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栗谷 선생의 독서론
작성자
김*태
작성일
11.04.18
조회수
2013

아무리 머리가 좋고 재주가 능해도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商量) 하는 자를 당할 순 없다.
이조 숙종 때의 학자 우암 宋時烈선생도 독서를 강조하여 “사람은 모름지기 무엇보다 학식과 견문을 먼저 넓힐 것이다. 학식과 견문은 저절로 장성되는 것이 아니고 다만 책을 읽어서 그 이치를 잘 관찰하는데 달려 있을 따름이다.” (人須以識見爲先 識見不能自長 只在讀書觀理而己)고 했다.
이율곡 선생도 “공부하는 사람이 올바른 길로 들어가는 방도는 사물의 참된 이치를 궁구하는 것보다 먼저 할 것이 없고 사물의 이치를 궁구하는 방도는 책을 읽는 것보다 먼저 할 것이 없다.”고 했다. 중국 齊나라때 안자(顔子)가훈에도 “대체로 책을 읽고 학문하는 까닭은 그 근본이 마음을 열리게 하고 앎을 밝게 해서 행실에 이롭게 하고자 함이라”고 일렀다.

이율곡 선생의 독서론을 소개한다.
무릇 책을 읽는 사람은 반드시 단정하게 팔짱을 끼고 조심스럽게 앉아서 삼가는 몸가짐으로 책을 대하고, 마음을 오로지 하고 뜻을 다하여 세밀히 생각하고 충분히 읽어 그 뜻을 깊이 이해하면서 하나하나의 글귀마다 반드시 실천할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만약 입으로만 읽고 마음에 체득하지 않으면 책은 책대로, 나는 나대로일 것이니 무슨 이로움이 있겠는가? 라고 독서의 태도를 짚어주었다.
그리고 독서의 순서를 제시하였다. 먼저 「小學」을 읽어서 어버이를 섬기고, 형을 공경하고, 임금(국가)에게 충성하고 어른에게 공손하고, 스승을 높이고 벗을 가까이 하는 도리에 대하여 하나하나 자세히 익히면서 힘써 실천할 것이다.(先讀小學, 於事親, 敬兄, 忠君, 弟長 隆師, 親友之道 一一詳玩 而力行之)
다음에는「大學」또는 「惑文」을 읽어서 사물의 이치를 궁구하고 마음을 바로잡고, 몸을 수양하고, 남을 다스리는 도리에 대하여 하나하나 바르게 알고 실천할 것이다.
다음에는 「論語」를 읽어서 어질고 착하고 바른 진리를 찾아서 자기를 위하고 학문의 근본 원리를 길러내는 공에 대하여 하나하나 자세히 생각하고 깊이 체득할 것이다.
다음에는 「孟子」를 읽어서 의리를 분명히 분별하고 사람의 욕심을 막고 하늘의 도리를 따르는 말에 대하여 하나하나 밝게 살피고 그 뜻을 확충할 것이다.
다음에는 「中庸」을 읽어서 성질과 심정의 덕과 미루어 다하는 공과 기르는 데 입히는 오묘한 방도에 대하여 하나하나 음미하고 찾아서 얻는 것이 있어야 할 것이다.
다음에는 「詩經」을 읽어서 성질과 심정의 옳고 그른 점, 착한 것과 악한 것의 포상과 징계에 대하여 하나하나 깊이 연구하고 감동을 일으켜서 징계할 것이다.
다음에는 「禮記」를 읽어서 天理에 따르는 절도와 사람이 지켜야 할 법도에 대하여 하나하나 강구하여 그 규범을 세워야 할 것이다. 다음에는 「書經」을 읽어서 堯임금과 舜임금 夏나라 禹王, 殷나라 湯王, 周나라 文王이 천하를 다스린 큰 경륜과 큰 법도에 대하여 하나하나 요령을 알고서 그 근본을 거슬러 올라가며 연구해야 할 것이다.
그 다음에는 「周易」을 읽어서 좋고 나쁘고, 살고 죽고, 나아가고 물러나고, 잘못되고 잘 되는 기미에 대하여 하나하나 보고 익히고 충분히 연구해야 할 것이다.
다음에는 「春秋」를 읽어서 성인이 착한 것을 상주고 악한 것을 벌주며 억누르고 드높이고 잡고 놓아주는 자세한 말씀과 깊은 뜻에 대하여 하나하나 세밀하게 연구하고 잘 깨닫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五書五經을 충분히 읽어 그 진리를 깨달아 올바른 도리가 날마다 맑아지게 할 것이고 宋나라 선현들이 지은 책 「近思錄」 「家禮」 「心經」 「二程全書」 「朱子大全」어류와 다른 성리의 학설과 같은 책을 사이사이 정독하여 올바른 도리가 항상 내 마음속에 젖어들어 끊어질 때가 없도록 하고 그리고 남은 힘으로 또한 역사책을 읽어서 고금에 통하고 사변(事變)을 잘 알아서 학식과 견문을 장성하게 할 것이다.
또한 잡되고 바르지 않은 책 같은 것은 잠깐 동안이라도 펴보지 않아야 한다.
이어 율곡선생은 독서하는 데 경계하고 삼갈 내용도 자세히 가르쳐 주었다.
“무릇 책을 읽을 때에는 반드시 한 책을 충분히 읽어서 그 뜻을 다 알고 내용을 완전히 통달하여 의심되는 점이 없거든 다른 책으로 바꿔 읽을 것이다. 많은 것을 탐내고 얻는 데에만 힘써 바쁘게 이것저것 여러 가지 책을 되는대로 읽어서는 안 된다.
송(宋)나라 朱子가 쓴 독서론 「童蒙須知」에는 이런 말이 있다. “무릇 책을 읽을 때는 반드시 책상을 잘 정돈하고 마음가짐을 깨끗하고 잘 정돈하게 하고, 책을 가져다가 가지런히 놓고는 몸을 바른 자세로 하여 책을 대하고 자세히 글자를 보며 자세하고 분명하게 읽어야 한다.”
옛말에도 책을 천 번 읽으면 그 뜻이 저절로 이해된다(讀書千遍 其義自見)는 말이 있다. 책을 읽을 때는 세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마음으로 생각하는 것이 주밀해야 하고, 눈으로 보는 것이 주밀해야 되며 입으로 읽는 것이 주밀해야 한다. (讀書有三到: 心到, 眼到, 口到) 마음으로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눈으로 보는 것이 자세할 수 없고 마음의 생각과 눈의 보는 것이 통일되지 않으면 읽어도 이해되지 않고 설령 이해돼도 오래 기억되지 않을 것이다.
책을 읽는 것은 밥을 먹는 것과 같다. 사람이 밥을 먹으면 그것이 항상 뱃속에 남아있지 않고 소화되어 대소변으로 내보내게 된다. 그래도 그 영양분은 남아서 건강을 지키고 몸을 윤택하게 하는 것처럼, 책을 읽는 것도 역시 그 내용 하나하나를 그대로 기억하지 못한다 해도 그 보람과 지혜는 계속 진전되는 것이니 책을 읽고 그것이 오랫동안 기억나지 않는다 해도 포기하거나 실망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신앙인들도 「성경」이나 「위인전」을 열심히 읽어야 한다. “이 예언의 말씀을 읽는 자와 듣는 자와 그 가운데에 기록한 것을 지키는 자는 복이 있나니 때가 가까움이다.” (계 1:3)는 말도 성경읽기의 중요성을 가르쳐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