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기업의 장수요인
작성자
김*태
작성일
10.05.17
조회수
1978


오랜 역사와 전통은 그 자체가 자랑거리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인들은 미국의 신흥문명에 대해 항상 우월의식을 갖는다. 오래됐다는 것이 자랑이다.
한국도 5천년 역사를 자랑하여 반만년(半萬年) 역사라 한다. 50년을 반세기(半百年)라고 부르는 것도 비슷한 생각이다. 그러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은 어느 나라의 어떤 기업일가?
세계 最高의 長壽기업은 서기 578년에 백제인 콘고 시게이쓰(유중광)가 일본으로 건너가 세운 건축회사 金剛組로 현재까지 1430년간 존속되어왔다. 그 외에도 일본에는 100년 이상 된 기업이 약 2만여 개가 있다고 한다. 한국엔 100년 이상 된 기업이 두산(1896년)과 동화약품(1897년) 두 곳 뿐이다.

그럼 왜 일본엔 오래된 기업이 많을까? 2008. 5. 한국은행의 보고서 <일본기업의 장수요인 및 시사점>을 살펴보자. 창업 200년 이상 된 기업의 수는 일본(3,146개 사), 독일(837), 네덜란드(222), 프랑스(196), 영국(186), 기타(999) 순이다. 2008. 4. 현재 일본 ㈜제국데이터뱅크에 수록된 119만 개 회사 중 1912년 이전에 창업한 기업은 24,234개에 이른다. 장수기업은 일본말로 ‘시니세’(老舗)라 한다. 이는 위키피디아 백과사전의 ‘옛날부터 이어져 내려온 상점 또는 기업’을 말한다.
장수기업의 종업원 규모는 300명 미만이 89.4%로 대부분 중소기업이며 300-999명은 6.3%, 1,000명 이상은 3.7% 순서다.
창업 시기는 상공업이 장려된 에도(江戶)시대(1603-1867)가 25.9%, 본격적인 산업화가 시작된 메이지(明治)시대(1868-1912)가 67.3%로 되어있다.
기업의 내용은 ① 식품, 요리, 술, 의약품 등 생활밀착형 기업, ② 고유기술로 소재, 부품 등을 생산하는 기업, ③ 다도, 서도 등 전통문화와 밀접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 ④ 여관처럼 가족단위로 운영할 수 있는 기업 등이다. 일본경제가 태평양 전쟁 패전 후 빠르게 성장해 1980년대의 엔고와 1990년대의 장기불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소재, 부품 등 첨단기술을 보유한 장수기업이 경제성장과 고용안정을 도왔기 때문이다. 스미토모(住友) 금속광산(1590년 창업)은 세계시장 90% 점유(액정용 2층 도금기판), 미쓰이(三井) 금속(1874년)은 40% 점유(휴대폰용 구리 박판), 다이니혼(大日本) 인쇄(1876년)는 70% 점유(액정용 반사 방지 필름), 다이니혼 방적(1889년)은 50% 점유(식품포장용 재료), 신니혼(新日本) 제철(1901년)은 자동차용 고장력 강판을 거의 전량 독점하고 있다.

그렇다면 일본 장수기업의 비결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신(信)이다. 100년 이상된 기업 14,000개 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질문 “기업이 중시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에 73.8%가 신용(信用)이라고 답했다. 거래처 및 고객의 신뢰,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신뢰와 기술력을 중시하고 있다.
일본 사람들은 신용을 생명처럼 중시함으로 고객, 거래처, 종업원, 사회 등 이해관계자와 2-3대 이상의 장기적인 신뢰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상대방을 속이거나 배반한 행위는 절대로 용서될 수 없음이 정착된 것이다. 그러니까 전 세계 사람이 ‘Made in Japan’ 물건은 사고 후회하는 일은 없는 것이다.
장수기업의 신용중시사상은 일본의 상점, 가게 및 음식점 입구에 걸려있는 노렌(暖簾/자신의 상호가 걸려있는 무명천)에 잘 나타나 있으며 이는 고객과의 신용을 상징하는 것이다. 장수기업은 고객과 거래처에 대한 신뢰형성의 수단으로 ① 노렌와케, ② 장수기업 집중거리 형성, ③ 기업간 협력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노렌와케란 프렌차이즈 처럼 장기간 근무한 본사의 직원이 본사의 문양이 그려진 노렌을 받아 分社하는 것이다.
노렌을 받았다는 것은 본사의 명예와 신용을 그래도 물려받았다는 것(체인점)으로, 본사의 신용을 공유하기 때문에 그 명예를 지키려고 함께 노력하고 협력한다. 또한 장수기업 집중거리를 형성하여 경쟁과 협조로 상호번영을 실현한다. 단독생존이 아니라 주위와의 공생이 장기존속의 비결임을 깨달은 것이다.
장수기업 10개사 이상이 모여 있는 집단상점 거리가 42곳(793사)이나 된다. 또한 기업 간 협력체제가 공고하다. 소재기업이 개발한 고기능소재를 이용해 부품업체가 고품질, 저가격의 부품을 만들면 완성품기업이 이를 조립해 신제품을 내놓는 시스템이다. 완성품 생산기업과 소재, 부품기업간의 장기적 협력관계가 장수의 한 비결이다.
일본 자동차 생산 산업의 내재율(자기 회사에서 부품을 생산하는 비율)은 30% 정도이며 70%는 부품업체의 도움을 받는다. 한 예로 무라카미카이메이도(村上開明堂/1882년 창업)라는 장수기업은 원래 경대를 제조하던 업체인데 거울 만드는 기술을 꾸준히 발전시킨 결과 휴대폰의 액정화면을 제작하게 되었고, 그 뒤에 물방울이 맺히지 않는 자동차 백미러를 개발하여 도요타 자동차에 백미러의 60%를 공급하고 있다.
또한 장수기업은 종업원과의 신뢰형성을 위해 인간중심경영을 실시한다. 기계보다는 종업원의 기술이나 노하우를 중시한다. 그래서 인재육성을 전략적으로 한다. 기업 체력의 원천은 기업에 축적된 기술이나 노하우를 중시한다. 그래서 인재육성을 전략적으로 한다.
기업 체력의 원천은 기업에 축적된 기술과 노하우요, 이는 곧 사람이 담당한 부분임을 깨달아 불황 등 경영여건이 악화되어도 획일적인 인원감축이 아니라 오히려 고용의 장기화를 유지하는 등 인간관계를 강화해 나간다. 도요타 자동차(1938년 창업)는 “우수한 제품을 만들려면 우선 사람을 육성해야 한다.”는 구호 아래 장기적인 인재육성과 종업원 건강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또 지역사회와의 유대를 강화하여 우베흥산(宇部興産/1897년 창업)은 지역에 종합병원을 세우고 고속도로 건설에 투자했다. 그 결과 불황이 왔을 때 지역주민들이 주식을 대략 구입해 기업정상화를 도와주기도 했다. 위 내용은 세계경영연구원의 글로벌스탠더드 리뷰에서 연구한 내용의 요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