나약한 존재로, 허무한 존재로 보기 시작하면 한없이 초라하고 무능한 존재다. 기껏 살아야 70-80세 한세상을 사는 유한한 존재다. 자기 자신도 알지 못한 채 눈감고 길을 가듯 하루하루 살아가는 존재이다. 그러나 인간은 또한 만물의 영장임에 틀림없다. 백년을 사는 거북이와 천년을 사는 학이 있다지만 인간이 그들과 입장을 바꿀 수는 없다. 육신적으로 가장 나약한 존재지만 정신이 있고 영혼이 있어 하나님과 동행하고 동역할 수 있는 고귀한 존재인 것이다.
여기서 사람의 유한성과 무한성을 모두 알고 하나님과의 새로운 관계를 복원하여 이 세상을 다스리며 관리하는 창조의 동역자로서 인간의 존엄성을 재확인해야 될 것이다.
일간신문마다 ‘오늘의 운세’란이 있다. 12간지의 띠별로 출생연도별로 하루의 운세를 적어놓은 것이다. 어떤 이들은 그것을 읽고 마치 하루 동안 자기 삶의 예정표나 각본을 보는 것처럼 생각할 것이다.
그것들을 한번 읽어봤다. “변덕스러운 사람을 경계하라. 약속이 깨질 우려가 있다. 새로운 목표를 점검해보라. 청탁은 다른 날로 미루라. 관찰하면서 앞날을 예상하라. 친구들과 연락을 주고 받아라. 앞장서는 일을 피해야 한다. 성격이 급하면 실수를 한다. 당신의 입장만 생각하지 말고 다른 사람의 기분도 생각해줘야 한다. 주위 사람과 친분을 다지고 신뢰를 쌓아둘 좋은 기회이다. 새로운 인연으로 인해 평범한 삶 속에서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주변의 말과 소문에 흔들리지 말고 자기의 주관대로 밀고 나가라. 집안의 멀쩡하게 보이는 전자제품이 고장 날 수 있으니 주의하라. 직장에서 상사와 문제가 생기거나 동료들과 사소한 마찰이 예상된다.” 같은 것들이었다.
인간은 환경의 제한과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동시에 환경을 개척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능동적 주체인 것이다. 누군가의 예언이나 신탁에 의존하지 말고 자기가 주도적으로 삶을 계획하고 운영해나가야 될 존재다. 하나님을 대신하여 이 세상을 디자인하고 축복하고 이름 불러주고 운전해가야 한다. 기차처럼 레일 위에 고정되어 프로그램 된 대로 가는 게 아니라 고속도로를 달리는 승용차처럼 1차선으로 가다가 3차선으로 차선을 바꾸기도 하고 속도를 빠르게도 느리게도 하면서 운전해가는 것이다.
거북이와 학이 천년을 산다 해도 부러워해선 안 된다. 500년을 산다 해도 은행나무를 존경해선 안 된다. 인간은 80년을 살아도 만물의 영장이요,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존귀한 자다.
눈을 들어 산을 보라. 나의 도움이 어디서 오나 천지 지으신 여호와 하나님으로부터 복을 받고 세상을 축복하며 관리하는 하나님의 아들, 딸로서 자기존엄성을 잘 지켜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