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보다는 지성인, 지성인보다는 지혜자가 더 높은 수준이다. 교양인은 지식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인 것이다. 대학에서는 교양과 전공과목을 배운다. 이는 다시 필수와 선택으로 나누어져 전공필수, 교양필수, 전공 선택, 교양선택 등으로 분류된다. 계열기초과목들은 교양으로, 구체적인 학과나 특색과목은 전공으로 나누어진다. 모든 것에 대해 조금씩은 알자(Something of everyting)는 것이 교양과목이고 특수한 분야에 대해서는 모두알자(Everything of something)는 것이 전공과목이다. 먼저 교양인, 상식인, 기본적인 인간이 된 후에야 전공인, 기술인 전문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수학점수가 점점 줄다보니 전공학점도 제대로 얻지 못하고 교양과목도 골고루 듣지 못한 채 졸업생을 내보내게 되는 일이 가끔씩 마음에 걸린다.
전 세계 대학 중 세계화 부분에서 가장 앞서고 있다는 하버드대학(1636년 개교)이 30년 만에 드디어 교양과목을 대폭 손질하여 개선안을 만들고 있다. 학생들이 미국 우물 안에만 머물지 않고 지구촌현실을 이해하며 타문화까지 포용하는 세계적인 지도자가 되도록 기르려는 것이다. 그래서 세계종교관련과목도 넣고 세계사회-과학윤리-사상체계 등 8개 과목을 도입하여 균형 있는 전인교육의 목표를 세운 것이다.
① 미학과 해석의 이해(Aesthetic & Interpretive understanding): 학생들이 미학적 반응과 다양한 문화적 표현을 해석할 수 있도록 하였다.
② 문화와 신앙(Culture & Belief): 다양한 관점에서 세계의 여러 문화와 종교를 이해하고 비교할 수 있도록 소개한다.
③ 경험적 논증(Empirical Reasoning): 경험적 자료를 어떻게 모으고 어떻게 논증하는가의 방향을 가르친다.
④ 도덕적 논증(Ethical Reasoning): 도덕적 문제에 어떻게 접근하고 어떻게 논리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지를 가르친다.
⑤ 생명체과학(Science of Living system): 생명체가 어떻게 변화하고 환경에 적응해 가는가를 알아본다.
⑥ 물리적 세계와 과학(Science of the Physical Universe): 물리학적 세계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다룬다.
⑦ 세계 여러 나라의 사회(Societies of the World): 다른 나라의 가치, 관습, 제도 등을 이해한다.
⑧ 세계 속의 미국(The United States in the World): 미국의 정치, 경제, 사회제도와 함께 미국과 세계와의 관계를 이해한다.
다른 문화를 포용하고 세계인을 양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여 세계종교관련과목을 교양필수로 다루게 한 것이다. 지식위주의 공부집착에서 벗어나게 하고 싶은 것이다.
동양에서도 일찍부터 온고지신(溫故知新)을 강조하여 왔다.
고전을 익히고 옛 관습과 전통을 정확히 알고 난후 그 연장선에서 현재를 관리하고 미래를 계획하도록 한 것이다. 그런데 正祖대왕이 온고지신의 해석을 새롭게 하였다. 임금(正祖)이 온고지신이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이유경(李濡慶)이 대답했다. "옛글을 익혀서 새 글을 아는 것입니다.”
“아니다, 초보학자들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는 옛글을 읽으면서 그 가운데 새로운 의미(맛)를 알게 되어 몰랐던 것을 더 잘 알게 되는 것을 말한다.”(上曰, “溫故知新, 何謂也?” 儒慶曰, “溫故書而知新書之謂也.” 上曰, “不然, 初學之人, 多如此看得, 而蓋謂溫故書, 則知新味於其中, 益知其所不知之謂也.”(조선왕조실록 정조1년(1977) 2월 1일 丁酉 4번째 기록)
正祖는 학문이 깊고 아는 것이 많아 신하들을 가르치고 지도하며 나라를 다스렸다.
「홍재전서」진심편에서도 이 같은 내용이 언급되고 있는데 “이전에 들은 것을 반복해서 공부하면 전에 들은 것 중에서 저절로 새로 깨닫는 기쁨이 있다.”(細繹舊聞 則舊聞之中 自有新覺之滋味)는 것이다.
성경이나 불경, 탈무드나 채근담, 고사성어나 속담집,「마음의 샘터」위인들의 명언집 등을 가까이 놓고 반복해서 읽으면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遍 義自見)의 기쁨을 얻게 될 것이다. 마치 등산할 때 산 밑, 중간능선, 산 정상으로 올라가면서 계속 시야가 달라지고 보이는 것이 많아지듯이 똑같은 원문(本文)이라도 읽는 이의 연령과 준비도에 따라 다르게 보이고 다양하게 깨닫는 것이다. 이때에 교양수준이 중요한 변수가 된다. 지하기초(교양)의 깊이에 따라 지상건물(전공)의 높이가 달라지는 것이다.
서양속담에 “내가 너에게 레몬을 주면, 너는 나에게 주스를 내놓으라.”는 말이 있다. 우리식으로라면 “누에는 뽕잎을 먹고 명주실을 뽑아야한다”는 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