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펠탑 효과
작성자
김*태
작성일
09.08.17
조회수
1852

1889. 3. 31 프랑스 파리에서 프랑스대혁명 100주년을 맞이해 열린 만국박람회의 기념조형물로 에펠탑이 세워졌다. 이 탑의 설계도가 발표되자 당시 파리의 문인, 화가, 조각가들은 그 탑의 천박한 이미지에 크게 놀랐고, 수많은 시민들이 탑 건설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1만 5천여 개의 금속조각과 250만개의 나사못을 사용한 7천 톤의 무게와 높이 320.75m의 철골구조물이 파리의 고전적인 분위기를 망쳐버릴 것으로 생각했다. 시민들의 반발이 너무 거세자 정부는 20년 후에 철거한다는 조건으로 건설을 진행했다.
탑이 완성된 후에도 시인 베를렌은 흉측한 에펠탑이 보기 싫다며 그 근처에도 가지 않았고 소설가 모파상은 몽소공원에 세워진 자기 동상이 에펠탑을 보지 못하게 등을 돌려놓도록 했다. 탑의 철거를 요구하는 ‘300인 선언’도 나왔다.
20년이 지난 1909년에도 탑 철거 논의가 거세졌지만 탑꼭대기에 설치된 전파송출장치 덕분에 간신히 넘어갔다. 그러면서 서서히 철거논의가 수그러들었다.

100여년이 지난 현재 에펠탑은 파리의 명소가 되었고 세계인에게도 유명한 볼거리가 되었다. “이 내용은 아주대에서 강의 우수상을 받은 이민규 박사의 글로써 에펠탑효과 즉 ‘단순노출효과’(Mere exposure effect)라고 한다.” 그 후 도쿄탑등 각나라마다 비슷한 탑들이 세워지고 있다. 300m가 넘기 때문에 파리 시민들은 좋든, 싫든 에펠탑을 쳐다보며 살다보니 어느덧 친숙한 것, 자랑스러운 것, 일상적인 것이 되어버렸고 이제는 프랑스를 1급 관광국가로 만드는 공로자가 되었다. 욕하면서도 정이 들었고 이제는 오히려 자랑거리가 된 것이다.

인간관계에서도 만남의 빈도수가 중요하다. 자주 보면 좋아지고 만나다보면 정이드는것이다. 매일 만나는 사람과는 할 말이 많다. 그러나 몇 년에 한번 만나면 할 말이 없다. 선거에도 자주 만난 사람, 손이라도 한 번 더 잡아본사람에게 호감을 갖는다고 한다.
만남의 빈도는 신앙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에덴동산에서 하나님은 매일매일 아담과 하와를 만나셨다. 아담도 항상 하와와 함께 지냈다. 문제는 하와가 아담을 떠나 혼자있을 때 유혹이 끼어들어 둘 사이를 이간했고 그 부부가 하나님과의 정기적인 교제를 허물었을 때 죄짓는 길로 관심을 쏟았다. 응당 할 일을 안하면 응당 안 할일을 하게 돼있고, 꼭 있어야 할 곳에 없으면 꼭 안 있어야 될 곳에 서있게된다.
말세가 가까울수록 모이기를 힘쓰라는 말씀은 항상 하나님의 현존 앞에 신앙인의 공동체 안에 서있으라는 당부이다. 빛과 함께 있으면 더 이상 어두움의 자녀가 아니다. 그러나 어둠은 어둡기 때문에 빛을 싫어한다. 빛을 떠나 하나님과 등졌을 땐 선택의 지혜를 잃는다. 우리는 ‘먹으면 정녕 죽으리라’는 하나님의 말씀과 ‘먹으면 눈이 밝아져 하나님과 같게 될 것이라’는 유혹중 하나를 선택해야 되는 기로에 서있다. 귀에 솔깃한 감언이설(甘言利說)처럼, 독약이 혀에 더 맛있는 것처럼 우리에게 손해를 주는 일일수록 겉보기에 좋고, 첫눈에 반하게 만든다. 모든 독버섯은 색깔이 곱다. 모든 독약은 처음 맛이 좋다. 그래야 끌려오기 때문이다. 좋은 약은 입에 쓰나 병을 낫기고 (良藥苦口利於病), 유익한 말은 귀에 거슬리나 행함에 좋다.(忠言逆耳利於行) 따라서 우리들은 귀를 즐겁게 하거나 입에 달콤한 것들을 추구하지 말자.

신앙생활이 처음에는 생소하고 불편해도 속단하지 말고 반복하여 만나보고 꾸준히 실천해보자. 파리 시민들이 그토록 싫어했던 에펠탑을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우리 삶에도 활용해보자. 첫눈에 반하는 것은 그리 미덥지 않다. 사귈수록 호감이 가는 사골국같은 게 좋다.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지만 곶감이 우리의 주식(主食)일수는 없다. 속 썩이던 자녀가 효자로 바뀔 수 있고 문제만 일으키던 제자가 먼저 성공할 수 있다. 에펠탑이 보기 싫다고 20년 만에 철거했더라면 오늘날 파리를 찾는 관광객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어떤 이가 보기엔 신앙생활이 무모하고 손해 보는 짓일 게다. 먹을 것도 못 먹고, 볼 것도 못보고, 할일도 못하는 자기구속의 못난이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속단하지 말고, 몇 년만 지속해보라. 최소한 윷놀이하다 “모”났을 때보다는 더 기쁠 것이다.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찰라적 쾌락이 아니라 인격의 깊은 곳에서 솟아오르는 진짜 희락을 누릴 것이다. 홍수가 나면 물은 많아도 마실 물이 없다. 바닷물은 마실수록 더 갈증 나는 물이다. 세상 쾌락도 탐닉할수록 더 강한 자극을 요구한다. 일종의 중독증인 것이다. 예수님이 주시는 물은 한번마시면 영원히 목마르지 않은 생수다. 제발 정들 때까지, 우리의 자랑거리가 될 때까지 꾹참고 신앙생활에 들어가 보자.