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를 주소서
작성자
김*태
작성일
10.02.23
조회수
1838


2009. 1. 18. 「워싱턴 타임즈」에 실린 버락 오바마의 글을 dooraenews가 내게 소개해 주었다.
미국의 상황을 언급한 것이지만 한국의 상황에 적용해도 아주 적합한 내용이었다. “우리는 전쟁과 평화, 공황과 번영 등 수없이 많은 일을 겪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어떤 위기나 두려움에도 굴하지 않았으며 한마음으로 극복하여 왔다.
우리는 지금 전쟁 상황에 놓여있고 경제는 심각한 혼란에 빠졌다.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이 같은 문제들은 심각한 도전이지만 우리는 선배들이 보여준 불굴의 노력과 긍정적 사고로 극복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은 좌파나 우파라는 낡은 논쟁을 뛰어넘어 현실을 직시하고 실용적인 자세로 맞서야 한다.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히거나 편협한 사고를 벗어나야 한다. 변화를 끌어내는 힘은 민주주의의 최고 권력인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2009. 1. 20. 취임사에서도 오바마는 열악한 조건에서 싸워 이긴 독립전쟁, 국가분열의 위기를 봉합한 남북전쟁, 그리고 노예의 후손도 대통령이 될 수 있는 나라로 만들어준 미국 국민의 성실성과 관대함, 지혜와 용기와 희생을 온 인류에게 재확인시켜 주었다.
그 안에는 서지문 교수가 지적해 준 명구절들도 있다. 예컨대
“상상력이 공동목표와 결합하고 필요가 용기와 결합할 때 자유로운 남성과 여성이 이룰 수 있는 것”(What free men and women can achieve when imagination is joined to common purpose and necessity to courage)이나
“우리의 조각보 유산은 약점이 아니라 힘이다”(Our patchwork heritage is a strength, not a weakness), 또
“우리는 다시 한 번 세계를 이끌어 갈 준비가 되어있다”(We are ready to lead once more)라든지,
“우리는 미국을 다시 만드는 일을 한 번 더 시작해야 한다”(We must begin again the work of remaking America)
는 구절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비전과 당면한 국정과제 및 미국의 책임을 잘 표현한 것들이다.

미국이 새로운 대통령을 맞이하여 어려운 현실을 극복할 수 있다는 신념을 재확인하고 있듯이 우리도 새해를 축하하고 새학년(새학기)을 준비하면서 새로운 소원을 얘기해보자.
옛사람들이 새해에 기원했던 대로
“洗心養神”, “和顔愛語”, “一念通大”, “時和年豊”, “祥風瑞日”, “應天三光”, “雨順風調”
의 세상을 실현해보자.
참고로 李御寧 박사의 새해기원문을 읽어보겠다.

“벼랑 끝에서 새해를 맞습니다. 덕담 대신 날개를 주소서. 어떻게 여기까지 온 사람들입니까? / 험난한 기아의 고개에서도 부모의 손을 뿌리친 적 없고, 아무리 위험한 전란의 들판이라도 등에 업은 자식을 내려놓지 않았습니다. / 남들이 앉아 있을 때 걷고, 그들이 걸으면 우리는 뛰었습니다. / 숨 가쁘게 달려와 이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 눈앞인데 그냥 추락할 수는 없습니다. / 벼랑인 줄도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어쩌다가 ‘북한이 핵을 만들어도 놀라지 않고, 수출액이 3000억 달러를 넘어서도 웃지 않는 사람들’이 되었습니까. / 거짓 선지자들을 믿은 죄입니까? / 남의 눈치 보다 길을 잘못 든 탓입니까? 정치의 기둥이 조금만 더 기울어도, 시장경제의 지붕에 구멍 하나만 더 나도, / 법과 안보의 울타리보다 겁 없는 자들의 키가 한 치만 더 높아져도 그때는 천인 단애(斷崖)의 나락입니다. / 비상(非常)은 비상(飛翔)이기도 합니다. / 싸움밖에 모르는 정치인들에게는 비둘기의 날개를 주시고, 살기에 지친 서민에게는 독수리의 날개를 주십시오. / 주눅 들린 기업인들에게는 갈매기의 비행을 가르쳐 주시고, 진흙 바닥의 지식인들에게는 구름보다 높이 나는 종달새의 날개를 보여 주소서. / 날게 하소서. 뒤처진 자에게는 제비의 날개를, 설빔을 입지 못한 사람에게는 공작의 날개를, 홀로 사는 노인에게는 학과 같은 날개를 주소서. / 그리고 남남처럼 되어 가는 가족에게는 원앙새의 깃털을 내려 주소서. / 이 사회가 갈등으로 더 이상 찢기기 전에, 기러기처럼 나는 법을 가르쳐 주소서. 소리를 내어 서로 격려하고 선두의 자리를 바꾸어 가며, 대열을 이끌어 간다는 저 신비한 기러기처럼 우리 모두를 날게 하소서. /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아보자꾸나.” 어느 소설의 마지막 대목처럼 지금 우리가 외치는 이 소원을 들어 주소서. / 은빛 날개를 펴고, 새해의 눈부신 하늘로, 일제히 날아오르는 경쾌한 비상의 시작! 벼랑 끝에서 날게 하소서…” 지금 우리는 호랑이 등에 타고 있는 것 같다(騎虎之勢). 목적지까지 가지 않으면 결국 호랑이에게 잡혀먹는다고 생각하며 끝까지 달려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