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작성자
김*태
작성일
10.10.18
조회수
1755

전 대전광역시장 염홍철 박사가 월요일마다 「월요일 아침편지」를 보내주고 있다. 그래서 한주에 한 번은 편지로 소식을 듣게 된다.
스물여덟 번 째 보내온 아침편지의 일부를 소개한다. 최근에 나온 화제의 시집 세권을 설명하고 있다.
주옥같은 시를 써온 이해인 수녀는 「엄마」라는 사모곡을 시집으로 냈고, 지성의 상징인 이어령 박사는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라는 첫 시집을 냈는데 “어머니들에게”란 한 章의 시 묶음이 들어있다. 「토지」의 작가 박경리 선생의 유고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에는 ‘어머니’에 대한 다섯 편의 시가 들어있다.
‘어머니’란 말은 명사이면서 감탄사이다. 가장 아름다운 단어요 가장 포근한 단어다. 어머니의 가슴속에는 슬픔과 외로움 그리고 미움까지도 다 녹여내어 기쁨과 보람과 만족으로 바꾸는 용광로가 들어있다.
이제 염홍철 시장의 詩 「어머니」를 읽어보자.

“어린 날 어머니가 업거나 안아주지 않으면
혼자 걷지 않았다
걷는 게 싫어서가 아니라
어머니 품이 향기롭고
어머니 등이 따스해서였다

어린 날 어머니가 “우리아들 잘 생겼지”해서
내 얼굴이 최고인 줄 알았다
그래서 항상 뽐내고 다녔다

어린 날 어머니가 “우리 아들 공부 잘하지”해서
내가 공부 가장 잘하는 줄 알았다
그래서 그때 항상 일등만 했다

어린 날 어머니가 “우리아들 착하지?”해서 내가 가장 착한 줄 알았다
그래서 천당예약 자신만만했다

시골길 구멍 난 검정고무신 신고
책보 둘러메고 학교 갔지만
나는 부자인줄 알았다
어머니는 내 앞에서 쌀 걱정 돈 걱정 안했다

성장해서 다 알았다
어머니 그 칭찬이
역경 이겨 명예 지키고, 자신감 갖게 한
커다란 긍정의 힘 되었다는 것

어머니는 지금도 나를 그렇게 생각 하신다
나는 어머니 품 떠나 혼자 걸어 다니며
어머니 그대로인데, 나만 변했다”

이 세상에 남편이 없거나 아내가 없거나 형제, 자매가 없는 사람은 있어도 어머니가 없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어머니는 항상 그리움의 대상이요, 보호막의 상징이 되며 세상에 태어나 최초의 인간관계를 맺는 타인이자 본인자신이기도 하다. 나의 근본이 어머니로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심순덕이 쓴「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를 읽어보자.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 겨울 냇물에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
배부르다 생각 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뒤꿈치 다 해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 썩여도 전혀 끄떡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줄만...

한밤중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로
아!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 이었습니다 ”

엄마가 철인(鐵人)이 아니건만 철없는 자식들은 엄마를 만능으로 알아왔다. 뭐든지 다 잘하고, 잘 참고, 모두 다 갖고 있고, 뭐든지 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엄마는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엄마도 인간이다. 우리들처럼 힘들고, 배고프고 속상할 수 있는 하나의 인간인 것이다. 다만 자식들을 위한 모성애 때문에 참고 견디고 말을 하지 않았을 뿐이다.
어머니도 하나의 인간임을 깨닫는 순간 그는 이미 늙어 있거나 이 세상에 안 계신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끝으로 정일근이 쓴 「저 모성(母性)!」을 살펴보자.

“눈 내리는 성탄(聖誕) 아침
우리 집 개가 혼자서 제 새끼들을 낳고 있다
어미가 있어 가르친 것은 아니고
사람의 손이 돕지도 않는데
새끼를 낳고 태를 끊고 젖을 물린다
찬바람 드는 곳을 제 몸으로 막고
오직 몸의 온기로 만드는 따뜻한 요람에서
제 피를 녹여 새끼를 만들고
제살을 녹여 젖을 물리는 모성(母性)앞에
나는 한참이나 눈물겨워진다
모성은 신성(神性) 이전에 만들어졌을 것이니
하찮은 것들이라 할지라도, 저 모성 앞에
오늘은 성탄절, 동방박사(東方博士)가 찾아와 축복해 주실 것이다
구석구석 핥아주고
배내똥도 핥아주고
핥고 핥아서 제 생명의 등불 밝히는
저 모성 앞에서”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 가장 감동적인 모습이 무엇일까? 막 피어나는 꽃봉오리일까. 푸짐하게 익은 사과열매일까. 뭉치로 쌓여있는 돈다발일까?
이 모두 아니다. 가슴 품에 아기를 부둥켜 앉고 젖을 먹이는 어머니의 모습이다. 많은 시인이 이를 노래했고, 많은 화가가 이 모습을 성화로 그렸다. 天倫이요 人倫인 어머니와 자식관계, 결국 이것이 모든 인간관계의 알파와 오메가요, 이 세상 행복의 근원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